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파기 환송 판결: 시행사 상대 손배 청구 받아들여

등기절차 장기간 지연 따른
재산권 행사 못 한 손해 인정

[아파트관리신문=서지영 기자] 아파트 수분양자들이 시행사들에 대해 대지권이전등기절차 이행 지연에 따른 손해를 입었다며 소송을 제기, 대법원에서 손해를 인정받게 됐다.

대법원 제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최근 경기 파주시 A아파트 입주민 800여명이 A아파트 시행사인 B사, C사, D사를 상대로 제기한 대지권지분이전등기 등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심 판결 중 손해배상청구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B사 등은 2006년 12월 28일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공사’)로부터 택지개발사업이 진행 중이던 이 사건 대지를 매수해 그 지상에 아파트 신축·분양사업을 시행했다.

이후 2007년경부터 수분양자별로 분양한 아파트에 관해 분양계약을 체결했는데 그 주요내용을 보면 ▲분양대금은 계약금, 중도금, 잔금으로 나눠 시행사가 지정한 입주예정일인 2010년 6월까지 지급해야 한다 ▲시행사는 건물 준공일부터 60일 이내에 소유권보존등기를 해야 한다 ▲수분양자는 공급대금과 그 밖의 납부액을 완납하고 시행사의 소유권보존등기가 완료되는 날부터 60일 이내에 수분양자의 비용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해야 한다 ▲천재지변이나 법령개정, 행정명령 및 처분 등 수분양자와 시행사에 책임 없는 사유로 소유권보존등기 등 이전절차가 지연될 경우 수분양자는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등 내용이 담겼다.

B사 등은 A아파트를 완공해 2010년 7월 30일 전유부분 전체에 관해 지분 비율에 따라 소유권보존등기를 하고, 2010년 8월 18일경부터 2011년 1월 19일경까지 B사 등과 분양계약을 체결한 수분양자들에게 해당 아파트의 전유부분에 관해 소유권이전등기를 해줬다.

공사는 2012년 8월 31일 이 사건 대지에 관해 소유권보존등기를 한 다음, 2012년 10월 30일 C사와 D사에 2006년 12월 28일자 매매를 원인으로 해 지분 비율에 따른 소유권이전등기를 해줬으나, B사에는 소유권이전등기를 해주지 않았다.

수분양자인 E씨 등은 B사 등이 해당 아파트에 관해 대지권이전등기를 하지 않자 대지권이전등기의 지연에 따른 손해배상 등을 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했다.

쟁점은 B사 등이 E씨 등에게 해당 아파트에 관한 대지권이전등기를 해줄 의무가 이행지체에 빠지는 시기와 이러한 이행지체를 이유로 E씨 등이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는지 여부였다.

이 사건 2심 재판부는 대지권이전등기의무의 이행기와 관련해 “이 사건 분양계약은 전유부분에 관한 피고들의 소유권보존등기의무에 대해서는 이행기를 명백히 정하면서도 전유부분에 관한 피고들의 소유권이전등기의무에 대해서는 그 이행기를 따로 정하지 않고 오히려 수분양자에게만 일정한 기간 내에 전유부분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할 의무를 지우고 있다. 또한 대지권이전등기의무에 대해서는 전유부분에 관한 소유권보존등기의무와 달리 그 이행기의 기준조차 정하지 않고 있다”며 “이 사건 분양계약에 따른 피고들의 대지권이전등기의무는 이행기의 정함이 없는 채무에 해당하고, 원고들이 이행지체를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2015년 9월 1일자 청구취지 및 원인변경신청서가 피고들에게 송달된 날인 2015년 9월 8일 이행기가 도래해 피고들은 그 다음날인 2015년 9월 9일 이행지체에 빠진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와 달리 판단을 내리며 원심 판결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소유권이전등기 의무,
대지권 포함 아파트 전체 대상

