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 판결

[아파트관리신문=고경희 기자] 오토바이를 타고 출근하던 중 불법유턴을 하다 속도위반 차량과 부딪힌 아파트 청소원의 부상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2단독은 최근 아파트 청소원 A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요양불승인처분취소 청구소송에서 “피고가 원고에 대해 한 요양불승인처분을 취소한다”는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 판결은 근로복지공단이 항소를 제기하지 않으면서 그대로 확정됐다.

충북 청주시의 한 아파트에서 근무하는 청소원 A씨는 2019년 2월 오토바이를 운전해 출근하던 중 유턴을 해서는 안 되는 양방향 직진 신호 상태에서 유턴을 하다 반대방향에서 오던 두 대의 차량에 부딪혔다. 사고가 발생한 도로는 A씨가 진행하던 방향은 편도 4차로, 반대방향은 편도 3차로로 이뤄졌으며 A씨는 반대방향 2차로까지 침범해 차량과 충돌했다. 당시 촬영된 CCTV 영상에서 사고 당시 양 방향으로 차량이 다수 통행하고 있었음이 확인됐다.

이 사고로 A씨는 패혈성 쇼크, 골절 등의 진단을 받고 근로복지공단에 요양신청을 했으나, 공단은 “A씨의 재해는 출근 중에 사고가 발생했으나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제3조 제2항에서 정하는 중과실에 해당하는 행위고 사고 원인이 A씨의 전적 또는 주된 행위로 발생했다”며 출퇴근 재해를 인정하지 않고 요양불승인결정을 했다.

이에 A씨는 “이 사고가 본인 중과실에 의해 발생했다거나 오로지 본인의 신호위반행위에 의해 발생했다고 볼 수 없다”면서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요양불승인처분 취소를 구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은 근로자가 사업주가 제공한 교통수단이나 그에 준하는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등 사업주의 지배관리 하에서 출퇴근 하는 중 발생한 사고, 그 밖에 통상적인 경로와 방법으로 출퇴근 하는 중 발생한 사고로 부상, 질병 또는 장해가 발생하거나 사망하면 업무상 재해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근로자의 고의, 자해행위나 범죄행위 또는 그것이 원인이 돼 발생한 부상, 질병, 장해 또는 사망은 업무상 재해로 보지 않는다고 정했다.

재판부는 “사고가 발생한 도로의 구조, 당시 교통상황, 신호체계, 1차 충격 지점 등에 비춰 볼 때 원고의 과실 정도가 가볍지 않다”면서도 “그러나 이 사고가 오로지 또는 주로 원고의 신호위반행위로 인해 발생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달리 증거가 없으므로, 이 사건 상병이 산재보험법에서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지 않는 ‘범죄행위가 원인이 돼 발생한 부상’이라고 볼 수 없다”며 근로복지공단의 처분이 위법하다고 밝혔다.

재판부에 따르면 사고가 발생한 도로는 제한속도가 시속 60km였는데, 도로교통공단에서 분석한 바에 의하면 사고 당시 1차량(첫 번째로 충돌한 차량)의 제동 전 진행 속도는 시속 63km, 2차량(두 번째로 충돌한 차량)의 제동 전 진행 속도는 시속 77km로 추정되고 1차량의 진행속도가 시속 63.5km일 때 정지가능 거리는 약 37.48m, 2차량의 정지가능 거리는 약 50.88m로 추정된다.

재판부는 “사고 당시는 일출 전이기는 했으나 원고는 오토바이 전조등을 작동하고 있었고 사고 도로는 직선 구간이었으며 1, 2차량 운전자의 전방 시야를 방해하는 요소는 드러나지 않는다”며 “1, 2차량 운전자가 속도위반을 하지 않았다면 정지가능 거리를 앞두고 원고를 발견해 사고를 회피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충격 양상에 비춰 2차량의 충격에 의해 부상이 크게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은데 2차량 운전자의 제한속도 위반 정도가 가볍지 않고 이 사건 상병을 1차량의 충격과 2차량의 충격으로 인한 부분으로 구분하기도 곤란해 보인다”면서 A씨의 요양불승인처분 취소 청구를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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