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판결

제조사 상대로 한
보험사의 구상금 청구 기각

“에어컨 이전·설치 과정 실수 등
관리상 과실 배제 못 해”

[아파트관리신문=조미정 기자] 에어컨 실외기실에서 발생한 화재와 관련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와 종합보험회사 측은 에어컨 제조사에 구상금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기각했다. 에어컨을 이전·설치하는 과정에서의 잘못 등 외부적인 원인이 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고 연결전선이 실외기 외부에 위치하고 있는 점 등을 지적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판사 황운서)은 보험사 A사가 에어컨 제조업체 B사를 상대로 제기한 구상금 청구소송에서 “원고의 피고에 대한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기각한다”고 판결했다.

보험사 A사는 C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와 보험가입금액 834여억원 규모의 고품격아파트종합보험계약을 체결했다.

2018년 8월 12일 C아파트 D호의 침실 쪽 베란다에 있는 에어컨 실외기실에서 화재(이하 ‘이 사건 화재’)가 발생했다. D호의 실외기 및 실외기실이 불에 탔고, D호 침실과 C아파트 외벽에 그을음이 남았으며, 화재 진화과정에서 D호 내부 바닥과 E호의 천정 및 벽체 마감재가 소방수에 의해 침수되는 피해가 생겼다.

이에 A사는 보험계약에 따라 D호 피해자에게 2518만6135원, E호 피해자에게 1447만2276원을 지급했으며, 아파트 공용부분의 손해와 관련해 입주자대표회의에 159만922원을 지급했다.

한편, A사는 “이 사건 화재는 이 사건 에어컨 실외기의 연결배선의 결함으로 발생한 것이므로 실외기 결함으로 인해 발생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며 B사를 상대로 구상금 4124만9333원을 지급할 것을 청구했다.

이에 대해 에어컨 제조업체 B사 측은 “수원소방서의 화재현장 조사결과에 의하면 에어컨 실외기 외에 특별한 발화열원이 발견되지 않았고, 실외기 연결배선에서 알 수 없는 원인으로 전기적 발열 및 불꽃 등에 의해 발화가 진행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 사건 실외기의 전원 측 연결전선에서 발화원인으로 작용 가능한 단락흔이 식별된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결과를 근거로 제품 자체 결함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고도의 기술이 집약돼 대량으로 생산되는 제품의 결함을 이유로 제조업자에게 손해배상책임을 지우는 경우 소비자 측이 제품의 결함 및 그 결함과 손해의 발생과의 사이의 인과관계를 입증한다는 것은 지극히 어렵다”면서 “제품이 정상적으로 사용되는 상태에서 사고가 발생한 경우 소비자 측에서 그 사고가 제조업자의 배타적 지배하에 있는 영역에서 발생했다는 점을 증명하고, 제조업자 측에서 다른 원인으로 인해 사고가 발생한 것임을 입증하지 못할 때 제품에 결함이 존재해 사고가 발생했다고 추정한다”고 손해의 공평·타당한 부담을 지도원리로 하는 손해배상제도의 이상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원고 A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 사건 화재가 피고 B사의 배타적 지배하에 있는 영역에서 발생했다는 점과 그 사고가 어떤 자의 과실 없이는 통상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을 인정하기 부족하다”면서 “원고의 청구는 더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고 일축했다.

재판부는 구체적으로 이 사건 화재의 단락흔이 발결된 연결전선은 에어컨의 실외기와 실내기를 연결하는 전선으로 단락흔이 발견된 부분은 에어컨 실외기 내부가 아닌 외부에 위치하고 있으며 단락흔 외에 이 사건 화재의 원인으로 추정될만한 단서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사건 에어컨은 2006년경 제조된 제품으로 D호 거주자가 이 사건 에어컨을 구입해 사용하는 동안 별다른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고 D호 거주자가 이 아파트에 2012년 3월 이사한 점을 근거로 이 사건 에어컨을 이전·설치하는 과정에서 범한 잘못이 이 사건 화재의 원인이 됐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고, 전원 측 연결전선이 피고 B사의 제조물이라고 단정할 자료가 없으며 전원선의 과도한 꺾임 등 사용상 과실 등 외부적인 원인이 개입했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재판부는 “원고의 피고에 대한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기각하고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라”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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