대법원은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20조 제1항이 ‘구분소유자의 대지사용권은 그가 가지는 전유부분의 처분에 따른다’고 정해 전유부분과 대지권의 일체성을 명시하고 있는 점을 강조한 뒤, “거래관행이나 사회통념에 비춰 수분양자가 분양계약 당시에 전유부분과 대지권의 이행기가 따로 있다고 예상하기 어렵다”며 “기록에 따르면 이 사건 분양계약서에는 분양목적물로 전유부분과 그 대지권이 포함된 해당 아파트 건물 전체가 표시돼 있고, 전유부분과 대지권을 별도로 취급하는 규정이 없음을 알 수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분양계약의 체결 경위와 동기, 당사자들의 진정한 의사, 당사자들이 계약을 통해 달성하려는 목적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분양계약에서 정하고 있는 피고들의 소유권이전등기 관련 의무는 원심판결과 같이 전유부분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대지권을 포함한 아파트 건물 전체를 대상으로 한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재판부는 “이 사건 분양계약 제8조 제3항의 문언만 보면 소유권이전등기에 관한 의무를 수분양자에게만 부담시키는 것으로 보이나, 이는 분양자인 피고들이 먼저 수분양자가 소유권이전등기를 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다는 것을 당연한 전제로 한다”며 “따라서 위 조항은 수분양자뿐만 아니라 분양자인 피고들에 대해서도 해당 아파트에 관한 대지권을 확보하는 등 수분양자가 해당 아파트 건물 전체에 관해 완전한 소유권이전등기를 이전받을 수 있도록 준비를 마칠 의무를 지우면서 이행기의 기준을 정하되, 다만 이행기는 확정기한이 아니라 불확정기한으로 하는 합의가 담긴 조항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이행기는 건설공사의 진척상황과 사회경제적 상황에 비춰 분양대금을 다 내고 분양자가 건물을 준공한 날부터 수분양자가 완전한 소유권이전등기를 이전받는 데 들 것으로 예상할 수 있는 합리적인 기간이 지난 때 도래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러한 사정을 관련 법리에 비춰 “이 사건에서 피고들이 원고들에게 대지권등기를 포함해 완전한 소유권이전등기를 이전하거나 또는 그 이전 준비를 마칠 의무는 늦어도 공사가 일부 피고들에게 이 사건 아파트의 대지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한 시점인 2012년 10월 30일 무렵에는 이행기가 됐다고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원심은 이 사건 분양계약의 내용을 잘못 해석한 나머지 피고들의 대지권이전등기의무가 이행기의 정함이 없는 채무라고 전제하고 2015년 9월 9일에 비로소 그 의무가 이행지체에 빠진다고 판단했다”며 “원심 판결에는 계약의 해석, 불확정기한 채무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으므로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채무불이행에 기한 손해배상책임의 인정 여부와 관련해 먼저 “부동산매매에서 매도인은 매수인에게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소유권이전등기를 하고 부동산을 인도할 의무를 진다”면서 “부동산이 다른 사람의 소유에 속한 경우에는 매도인은 그 소유권을 취득해 매수인에게 이전해야 하고, 매도인이 이러한 의무를 이행하지 못하면 민법 제390조에 따라 매수인에게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진다”고 설명했다.

또 민법 제393조 제1항은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은 통상의 손해를 그 한도로 한다’고 정하고 있고, 제2항은 ‘특별한 사정으로 인한 손해는 채무자가 이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때에 한해 배상의 책임이 있다’고 정하고 있는 점을 전한 뒤, “제1항의 통상손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종류의 채무불이행이 있으면 사회일반의 거래관념 또는 사회일반의 경험칙에 비춰 통상 발생하는 것으로 생각되는 범위의 손해를 말하고, 제2항의 특별한 사정으로 인한 손해는 당사자들의 개별적·구체적 사정에 따른 손해를 말한다”고 전했다.

이에 재판부는 “분양받은 아파트에 관해 소유권이전등기절차의 이행이 장기간 지연됐다면 수분양자에게는 재산권을 완전히 행사하지 못하는 손해가 발생했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주위 부동산들의 거래상황 등에 비춰 볼 때 등기절차가 이행되지 않아 수분양자 등이 활용기회의 상실 등의 손해를 입었을 개연성이 인정된다면, 등기절차 지연으로 인한 통상손해가 발생했다고 할 것이고, 이 손해가 특별한 사정으로 인한 손해라고 하더라도 예견가능성이 있다고 봐야 한다”며 “이러한 법리는 분양된 아파트에 관해 전유부분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만을 이행하고 그에 관한 대지권이전등기의 이행을 장기간 지연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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