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건설기술연구원 김수암 선임연구위원

민간 최초로 장수명 주택 양호등급 단지의 입주가 시작됐다. 경기 용인시 신동백두산위브더제니스 단지다. 2014년 12월 25일 장수명 주택 인증제도가 시행된 이래 양호등급 단지는 처음이다. 2019년 국가 연구개발로 세종시 가온마을9단지LH블루시티아파트 2개동에 대한 양호등급, 우수등급, 최우수등급을 실증 건설한 이래 준공한 민간 최초의 단지다. 장수명주택 인증제도의 등급은 일반·양호·우수·최우수등급의 4개로 이뤄져 있고, 각 등급은 3가지 성능항목인 내구성, 가변성, 수리용이성 평가항목의 등급에 따른 점수를 합한 점수로 평가한다. 총점은 100점으로 등급별로 일반 50~59점, 양호 60~79점, 우수 80~89점, 최우수 90점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1000세대 이상 공동주택 단지는 일반등급이 의무화돼 있고, 우수등급, 최우수등급은 건폐율과 용적률의 인센티브가 각각 100분 115 이내에서 지방조례에 위임하고 있다. 일반 시장에서 공급된 1000세대 이상 주택단지는 모두 일반등급 이상의 의무화에 따라 장수명 주택인증을 받고 있지만, 대부분이 50점에서 51점으로 딱 의무규정만을 만족시키는 수준에서 그치고 있다.

신동백 위브더제니스의 경우는 내구성 3급(20점), 가변성 3급(18점), 수리용이성 전용부분 4급(9점)과 공용부분 2급(13점)으로 총점 60점으로 양호등급을 획득한 단지다. 총 1187세대로 10개동, 지하3층 지상 20층~32층이며, 전용면적은 69, 78, 84㎡형이다. 모두 전면 4베이로 78, 84㎡형은 별도의 큰 알파룸을 가지고 있는 구성이다.

구조형식은 무량판구조이며, 층고는 3000㎜로 일반 공동주택보다 높다. 화장실은 바닥 층상배관방식이며, 물을 사용하는 공간인 화장실과 부엌, 발코니 벽을 제외하고 경량건식벽체(Steel stud+석고보드, 두께 150㎜) 시공이다. 수리용이성을 위한 공용배관과 전용배관의 독립성 확보와 배관배선은 2중관을 사용하고, 공용부분은 공용부분에 공용입상 배관의 적용, 점검구 설치, 배관 간 간격 유지(600㎜), 여유 있는 배관 공간 확보 등이다.

현장방문 및 간담회나 백서의 초안 자료들을 보면 장수명 주택의 공법이나 공종과 공정에 따른 변화나 장점과 단점을 직·간접적으로 볼 수 있었다.  

가변성의 향상을 위해 본 현장에서는 경량건식내벽의 공법을 벽체 후시공 공법으로 했다. 일반 현장에서 일부 건식벽체를 시공할 때 벽체를 먼저 시공하고 바닥과 천장을 나중에 시공하는 방식과는 반대다. 이로 인해 시공순서도 달라지고 공정관리가 까다롭고 먹메김 작업 등의 공정이 늘어나지만 바닥의 평활도 등 시공품질이 좋아질 수 있고 현장관리만 충분히 이뤄지면 사용자 측면에서는 유리하다. 방단위의 시공에서 세대단위의 시공으로 바뀌면서 설비공사와 전기공사 등의 품질확보와 공사 용이성의 측면에서 장점도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기둥방식으로 인해 주동지하공간의 상대적인 활용 효율성과 내부벽체가 철근콘크리트 벽체가 아니기 때문에 외벽 내단열공사의 연속시공이 가능해져 결로발생 가능성을 차단함으로써 하자 발생을 없앨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인필기술이 시장에서 자리 잡지 않은 상황에서 장수명 주택의 장점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인필기술의 개발 필요성에 대한 요구도 대두됐다.                 

