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지자체 과태료 부과 시달리는 아파트들 해법 없나

일부 입주민 지속 민원 제기에
행정지도보다 과태료 선택 많아

건별로 조사, 부과돼 업무 지장
관리업체 경영·영업에 타격도

경기 용인시가 한 관리업체에 보내낸 과태료 부과 통지서. <서지영 기자>

[아파트관리신문=서지영 기자] 어느 아파트나 현 입주자대표회의와 관리소장, 관리업체에 대한 불신이나 불만을 갖고 반대편에 서는 입주민이 있게 마련이다. 그러한 입주민들이 소장 등을 괴롭히거나 물러나게 할 목적으로 지자체에 민원을 계속 제기함으로써 사소한 문제들이 과태료 부과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에 많은 관리소장과 위탁관리업체가 어려움을 호소하며 지자체가 공동주택 관리업무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단지 사정 등을 살피며 과태료 부과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서울 소재의 A아파트에서 일했던 관리소장 B씨는 일부 입주민의 악의적인 민원 제기에 따른 과태료 부과에 시달리다 최근 심적 부담 등을 이유로 해당 단지를 나오게 됐다.

이 아파트에서는 관리주체에 불만을 가진 몇몇 입주민이 지속적으로 구청에 민원을 제기해 이에 따른 자료 및 의견제출과 과태료 부과가 이어져왔다. 특히 올해 초 관리업체 재선정 이후 민원 제기가 더 심해졌다.

B씨의 후임으로 온 C씨에 따르면 4~6월 중순까지 2건의 과태료 부과가 있었고 최근 구청 주무관과의 통화를 통해 예정돼 있는 자료제출 건이 6~7건이 더 남아 있다는 사실을 전해 들었다. 이 또한 입주민의 민원 제기에 따른 것으로, C씨는 “필요한 자료를 짧은 기한 내 찾아 제출하거나 해명하기 힘든 것들이 많아서 그대로 과태료 부과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C씨는 “한꺼번에 조사를 하고 처리를 하면 좋을텐데 거의 한꺼번에 제기되는 민원에 대해 건건이 자료제출을 요구하고 과태료를 부과해 단지 관리업무를 제대로 하기 힘들다”며 “지자체가 소수 입주민들에 휘둘려 과태료 위주로 직권 남용을 하지 말고 지도·계도라는 역할에 충실하며 아파트가 정상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유도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1년에 9번 과태료 부과 처분도

A아파트와 비슷한 경우로 부산의 B아파트에서도 1년여에 걸쳐 총 9번의 과태료 부과 처분이 발생한 사례가 있었다. 총 부과된 과태료 금액은 1800만원이었다.

이들 아파트처럼 많은 아파트에 내려지는 과태료 부과처분이 입주민 등의 민원에 의한 경우가 많다. 물론 지자체 감사 등에 따른 것도 적지 않다.

한 관리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과태료 부과 사유 중 상당수는 주택관리업자 및 사업자 선정지침 위반이며, 나머지는 공동주택관리법령에 따른 장기수선계획 위반, 관리비 용도외 사용, 계약서 미공개 등이다.

문제는 관리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의도하지 않은 단순 실수이거나 입찰 절차의 공정성에 전혀 영향을 끼치지 않는 경미한 것으로 지자체에서 행정지도로 충분히 계도할 수 있는 사안에 대해서까지 지자체가 민원 접수 후 바로 과태료 부과처분 절차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입주자대표회의의 합리적인 판단에 따른 것임에도 국토교통부 고시인 사업자 선정지침에 토씨 하나라도 위반되면 이에 대한 고발이 이뤄져 과태료를 부과하기도 한다.

