부산지법 판결... “시간당 강우량 살피며 신속·적절히 대응했어야”

차수문 적시보다 늦게 닫아 피해
관리소장 대한 청구는 인정 안 돼

[아파트관리신문=서지영 기자] 여름철 폭우로 아파트에 침수 등 피해가 발생했을 시 관리주체가 책임을 질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특히 폭우가 예보됐을 때 관리직원들이 지속적으로 강우량을 확인하고 침수 우려 시설 주변을 살피며 대비 태세를 갖추다 적시에 빠른 판단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법원 지적이 나와 주목된다.

부산지방법원 제8민사부(재판장 조정민 부장판사)는 부산시 A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이 아파트를 관리했던 위탁관리업체 B사와 관리소장 C씨, B사에 대한 연대보증을 한 관리업체 D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각하하는 판결을 내렸다. 집중호우 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의 차수문을 제때 닫지 않은 데 따른 침수 피해에 대해 관리업체의 책임을 인정하면서도 입주자대표회의가 사고 관련 공제금을 수령한 점에 비춰 지급할 손해액이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 판결은 항소 제기 없이 최근 확정됐다.

2017년 9월 15일 오전 7시경부터 부산 지방에 시간당 50㎜가 넘는 폭우가 쏟아지면서 A아파트 서문 방면 지하주차장 입구에도 빗물이 대량으로 유입되기 시작했고, 오전 7시 38분경 차수문이 가동됐음에도 수압으로 인해 차수문이 완전히 닫히지 않아 지하주차장 일부와 승강기 등 시설이 침수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에 대해 A아파트 대표회의는 “관리업체 B사와 관리소장 C씨가 평소 차수문의 가동상태를 점검하거나 관리사무소 직원들을 대상으로 시연 또는 집체교육, 비상대응훈련 등을 실시하지 않았고, 사고 당시 차수문을 제때 닫지 않았으며, 관련 행동지침, 매뉴얼에 따른 차량통제, 안내방송, 모래주머니 설치 등 조치도 취하지 않았으므로, B사와 C씨, 또 B사의 손해배상채무를 연대보증한 D사는 연대해 사고로 인해 대표회의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며 2억7094만여원을 청구했다.

재판부는 먼저 A아파트 대표회의가 결의를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이 사건 소를 제기한 것으로 보고, “소 제기가 부적법하다”는 B사 등의 본안 전 항변을 받아들였다.

그 뒤 재판부는 대표회의가 소 제기 관련 회의를 거쳤다고 가정할 경우의 본안 판단(예비적 판단)을 이어갔다.

“침수피해 예상 가능했다”

재판부는 여러 정황을 살펴 “피고 B사는 관리계약에 따라 태풍, 집중호우 등 사태에 대비해 시간당 강우량과 현장 상황을 면밀히 살펴가면서 사전에 차수문을 작동하는 등 침수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게을리 해 차수문을 적시보다 늦게 닫음으로 인해 이 사건 사고를 발생케 했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피고 B사는 이 사건 사고로 인해 원고 대표회의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먼저 A아파트 주변 일대가 온천천과 맞닿아 있을 뿐 아니라 온천천 홍수위보다 낮은 지대에 위치해 있어 과거에도 수차례 침수피해가 있었던 점에 따라 “피고 B사로서는 이에 대한 대비책을 세우고 침수가 발생할 경우 신속·적절한 방법으로 대응할 의무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B사가 A아파트를 관리하기 전부터 마련돼 있던 대표회의의 수해방지 행동지침에 ‘지하주차장의 지반이 낮아 도로에 물이 넘칠 경우 바로 침수될 우려가 있으므로 우천시 도로상황을 예의주시해야 한다’, ‘침수우려가 있을 경우 보안근무자는 즉시 관리사무소로 보고하며, 수방대장 또는 관리사무소 당직주임의 판단으로 방수문을 가동한다’ 등이 기재돼 있는 점에 비춰 “피고 B사가 위 행동지침을 그대로 따를 필요는 없다 하더라도 이에 준하는 조치를 취할 의무는 있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B사가 2016년 7월 14일 대표회의에 제출한 ‘장마철 침수대비 대응시스템 방안’의 내용에 따라 “B사로서는 관리계약에 따른 시설물 유지·보수의무의 일환으로서 ▲집중호우나 태풍이 예보된 경우 강우량을 면밀히 확인하면서 현장을 점검할 의무 ▲침수가 발생하면 곧바로 차수문을 가동하고 안내방송 등으로 상황을 전파할 의무 ▲차수문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경우 모래주머니 등으로 빗물 유입을 최대한 방지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또한 “이 사건 사고 당일은 태풍 ‘탈림’과 함께 과거 침수사례 때보다 많은 1일 강우량 150㎜ 이상의 비가 예보된 상황으로, 새벽부터 강우량이 대폭 증가하는 추세였으므로, 피고 B사가 강우량, 현장상황 등을 제대로 점검하고 있었다면 지하주차장에 처음 빗물이 유입된 7시 35분경 이전에는 침수피해를 예상할 수 있었다고 보인다”고 판단했다.