처음으로 진행하는 현장작업에서 오는 여러 가지 준비작업의 필요성, 새롭게 적용하는 기술에 대한 신뢰성, 익숙한 기존 공정과 다른 공정으로 인한 손이 많이 가는 작업상의 차이, 공사관리의 어려움 등이 동시에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기존에 일반적으로 해 왔던 벽식구조의 습식공법, 설비의 매설방식, 층하배관방식 등에서 벗어나 익숙하지 않은 새로운 방식이나 현장작업에서 오는 세세한 어려움을 해소할 필요성도 있다. 향후 다양한 현장에서 다양한 방식을 통해 공법이나 공정에 대한 표준적인 시방이나 매뉴얼이 정비돼 다른 현장에서 어려움 없이 사용되도록 할 필요성이 있다.

또 하나 이 사례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중요한 부분이 있다. 이 현장에서도 처음부터 장수명 주택인증제도의 양호등급을 목표로 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설계자에 따르면 건축법의 ‘리모델링이 용이한 구조’를 목표로 해 설계를 했고, 인허가과정에서 심사위원들의 권고로 진행한 결과인 것이다. 최초의 의도는 아니지만 진행과정에서 양호등급이 된 것이다. 지하층의 라멘구조와 주동의 무량판 구조로 설계된 것을 바탕으로 양호등급의 기준을 적용했다. 즉, 리모델링이 용이한 구조로 인센티브를 받은 상태에서 장수명 주택 인증제도의 기준을 적용해 양호등급을 받은 것이다. 장수명 주택 인증제도 자체로는 양호등급의 위치가 애매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양호등급을 받기 위한 설계가 기존의 일반아파트에 비해 고민해야 할 사항도 많고 일거리가 늘어나고 신경도 쓰이면서 인센티브가 없는데, 건설하면 팔리는 현재 주택시장에서 굳이 상대적으로 어렵고 귀찮은 설계를 감수할 이유가 없다는 점이 아닌가 한다. 과정에서 양호등급으로 건설됐음에도 불구하고 양호등급의 준공은 장수명 주택의 발전을 위한 첫 번째 사례로서 의미를 가지고 있다. 거주자에게 장점인 가변성과 수리용이성은 시간이 지나면서 과연 사용자의 요구에 따를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거주 후 평가를 실시해 확인할 필요성이 있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주자에게 보다 하자가 적고 품질이 높은 주택을 제공한다는 점, 바닥충격음과 화장실 설비소음을 줄일 수 있다는 점, 거주자의 요구에 따른 공간 변화를 가능하게 해 쉽게 공간 재구성과 리모델링할 수 있다는 점, 거주자가 바뀌어도 쉽게 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다는 점, 장기적으로 볼 때 유지관리비를 줄이고 유지관리를 용이하게 할 수 있다는 점 등의 장점을 내포하고 있다. 국가적으로 볼 때 장기적인 측면에서 양호한 재고를 형성하는 도시경관을 형성할 수 있다는 점, 조기전면철거 재건축으로 인한 쓰레기를 줄일 수 있다는 점, 자재절감으로 CO2 배출을 줄일 수 있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도 유용성을 갖는다.

또한 근미래의 인구구조의 변화, 가족 구조의 다양성, 거주자 합의 형성의 문제, 주택 재고의 축적과 초고층화의 확산, 지구 환경보전과 탄수중립의 방향, 최근에 시작된 기업의 환경 사회 지배구조(ESG) 관점 등으로 볼 때 변화하는 사회 및 기술, 인구구조 등의 다양한 상황을 수용할 수 있는 수용성을 장수명 주택은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미래변화의 수용을 위해서는 반드시 가야 할 방향의 하나로 확신한다.

첫 번째 양호등급의 사례를 기점으로 이제 막 시작한 장수명 주택의 발전을 위한 검토와 논의를 거쳐 보다 발전적인 방향으로 전개되기를 기대한다. 장수명 주택의 구조기술의 전환과 다양화, 시공업체의 비즈니스 모델과 결합한 상품의 개발 특히 인필기술의 발전과 이를 지원하는 제도의 개선이 이뤄져 주택시장에서 확산과 정착이 이뤄지기를 기대해 본다.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아파트관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