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법 서부지원 판결

“공공이익보다 풍문 근거 비방
선거 영향 미칠 목적 있었다”

[아파트관리신문=서지영 기자]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장 선거에서 자신이 지원하는 후보의 상대편에 있는 입주민 등에 대해 사실 근거가 없는 글을 퍼뜨린 입주민이 벌금형에 처해지게 됐다.

부산지방법원 서부지원(판사 이영범)은 최근 같은 아파트 이웃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부산 북구 A아파트 입주민 B씨에 대해 벌금 70만원에 처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에 따르면 B씨는 2019년 1월 7일 단지 내에서 아파트 외부와 단지 내를 연결하는 동에서 ‘하자종결위원회 임원은 공식 해명하라, 입주자대표회의 하자종결위원회 임원 소개로 하자연차 종료 후 모 동에 마루판과 보일러 배관을 교체해 줬다는 사실에 대해 당사자의 공식 해명을 요구합니다. 하자 협상의 당사자가 특혜를 줬다는 사실은 대단히 부적절한 처신입니다. 이에 대한 공식적 해명을 요구합니다. A아파트 입주민 일동’이라는 내용이 기재돼 있는 인쇄물을 다수 입주민들에게 배부했다. 해당 글은 A아파트 하자종결위원회 임원인 총무 C씨와 서기 D씨 등에 대한 것이었다.

재판부는 “하자종결위원회 임원인 피해자들이 특정 입주민에게 마루판과 보일러 배관을 교체해주는 방법으로 특혜를 준 사실이 없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B씨는 마치 피해자들이 특정인에게 특혜를 준 것처럼 허위의 사실을 적시해 공연히 C씨와 D씨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B씨 측은 “해당 인쇄물을 배부한 것은 사실이나, 허위사실이 아니고 허위사실을 적시한다는 인식이 없어 명예훼손의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피고인 B씨가 적시한 사실은 허위고, 피고인도 그러한 사정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했다고 봄이 상당하며, 피고인이 이 사건 인쇄물을 배부한 주요한 동기 내지 목적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피해자들을 비방해 입주자대표회의 회장 및 감사 선거에 영향을 미칠 목적이 상당 부분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며 B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가 밝힌 판단 근거에 따르면 B씨는 경찰 조사에서 이 사건 인쇄물을 제작, 배부하게 된 이유에 대해 “아파트 목욕탕에서 하자종결위원회에서 특정 집을 무상으로 수리해 줬다는 소문을 듣고 이를 확인하기 위해 인쇄물을 제작, 배부한 것”이라고 진술했으며, 최초 경찰 조사를 받은 후인 2019년 7월 12일 ‘이 사건 인쇄물은 본인이 작성한 것이 아니고 하자종결위원회 위원장인 E씨가 작성해 본인에게 건네주면서 복사를 해 아파트 주민들에게 배부하라고 지시했고, 당시 E씨는 2019년 1월 6일 본인에게 전화해 피해자들이 F사로 하여금 G호의 하자보수 공사를 하게 해줬다고 말했으며, E씨의 말이 사실인 것으로 믿었다’는 내용의 진술서를 제출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피고인은 단순히 E씨의 말을 믿었다고 주장할 뿐 이 사건 인쇄물을 배부하기 전에 사실관계를 확인하거나 공청회를 요청하는 등으로 정식으로 문제를 제기할 수 있었음에도 이러한 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은 채 풍문에 근거해 무단히 이 사건 인쇄물을 배부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으며 “피고인은 인쇄물을 배부할 당시 피해자 H씨로부터 ‘관리사무소에서 해명하겠으니 자리를 옮기자’는 말을 들었음에도 ‘필요없다, 나는 계속 배포하겠다’라고 말하고 가버렸다”고 밝혔다.

또 재판부는 “피고인은 인쇄물에서 ‘입주자대표회의 하자종결위원 임원 소개로 모동에 마루판과 보일러 배관을 교체해 줬다는 사실’이라고 단정적으로 표현했고, 하자종결위원회 위원장인 E씨의 진술을 제외하고는 적시한 사실이 진실한 사실임을 뒷받침할 만한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자료를 찾아 볼 수 없다”며 “E씨는 2019년 8월경 내지 9월경 수사검사와의 전화통화에서 ‘G호에 찾아가 하자를 확인한 후 불과 며칠 후에 공사가 이뤄졌기 때문에 당연히 I씨가 F사에 요청해 F사가 하청업체를 통해 공사를 했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이를 어떤 자료에 의해 확인한 것은 아니고 이를 입증할 수 있는 근거자료도 없다’고 진술하는 등 E씨도 당시 정황에 비춰 추측한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E씨는 법정에서 “2018년 8월 11일 야외 등산을 갔을 때 피해자 I씨로부터 F사에서 G호 J씨의 집을 하자보수해 줬다는 말을 최초로 들었다”고 진술했는데, J씨의 집 하자를 확인하기 전인 2018년 1월 29일자 J씨와의 통화내용뿐만 아니라 I씨와의 2018년 12월 19일자 및 2019년 12월 2일자 대화내용이나 통화내용도 녹음해 그 녹취록을 제출하고 있으면서도, 야외 등산을 갔을 당시 피해자 I씨로부터 F사에서 J씨의 집을 하자보수해줬다는 말을 들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녹음하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재판부는 “피해자 I씨와 E씨 사이의 각 대화 내용의 녹음파일만으로는 I씨가  자신의 소개로 F사에서 J씨의 집에 대해 하자보수공사를 해줬다는 점을 인정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와 같이 E씨의 진술은 수사기관에서부터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되지 못하고 피고인에게 자신이 작성한 인쇄물을 교부해 배부를 지시하는 등 실질적으로 피고인과 이해관계를 같이하고 있는 자로서 그 진술의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J씨는 자신의 집인 G호에서 F사로부터 어떠한 하자보수도 받은 바가 없고, 스스로 비용을 지출해 공사를 했다고 진술한 바, 그 진술이 대체로 일관되고 그 상황 설명에도 모순점이나 비합리성이 보이지 않으며, 제출한 객관적인 자료에도 부합한다”며 “J씨가 달리 피고인을 무고하기 위해 허위의 사실을 꾸며서 진술하고 있다고 볼 만한 사정을 찾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재판부는 B씨가 인쇄물을 배부한 당일은 아파트 대표회의 임원 선거기간으로서 투표 전날이었던 점, B씨는 당시 회장 후보로 입후보한 K씨의 선거운동을 지원했고, 피해자 H씨는 감사 후보로 입후보함과 동시에 회장 후보 L씨와 함께 선거운동을 하고 있었던 점 등을 판단 근거로 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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