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결정: 헌법재판소 “반의사불벌죄 규정 합헌”

[아파트관리신문=고경희 기자] 헌법재판소는 지난달 29일 정보통신망 명예훼손죄를 ‘반의사불벌죄’로 규정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70조 제3항’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결정을 선고했다. 인터넷 글을 본 제3자가 고발을 해도 공판이 진행될 수 있다는 것이 명확해진 만큼 아파트 홈페이지나 인터넷카페에 비방·비판글을 올릴 때 주의가 요구된다.

헌법재판소

고소권자의 고소가 있어야 공소제기를 할 수 있는 ‘친고죄’와 달리 ‘반의사불벌죄’는 피해자의 고소가 없어도 제3자가 고발해 국가기관이 수사와 공판을 독자적으로 진행할 수 있지만,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명시적인 의사표시를 하는 경우에는 처벌할 수 없다.

형법 제312조 제1항은 사자명예훼손죄와 모욕죄를 친고죄로 규정하고 있는 반면 정보통신망법 제70조 제3항은 ‘비방할 목적 정보통신망 이용 거짓사실 적시 명예훼손죄’를 반의사불벌죄로 규정하고 있다.

이 사건의 청구인은 연예인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팬으로부터 고발을 받고 정보통신망법 위반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돼 법원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이에 정보통신망법 제70조 제2항의 명예훼손죄를 친고죄로 정하지 않고 반의사불벌죄로 규정한 정보통신망법 제70조 제3항에 대해 위헌제청 신청했으나 기각되자 법률조항이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형법상 모욕죄, 사자명예훼손죄와 정보통신망법의 명예훼손죄는 사람의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인 ‘외적 명예’를 보호법익으로 한다는 점에 공통점이 있다. 그런데 모욕죄는 피해자에 대한 구체적 사실이 아닌 추상적 판단과 감정의 표현이라는 점에서, 사자명예훼손죄는 생존한 사람이 아닌 사망한 사람에 대한 허위사실 적시라는 점에서 각 불법성이 감경되는 반면 정보통신망법의 명예훼손죄는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해 거짓사실을 적시한다는 점에서 행위불법과 결과불법이 가중된다는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친고죄의 범위를 넓게 설정하면 고소가 있어야 수사 및 형사소추가 개시될 것이므로 피해자의 의사를 폭넓게 존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피해자가 범죄자의 보복 또는 사회적 평판이 두려워 고소를 하지 못하게 될 우려가 있다”며 “반면 반의사불벌죄의 범위를 넓게 설정하면 피해자의 고소 없이도 수사 및 형사소추가 개시돼 범죄자의 손해배상과 합의를 촉진한다는 장점이 있으나 비교적 경미한 범죄에 대해서도 고소가 없는 상태에서 수사가 개시돼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는 결과가 초래되므로 어느 한쪽의 범위를 넓히는 것이 반드시 합리적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에 헌재는 입법자가 이러한 사정과 함께 공소권 행사로 얻을 수 있는 이익과 피해자의 의사에 따라 공소권 행사를 제한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익의 조화 등을 종합적으로 형량해 그 친고죄, 반의사불벌죄 여부를 달리 정한 것으로 보고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죄를 반의사불벌죄로 정한 심판대상조항이 형벌체계상 균형을 상실해 평등원칙에 위반된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정보통신망법 명예훼손죄를 반의사불벌죄로 규정한 것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한편 아파트 홈페이지나 인터넷카페를 통해 입주민 간, 입주민과 관리사무소 간 비방·비난글을 올려 법적 처벌을 받는 사례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어 명예훼손에 대한 경각심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남부지방법원은 오피스텔 관리 문제로 대립하다 서로를 비방하는 내용의 글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및 TV프로그램 게시판에 써 정보통신망법 위반(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서울 구로구 A오피스텔 관리소장과 입주민에게 각각 벌금형을 선고했다.

법원은 TV프로그램 게시판 글에 소장을 개인을 규탄하는 내용과 함께 실명 등이 기재된 점에서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었다는 입주민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소장은 입주민에 대해 공연한 사실과 허위사실을 적시해 명예를 훼손했다고 밝혔다.<본지 제1338호 2021년 4월 26일자 게재>

이에 앞서 수원지방법원 평택지원은 아파트 홈페이지에 ‘관리소장이 비리를 저질렀다’는 허위글을 게시해 명예훼손 혐의를 받은 경기 안성시 B아파트 이장과 입주자대표회장 직무대행에 대해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본지 제1335호 2021년 4월 5일자 게재>

다만, 사실에 입각해 공공의 이익을 위한 목적으로 글을 게시한 경우 명예훼손을 위한 비방글이라고 볼 수 없다는 판결도 나왔다.

