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법 판결

관리계약, 부득이한 사유 없이
관리업체 불리한 시기에 해지

[아파트관리신문=서지영 기자] 건물 관리 및 소독, 물탱크 청소계약이 만료되기 전에 계약 해지를 통보한 집합건물 관리위원회에 대해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전지방법원(판사 신동준)은 최근 건물관리업체 A사가 대전 서구 B건물 관리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4548만여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피고 B건물 관리위원회는 원고 A사에 1097만9104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 판결은 항소 제기 없이 확정됐다. 

B건물 관리위원회는 2018년 4월 30일과 5월 1일 연달아 A사와 36개월(2018년 5월 1일부터 2021년 4월 30일까지)의 관리업무 위·수탁계약과 소독(방역)관리 용역 계약, 물탱크(저수조) 청소 계약을 각 체결했다.

그러나 이듬해 1월 24일 B건물 관리위원회는 A사에 위 관리·소독·청소 계약을 민법 제689조 제1항에 의해 그해 2월 28일 종료한다는 취지로 통보했고, 이에 A사는 계약 종료일 새로운 관리업체에 관리업무를 인수했다.

재판부는 청구원인에 관한 판단에서 먼저 이 사건 관리계약은 위임계약이 맞으나 소독·청소계약은 “관련 법령에서 관리위원회로 하여금 하도록 정해진 소독업무와 물탱크 청소업무를 처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 계약이므로 관리위원회의 주장과 달리 그 법적 성격은 민법상 도급계약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관리계약에 의하면 A사는 소독·청소계약에서 정한 업무를 다른 사람에게 위임해 처리할 수 있으며, 그 비용도 A사가 아닌 관리위원회나 입주민들이 부담하도록 규정돼 있는 점 ▲A사는 관리위원회에 관리계약 체결 전 계약금액 산출의 기초가 된 산출내역서를 제시했고, 그곳에는 소독·청소계약의 내용인 소독업무와 물탱크 청소업무에 대한 비용이 포함돼 있지 않았으며, A사는 별도로 관리위원회에 이 사건 소독·청소계약에 관한 견석서를 제시한 점 등에 비춰 “이 사건 소독·청소계약은 관리계약과 별도로 체결된 계약”이라고 명시했다.  

이어서 재판부는 “피고가 이 사건 관리계약을 해지한 것은 부득이한 사유 없이 원고가 불리한 시기에 이뤄진 것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관리계약의 해지에 따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그 근거로 “이 사건 관리계약과 같이 위임인과 위임사무의 처리를 업으로 하는 상인인 수임인 사이에 일정한 위임기간을 정해 위임계약을 체결하고 위임기간 동안 위임인이 수임인에게 정기적으로 사무처리에 대한 보수로서 일정한 대가를 지급하는 형태의 위임에 있어서는 위임기간이 수임인의 이익을 위해서도 정해진 것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재판부는 “피고의 관리계약 해지통보는 A사가 이 사건 관리계약에 따라 B건물의 관리행위를 개시한 때로부터 9개월도 경과하지 않은 때에 이뤄졌고, 피고가 이처럼 관리계약을 급하게 해지할 만한 특별한 사정도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원고가 이 사건 관리계약에 따라 B건물을 관리하려면 관리소장, 시설관리인, 경비원, 미화원 등 관리인력을 고용해야 할 것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장기간 계속될 것임을 기대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실제 원고는 C씨 등과의 사이에 고용계약을 유지해 B건물의 관리업무를 수행했고, 피고도 이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고 강조했다.

종전 업무 소홀 지적했지만
관리계약 다시 맺어

B건물 관리위원회는 관리계약 해지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 사건 관리계약 체결 전에 있었던 건축법 위반 건축물 설치 문제, 시공사에 대한 하자보수 요청업무 소홀 문제 등에 관해서는 ‘이 사건 관리계약’을 위반한 행위로 볼 수 없고, 종전에 체결된 원고와 피고 사이의 관리계약을 위반한 것으로 볼 수는 있을 것이나, 피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종전에 체결된 관리계약에 따른 의무를 원고가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고 보기에 부족하다”며 “피고가 지적하는 위 각 문제에 대한 최종적인 의사결정권자는 피고이고 원고는 피고를 보조하는 지위에 있는 자에 불과하다. 또한 피고는 원고와 이 사건 관리계약을 다시 체결했다”고 꼬집었다.  

또한 재판부는 ▲이 사건 관리계약 체결 이후 A사의 관리 소홀 행위와 관련해서는 관리위원회 스스로 작성한 회의록, 공고문 외에는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는 점 ▲설령 A사의 관리 소홀이 있다고 하더라도, B건물 관리위원회로서는 관리계약 제13조 제1항에 따라 우선 A사에 그에 대한 시정을 요구하고 그런데도 A사가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경우에 해지할 수 있는데 그와 같은 절차를 거치지 않은 점 등을 살폈다고 밝혔다.

계약 해지 받아들였지만
손배책임 구할 수 있어

이와 함께 재판부는 “이 사건 소독·청소계약은 앞에서 본 것처럼 민법상 도급계약으로 보이므로, 피고의 이 사건 소독·청소계약에 대한 해지의 의사표시는 위임계약과 관련한 민법 제689조 제1항에 의한 해지의 의사표시가 아니라 도급계약에 관한 민법 제673조에 의한 해제의 의사표시로 보인다”며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민법 제673조에 따라 이 사건 소독·청소계약의 해제에 따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또한 “피고의 이 사건 소독·청소계약에 대한 해지의 의사표시는 확정적인 채무 이행거절의 의사표시이고, 원고도 피고의 위 의사표시를 받아들이기로 한 이상 그로 인해 이 사건 소독·청소계약은 해제됐다. 다만 손해배상책임을 유보한 원고로서는 피고의 이행거절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구할 수 있다고 보인다”며 “그 이후 피고와 관리계약을 체결한 다른 업체가 원고에게 이 사건 소독·청소계약의 유지를 요청한 사정만으로는 원고와 피고가 이 사건 소독·청소계약을 합의해제했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이 사건 관리계약 해지에 따른 손해배상의 범위에 대해서는 “이 사건 관리계약이 적당한 시기에 해지됐더라면 입지 않았을 손해에 한정된다 할 것”이라며 “그 손해액은 이 사건 관리계약이 해지된 때로부터 6개월분에 해당하는 순이익이라고 봄이 타당하다”고 매월 순이익액 172만434원의 6개월분인 1032만2604원의 지급을 명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민법 제689조에서 임의해지권을 규정한 이상 그 해지권이 지나치게 제한되지 않도록 해석해야 할 것이므로, 남은 계약 기간 전체에 대한 이익을 구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보인다 ▲원고로서는 이 사건 관리계약이 해지됨에 따라 다른 집합건물의 관리업무를 수주할 수 있게 됐으나, 그와 같은 수주 활동에는 상당한 기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원고가 이 사건 관리계약에 따른 업무를 하기 위해 고용계약을 체결·유지한 직원들은 2019년 2월 28일경 대부분 퇴직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소독·청소계약 해지에 따른 A사의 손해에 대해서는 “향후 일을 완성했다면 얻었을 이익이라고 할 것이므로, 잔여 계약 기간에 원고가 얻을 수 있는 순이익을 합한 금액이라고 봄이 타당하다”며 65만6500원(소독 1회당 순이익 3만원 × 13회 + 청소 1회당 순이익 5만3300원 × 5회)의 지급을 명했다. 

저작권자 © 아파트관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