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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관 칼럼] 아파트 명칭변경에 관한 고찰
승인 2021.06.14 10:22|(1344호)
법무법인 린 최승관 변호사

과거 아파트의 명칭은 ‘압구정 현대’, ‘개포 우성’ 등과 같이 지역과 건설사를 합쳐서 짓는 경우가 일반적이었다.

그러다가 차차 고급 아파트가 생기면서 건설사별로 고유의 아파트 브랜드를 만들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여기에 더해 ‘Prestige’, ‘Honor’와 같은 영어 표기는 물론 프랑스어, 스페인어, 독일어로 된 이름까지 등장하면서 아파트 명칭이 갈수록 복잡하고 부르기 어렵게 되고 있다.

시중에서는 아파트 이름을 복잡하게 짓는 이유가 시어머니가 아들집을 쉽게 찾지 못하도록 며느리들을 배려한 것이라는 유머까지 등장할 정도로 요즘 새로 짓는 아파트들의 이름은 어렵고 복잡하다.

이러한 추세에 맞춰서 과거에 부르기 쉽게 지어진 기존 아파트들도 아파트 명칭을 새롭게 변경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등장하고 있다.

기존 아파트 명칭을 새롭게 변경하려면 다음과 같은 요건을 갖춰야 한다.

우선 소유자 3분의 2 이상이 참여해 집회 결의를 하거나 5분의 4 이상의 서면이나 전자적 방법 또는 서면과 전자적 방법으로 합의가 필요하고, 변경될 브랜드명에 관한 권리를 가진 시공사로부터 승낙을 받아야 한다. 또한, 특정 브랜드명으로 명칭을 변경하기 위해서는 외관상 변경할 브랜드명에 부합하는 아파트의 실체적 유형적 변경이 수반돼야 한다.

실제 수원의 있는 아파트의 경우, 해당 브랜드로 명칭을 변경하기 위해 60억원의 공사비를 들여서 외부 인테리어 공사를 실시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아파트 명칭변경에 따라 인근 아파트와 명칭에 혼동을 가져오는 등 타인의 권리나 이익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

입주자대표회의는 이러한 명칭 변경을 위한 요건을 모두 갖추게 되면, 관할관청인 시장이나 구청장에게 건축물 표시변경신청을 해야 한다.

아파트 명칭변경과 같은 사항은 소유권에 바탕을 둔 것이므로 원칙적으로는 집합건물의 구분소유자 전원이 당사자가 되거나 집합건물에 관한 사법상의 단체인 구분소유자 전원으로 구성된 관리단이 당사자가 돼야 한다.

그러나 아파트에 관리단이 구성되지 않고 입주자대표회의만 구성돼 있는 경우, 입주자대표회의가 집합건물법상의 관리단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기 때문에 입주자대표회의가 아파트 명칭변경의 주체가 될 수 있다.

그렇다면 기존 아파트는 왜 복잡한 절차를 감수하고 많은 비용을 들여서 아파트 명칭을 바꾸려고 하는 것일까?

아파트의 이름을 바꾸면 아파트의 가치가 상승할 것이라고 기대하기 때문이다.

우선 공공아파트의 경우, ‘휴거(○○○○ 거지) 또는 ‘엘사(○○ 사는 사람)’로 상징되는 공공아파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목적으로 명칭 변경을 원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해당 아파트가 목동, 판교 또는 DMC와 같이 교통과 학군이 좋은 지역에 위치한다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해 아파트 명칭에 지역명을 표시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상암동에 위치한 디지털미디어시티(DMC)의 경우, 상암동 인근의 수색이나 서대문, 그리고 시 경계를 넘어 고양시에서 아파트 명칭에 DMC라는 지역명을 표기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정작 상암동에 위치한 아파트 중에는 아파트 명칭에 DMC를 표기한 단지는 하나도 없다고 하니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최근 오산시에 위치한 아파트가 화성시 병점역이 포함된 아파트 명칭을 사용하기 위해 오산시에 건축물 표시변경신청을 냈으나, 오산시가 ‘아파트의 명칭과 건축물의 실제 현황과 합치 여부를 대조한 결과, 해당 아파트가 화성시가 아닌 오산시에 위치해 있고, 화성시 병점역보다 오산시 세마역이 더 근거리에 있다’는 이유로 표시변경신청을 반려한 사례가 있었다.

특히 오산시는 지역 정체성을 찾고 지역을 대표할 수 있는 문화자원이 되는 지명 사용 확산을 위해 전국 최초로 ‘오산시 정체성 함양을 위한 지명 사용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고, 이번 명칭변경 거부의 사유로 아파트 명칭 변경이 지역정체성과 행정구역의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도 함께 들었다고 한다.

아파트 입주민들로서는 개인의 소유물인 아파트의 명칭 변경도 아파트 입주민 마음대로 못하느냐는 불만을 가질 수 있는 사안이다. 만약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아파트 명칭변경을 계속 추진하고자 한다면, 시장의 건축물 표시변경 거부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해 법원의 최종 판단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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