A아파트에 설치된 차수문은 오른쪽 차수문이 먼저 닫힌 후 왼쪽 차수문이 닫히는 형태로 시공돼 있고, 그 과정에는 총 1분 26초가 소요된다. 이에 재판부는 “이 사건 사고 이전에 차수문을 운용한 경험이 있는 피고 B사로서는 위와 같은 사정을 고려해 차수문을 적시에 구동함으로써 수압으로 인해 차수문이 도중에 멈추는 일이 없도록 했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하주차장 외부 CCTV 영상에 따르면 지하주차장에 빗물이 유입되기 5~10분 전부터 육안으로 식별 가능한 수준의 폭우가 내리면서 도로에 물이 고이는 등 전조현상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에 따라 “피고 B사가 이 사건 사고에 대응할 시간적 여유가 전혀 없었다고 볼 수 없다”고도 덧붙였다.

더욱이 A아파트 보안팀장이 사고 당일 오전 7시 22분경 B사 소속 당직근무자에게 서문 쪽 침수상황을 보고했고, 위 당직근무자는 7시 28분경 서문초소를 방문해 직접 현장을 확인했음에도 곧바로 차수문을 닫으라거나 차량통제, 안내방송을 하라는 등의 지시를 하지 않았고, 7시 38분경 서문초소 보안요원이 긴급히 차수문을 작동해 차수문이 도중에 멈춘 이후에도 모래주머니 설치와 같은 부가적인 조치는 취해지지 않았던 점이 밝혀져 재판부는 “피고 B사는 늦어도 오전 7시 22분경부터 28분경까지 이 사건 사고를 막을 기회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4억원 이상 공제금 손익상계

이에 재판부는 승강기 등 수리비용과 그 밖의 수리비용, 인건비 등 합계 4억6192만여원의 손해액을 인정, ▲사고 당일 기상청에서 예보한 것보다 현저히 많은 비가 내린 점 ▲거제 배수 펌프장 고장, 펌프 운영 미숙 등 다른 요인도 이 사건 사고 발생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이는 점 ▲B사가 평상시 수해에 대비해 아파트를 관리해 온 것으로 보이고, 사건 당시에도 차수문 주변에서 침수상황을 지켜봤으나, 업무 미숙 내지 판단 착오로 인해 이 사건 사고를 유발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춰 B사의 손해배상책임을 15%로 제한했다. 이에 대표회의의 손해액은 합계 6928만여원이 됐다.

그러나 대표회의가 이 사건 사고와 관련해 4억원 이상의 공제금을 수령한 사실이 인정돼 재판부는 “이를 손익상계할 경우 원고가 피고 B사로부터 지급받을 손해액은 없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원고의 피고 B사에 대한 청구는 이유 없다”고 판단을 내렸다.

또한 관리소장 C씨에 대해서는 “아파트 관리소장으로서 입주자들에게 재산상 손해를 입힌 경우 공동주택관리법 제66조(관리사무소장의 손해배상책임) 제1항에 따라 입주자들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할 여지는 있으나, 입주자대표회의인 원고가 공동주택관리법에 따라 피고 C씨에게 어떠한 손해배상을 구할 수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아울러 “원고는 피고 B사에 대해서는 관리계약을 주된 청구원인으로 삼고 있는 바, 피고 C씨가 그 계약당사자가 아님은 비교적 명백하고, 달리 원고와 피고 C씨 개인 사이에 별도의 계약관계가 있다고 볼 만한 증거도 없으므로, 원고의 피고 C씨에 대한 청구는 이유 없다”고 일축했다.

D사에 대해서도 “피고 B사가 원고에게 지급할 손해액이 없음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원고의 피고 D사에 대한 청구도 나머지 점에 관해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이 사건 소는 부적법해 이를 각하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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