한국주택관리협회 과태료특별대책위원회가 지난 2015년 조사한 유형별 부당한 과태료처분 주요사례를 살펴보면 ▲승강기 사고 시 전문 인력이 승객을 구출해야 해 지역제한을 둔 것인데 이를 과도한 제한이라 해 과태료 부과 ▲입주자대표회의록에 사업수행실적평가 관련 내용이 있으나 ‘사업수행실적평가표’라는 별도의 문서 형태가 없다는 ‘요식행위 미비’를 이유로 과태료 부과(사업수행실적평가표는 법정서식이 아닌 평가내용에 관한 것인 것) ▲최저가 업체가 낙찰을 위해 산출내역의 중간 항목인 퇴직금과 연차충당금을 금액 합계에서 고의로 집계누락해 무효 입찰임에도 최저가 업체를 배제했다는 이유로 과태료 부과 ▲상황상 긴급공사임에도 긴급성을 인정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과태료 부과 등 사례가 있었다.

시간이 많이 지났거나 관리기간이 지난 사안에 대한 악성민원으로 자료를 찾지 못한 채 해명도 못해 보고 과태료 처분을 받게 되는 경우도 있다.

또한 지자체 감사는 여러 건의 과태료 부과 건이 발생해도 가장 중한 과태료를 부과하지만 입주민 민원에 의한 과태료는 개별사안에 대해 건별로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이에 입주민이 민원을 제기하는 족족 과태료가 부과돼 한 아파트에서 2~3번의 과태료 처분이 연이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는 전언이다.

상대 음해 수단으로 악용되기도

관리소장 D씨는 “지자체들이 모두 일관된 행정을 하지 않고 어떤 지자체는 문제점을 발견했을 때 처음에는 주의와 경고만으로 처리하는가 하면 어떤 지자체는 바로 과태료 부과 처분을 해버린다”며 “지자체에 부당함을 호소해보면 입주민의 민원 제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며 자신은 정석대로 과태료 부과 처분을 할테니 이의제기로 법원에서 해결하라는 말을 하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그렇게 과태료 재판이 진행되면 과태료 부과 취소나 감액 판결이 나는 경우도 많아 결국 지자체의 과태료 처분이 옳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이에 한국주택관리협회 과태료특별대책위원회는 “지자체들이 행정편의주의적으로 관리주체에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 같다”며 “공동주택 관리의 투명화와 입주민의 보호를 위해 현재와 같이 지자체의 관리 감독이 불가피한 면이 있다면 국토부 고시와 조금이라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것이 잘못됐다고 단정을 짓고 관리주체 등에게 과태료를 부과하기보다는 감사결과를 주민에게 공개하고 주민들의 판단을 구하도록 한다면 국민의 자치권과 자율성을 침해하고 다양성과 효율성을 훼손하는 일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정부와 지자체에 제안하기도 했다.

한편 관리업계 관계자들은 아파트의 사적 자율권과 다양성을 침해하는 획일화된 사업자선정지침부터가 문제라며 이를 없애거나 대폭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이어오고 있다. “주민 간 이해관계가 충돌할 때 상대를 음해하기 위한 수단으로 지자체 고발이 악용돼 오히려 주민 간에 갈등을 조장하는 원인이 돼가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또 관리회사가 1개 단지를 관리해 받는 한 달 위탁관리수수료가 평균 50만원 수준인데 반해 과태료는 1건에 200만~300만원이 일반적이서 관리회사의 경영에 많은 타격을 줄 뿐만 아니라 과태료 처분 이력에 따른 영업의 어려움을 고려해 법적 대응을 하는 경우 변호사 비용이 과태료만큼 나와 많은 위탁관리회사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많은 관리소장과 위탁관리회사가 지침 등을 준수하고자 노력하고 있는데 정말로 문제가 되는 것에 대한 과태료는 어쩔 수 없지만 고의가 아닌 실수에 대해서도 무조건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은 너무 과한 행정 같다”며 “악성 민원인이 존재할 수 있으므로 지자체 공동주택 담당 주무관 등이 좀 더 전문성과 중심을 갖고 공동주택 관리 행정에 임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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