대구지방법원 서부지원(판사 전우석)은 입주민 카페에 동대표들에 대한 비방글을 올렸다며 정보통신망법위반(명예훼손) 혐의를 받은 대구 달성군 C아파트 입주민 D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동대표들과 관리소장은 2019년 1월 입주자대표회의를 개최했고 당시 입주자들 중 참관인은 D씨 한 명뿐이었다. D씨는 회장으로부터 발언권을 얻어 발언을 하던 중 발언시간이 길다는 이유로 주의를 받게 되자 이에 항의했고 그 과정에서 동대표 등과 과격한 고성이 오갔다. 동대표들은 D씨의 항의를 제지하며 D씨를 회의장 밖으로 내보냈고 D씨가 다시 회의장 안으로 들어와 가스분사기를 동대표들에게 겨눴으며, 소란이 약 1분 40초 정도 지속되자 회의가 중단됐다. D씨는 이 행위로 형사 입건됐다.

이 장면을 촬영한 동대표는 입주민 인터넷카페에 회의 중 소란에 관한 글을 게시하고 D씨가 가스분사기를 들고 있던 사진을 첨부했으며, 이틀 뒤 같은 내용의 글을 올리면서 D씨가 회의장으로 다시 돌아와 가스분사기를 겨누는 5초 분량의 영상을 첨부했다.

D씨는 입주민 인터넷카페에 ‘경찰서 사건처리결과 통지문 카페 게시’라는 제목으로 ‘자기들의 중한 위협, 욕설, 협박 등은 동영상에 없고 제가 가스분사기 드는 장면만 있기에 영상이 편집됐습니다. 동영상을 보면 제가 협박한 내용도 없습니다. 단지 2명의 동대표에게 내게 협박과 욕설, 폭행 등을 하지 말라는 차원에서 방어수단으로 사용했을 뿐…’이라는 내용의 글을 게시했다.

D씨가 게시한 글이 명예훼손에 해당하는지에 대해 재판부는 “이 사건은 공적 사안을 논의하던 자리에서 발생한 사건이고 동대표가 입주민 카페에 전후 장면은 모두 편집하고 피고인이 가스분사기를 소지해 회의장으로 들어오는 장면만 발췌해 사진과 동영상을 게시한 점, 피고인으로서는 자신이 일방적으로 가해자로 몰리게 되자 당시 상황을 해명하는 차원에서 전후 장면을 모두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글을 게시한 점, 입주민들에게 사건의 실체에 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동영상 전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었던 점, 피고인이 게시한 글은 객관적 사실에 대체로 부합하는 점 등을 종합해 보면 피고인에게 비방의 목적이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와 함께 수원지방법원 제3형사부(재판장 김수일 부장판사)는 아파트 홈페이지에 “하자보수 협의 중 중대한 하자를 누락해 재심의를 요청했고 동대표 10명 중 9명이 찬성해 재심의하기로 했으나 이를 묵살하고 심의하지 않았다”는 글을 게시해 정보통신망법 위반(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입주민 E씨에 대해 1심과 같이 무죄 판결을 내렸다.

해당 아파트 대표회의에서 의결한 하자협상 안건에 대해 입주민들이 재심의를 요청했고 이에 대표회의에서 재심의 및 의결이 이뤄졌다. 대표회의가 재심의 및 의결 후 건설사에 ‘합의서에 포함돼 있지 않은 중요부분 하자도 처리해 주고 재합의를 체결하거나 그에 준하는 법적 절차를 이행해 달라’는 공문을 보내기는 했으나, 달리 재심의·의결 사항인 ‘기존 합의서에 공용부의 하자보수에 관한 내용을 추가하거나 비용추계서를 공개하거나 방화문 하자부분을 보수한다’는 내용에 관해 재합의를 하지 않았다. 이에 E씨는 ‘대표회의에서 의결한 하자협의 안건에 대해 건설사와 다시 협상하기로 재심의·의결이 이뤄졌으나 이를 묵살하고 심의하지 않았다’는 글을 아파트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검사는 E씨가 ‘입주자대표회장이 재심의 요청을 묵살하고 심의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글을 올렸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피고인이 글을 게시하면서 ‘건설사와 다시 협의하지 않았다’는 것을 ‘심의하지 않았다’고 표현한 것으로 보이고 ‘대표회장이 재심의·의결 사항을 건설사와 제대로 협의하거나 의결내용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추가 글을 올린 점 등에서 비록 게시글에 사용된 용어나 어법에 부정확한 부분이 있고 일부 세부적인 내용이 진실과 약간 차이가 나거나 다소 과장된 표현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내용 전체의 취지를 살펴볼 때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합치된다고 할 것”이라면서 게시글 내용이 허위거나 E씨가 이를 허위라고 인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또 “아파트 홈페이지는 입주민들만 볼 수 있게 돼 있고 하자보수 및 건설사와의 협상 문제는 입주민들 사이의 공적 관심 사안에 해당해 E씨가 게시글을 올린 목적은 입주민 공공의 이익을 위한 데 있다”면서 무죄를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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