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확정 판결...‘민법 적용 제외’ 약정했다면 쉬운 해지 안 돼

사진은 기사와 무관 <아파트관리신문DB>

[아파트관리신문=고경희 기자]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관리업체와의 위탁관리계약은 위임계약이므로 민법에 따라 언제든지 해지할 수 있다고 주장했으나, 대법원은 계약 시 ‘민법 중 위임에 관한 사항은 적용하지 않는다’고 규정했다면 이유 없는 해지 통보는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제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최근 대구 북구 A아파트 위탁관리업체가 입주자대표회의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1019만여원을 지급하고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는 1심과 2심 판결을 받아들여 대표회의의 상고를 기각했다.

A아파트와 B사는 2014년 9월 위수탁관리계약을 체결하면서 용역의 대가는 관리비와 위탁수수료로 구분하고, 계약 해지 사유를 정하면서 ‘본 계약은 민법 중 위임에 관한 사항은 적용하지 않는다’는 준거사항을 규정했다.

민법 제689조 제1항은 ‘위임계약은 각 당사자가 언제든지 해지할 수 있다’고 정해 위임의 상호해지 자유를 인정하고 있다.

B사가 계약에 따라 A아파트를 관리하던 중 대표회의는 2016년 5월 회의를 개최해 ‘B사가 위탁관리수수료에 통상적으로 인사, 노무, 직원교육 훈련 및 업무지원비 명목의 노무관리비가 포함돼 있음에도 관리직원인건비와 청소용역비에 다시 인사노무비를 포함시킴으로써 인사노무비를 이중으로 지급받았고 매월 청소용품을 11만원 정도 구입했음에도 매월 49만원을 청구했으며 근로자의 날에 미화원들이 휴무했음에도 청소용역비에 휴일근무수당을 포함해 과다 청구했다’는 이유로 청소용품비와 근로자의 날 휴일근무수당을 B사에게 지급하지 않기로 하는 결의를 했다.

또 같은 달 B사에게 회의에 참석할 것과 과다 청구에 대한 해명 및 부당이득금 반환을 요구하는 내용증명우편을 보냈다.

그 후 2016년 5월 개최된 임시회의에 B사 대표이사가 참석했는데 근로자의 날 휴일근무수당은 대표회의의 주장을 인정해 반환하기로 했고 인사노무비 및 청소용품비에 대해서는 종전 대표회의와 협의한 사항이라는 이유로 반환을 거부했다.

그러자 대표회의는 관리계약 해지 결의를 한 후 B사에 ‘B사가 대표회의에게 청구하는 인건비 및 재료비가 과다해 소명과 부당이익 환수를 요청했으나 거부했다’는 이유로 60일 후 계약을 해지한다는 내용증명을 보냈다.

대표회의는 B사에게 2016년 8월까지 발생한 용역대금에서 2014년 10월부터 2016년 8월까지 중복청구된 인사노무비 명목으로 356만여원을 공제한 후 나머지 돈을 지급했다.

A아파트 관리직원들에 대한 인건비에 관해 작성된 관리실직원 인건비 세부추정예산안에는 관리직원 인건비 중 복리후생비란에 인건비의 2%가 인사노무비로 책정돼 있고 청소비 세부추정예산안의 복리후생비란에 인건비의 2%가 인사노무비로 책정돼 있으며 청소용품비란에 7명의 청소원에 대한 청소용품비로 7만원씩 합계 49만원이 책정돼 있다.

이에 대해 B사는 “위탁관리수수료에는 노무관리비가 포함돼 있지 않으므로 관리직원 인건비에 노무관리비가 이중으로 포함됐다고 볼 수 없고 관리계약에서 청소용품비는 정액으로 지급하기로 했으므로, 계약을 불이행한 사실이 없다”며 해지 통보의 위법성과 손해배상을 주장했다.

반면 대표회의는 “B사가 이중 청구나 과다 청구에 관한 해명 요구에 대해 성실히 해명하지 않고 부당이득 반환을 거부했고 이는 특별한 사유 없이 계약을 불이행한 경우에 해당되므로 계약해지 통보는 정당하다”면서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이 사건 계약은 위임계약에 해당하고 위임계약의 당사자는 언제든지 계약을 해지할 수 있으므로 정당하다”고 반론했다.

1심과 2심 재판부는 “원고가 피고에게 청구하는 관리직원 인건비와 청소용품비는 관리계약의 관리비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계약에 따라 관계법령, 생산자물가상승률 및 도시근로자 임금상승률을 감안해 매년 원고가 제안하고 피고가 결정하며 관련 법령 등에 따라 탄력적으로 금액을 정할 수 있다”며 “그렇다면 원고와 피고는 피고가 제안한 관리실직원 인건비 세부추정예산과 청소비 세부추정예산에 기재된 금액의 인사노무비 및 청소비를 인정하고 지급하기로 결정한 것이므로 그에 따라 원고가 관리비를 청구한 것을 들어 원고가 특별한 사유 없이 계약을 불이행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대표회의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나아가 “대표회의는 입찰가산출내역서의 ‘인사, 노무, 교육, 훈련 업무지원비’ 항목에 1원을 기재한 점을 들어 위탁관리수수료에 인사노무비가 포함돼 있다고 주장하나, 원고가 매월 청구한 관리직원 인건비와 청소비 중 복리후생비란에 기재된 인사노무비가 같은 성격의 돈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관리비는 계약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므로 실제 청소용품비로 지출한 비용만을 피고에게 청구할 수 있다고 볼 증거가 없어 원고가 피고에게 인사노무비를 이중 청구했다거나 청소용품비를 과다하게 청구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결국 대표회의가 해지사유로 삼고 있는 사항은 계약에서 정한 해지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이와 함께 대표회의가 이 계약이 위임계약이므로 해지사유 발생 여부와 상관없이 민법에 따라 해지 통보가 적법하다고 주장한 것에 “이 사건 계약은 민법 중 위임에 관한 규정을 배제하고 있으므로 위임계약 규정인 민법 제689조는 이 계약에 적용되지 않는다”며 “피고는 계약의 위임 규정 배제 조항이 무효라고 주장하나 민법 제689조를 강행규정으로 볼 수 없다”면서 대표회의는 B사에게 위법한 계약 해지로 인해 발생한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B사가 청구한 손해배상 금액 중 잔여 계약기간 동안 받지 못한 위탁관리수수료, 중복청구된 인사노무비라는 명목으로 부당하게 공제된 금액의 합계 1019만여원을 인정하고 미화원 직원 계약해지에 따른 기업이윤비, 해지일 이후의 인사노무비와 인건비 등 청구는 기각했다.

대표회의는 이 같은 2심 판결에도 불복해 상고를 제기했으나 대법원도 “민법 제689조 제1항은 위임인과 수임인이 위임계약에 계속 구속돼 있지 않도록 하고자 해지의 자유를 인정한 규정으로 당사자의 약정으로 그 적용을 배제하거나 그 내용을 달리 정할 수 있는 임의규정”임을 강조하며 상고를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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