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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인 칼럼] 소통에서 공동주택 관리참여의 싹을 틔우자
승인 2021.06.17 09:48|(1345호)
주생활연구소 김정인 연구위원

공동주택 관리와 관련된 여러 연구의 결과에서는 공동주택 관리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이유로 주민의 무관심을 꼽으면서 주민의 관리참여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런데 주민의 관리참여가 전혀 이뤄지지 않는가 하면 그렇지는 않다. 공동주택의 관리는 입주예정자의 과반수가 입주를 마치면 비로소 입주자의 자치에 의해 관리를 하게 되는데 주민이 선출해 구성된 입주자대표회의와 입주자대표회의가 선정한 관리주체에 의해 의결과 집행이 이뤄지므로 사실상 관리의 체계가 잡힐 무렵부터 주민의 관리참여는 시작된다.   

그러면 관리체계가 만들어진 이후의 관리참여는 어떻게 이뤄지는가. 관련법령에서 공동주택의 입주자등의 관리참여가 필요한 부분과 실제 관리업무 추진 시 관리참여로 나눠 생각해 볼 수 있다. 공동주택관리법에서는 관리방법의 결정이나 변경, 관리규약의 제정과 개정 시 입주자대표회의의 의결에 더해 입주자등의 과반수 찬성이 필요하다. 이 때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의결하지 않더라도 전체 입주자등 10분의 1이 제안하고 전체 입주자등의 과반수가 찬성하면 된다. 그 외에 기존 주택관리업자의 관리업무수행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주택관리업자 선정을 위한 입찰 시 전체 입주자등 과반수의 서면동의를 통해 기존 주택관리업자의 참가 제한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입주자대표회의와 관리주체에서 추진하는 관리에 의문을 가지거나 개선을 위한 의견을 개진하고 싶더라도 관리 참여를 통해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은 지극히 제한적이다. 서울시 공동주택 관리규약준칙에서는 입주자등이 공동주택의 관리에 대해 입주자대표회의 및 관리주체에게 의견을 진술할 수 있는 의견 진술권을 갖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규약 상 효력이 있는 의견 진술의 방법은 입주자대표회의에 안건을 상정하는 방법이다. 안건상정은 별지 서식에 따라 의결주문, 제안이유, 주요내용, 비용추계서, 근거규정 등 기타 참고사항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야 한다. 사실 이정도의 의견진술을 할 수 있을 정도라면 입주자대표회의 진행이나 관리행정에 대해 잘 알아야 가능하다. 동대표 경험이 없거나 문서작성에 익숙하지 않은 주민에게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입주자대표회의의 방청권이 있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발언권이 없고 안건을 제출한 입주자나 의장이 안건심의와 관련해 발언을 허가한 경우에만 발언이 가능하다. 결과적으로 다수의 주민이 관리에 대한 의견이 있더라도 안건으로 상정이 되지 않는 한 실현되기는 매우 어렵다. 안건으로 상정되더라도 입주자대표회의 의결을 통해 안건이 통과돼야 한다. 무엇보다 단지 관리를 위한 업무 추진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안건 - 예를 들어 과거의 관리추진사안에 대한 의문 제기나 입주자대표회의와 주민의 소통에 대한 문제와 같은 - 이라면 안건을 상정한 주민이 속 시원한 답변을 듣기는 힘들 것이다.

이렇듯 주민이 공식적인 경로로 관리에 대한 관심을 나타내기에는 여러 장애요인이 존재한다. 그러기에 관리에 대한 관심의 표출은 단순한 불평불만, 동일한 민원을 자꾸 제기하는 관심대상 주민으로 치부되는 것으로도 느껴지고 불합리하다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간혹 입주자대표회의 방청을 간 입주민들이 불청객 취급을 받는다는 신문기사나 실제 경험담을 접하기도 하니 관리에 관심이 생겨 관리참여를 한다는 것은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닌듯하다.

입주자대표회의의 원만한 회의진행도 중요하지만 주민의 관리참여가 이렇게 험난한 과정을 거쳐야만 하는 것일까? 공동주택관리법에서 정의하는 입주자대표회의는 공동주택의 입주자등을 대표해 관리에 관한 주요사항을 결정하기 위해 법령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구성하는 자치 의결기구를 말한다. 굳이 법의 조문을 따지지 않더라도 단어의 의미대로 입주자대표회의가 주민을 대표하는 조직이라는 것은 쉽게 알 수 있다. 입주자대표회의는 선거구별로 입주자등에 의해 선출된 동대표로 구성된다. 동대표는 해당 선거구의 입주자등을 대표해 선출된 것이므로 능동적으로 자신의 선거구에 거주하는 입주자등의 의견을 경청하고 필요한 안건을 상정하는 등의 노력을 해야 한다.

의결정족수를 채우기 위해 형식적으로 동대표를 선출하고, 어떤 내용인지도 모르고 찬성에 동그라미를 그리는 모습은 공동주택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일 것이다. 껍데기만 있는 주민의 관리참여 모습이 아닌가 싶다. 수동적으로 법에서 정하는 틀에 맞춰 관리 사안을 결정하고 추진하다보면 정작 단지에 필요한 관리 사안을 간과할 수도 있다. 동대표와 주민의 소통을 통해 단지에 필요한 관리 사안을 발굴할 수 있다면 주민의 관리참여는 중요하게 자리매김할 수 있다. 동대표와 주민의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주민의 관리 요구나 아이디어가 입주자대표회의에 의해 반영되고, 주민은 동대표의 노고와 고충을 이해하며 입주자대표회의의 활동을 지지하는 등의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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