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에어컨 피크타임 때마다 아파트 내 전기요금 관련해 말들이 많아진다. 누진율이 어떻다느니, 부과방식이 문제 있다느니. 사실 공동주택의 전기요금 체계는 조금 복잡하다. 어떤 기준으로 부과되는지 알쏭달쏭하기까지 하다. 아파트에서 전기요금은 보통 관리비에 포함돼 일괄적으로 빠져나가기 때문에 입주민들이 주의를 기울여 들여다보지 않을 때도 많다.

찬찬히 살펴보면 아파트마다 전기요금 계약방식이 다름을 알 수 있다. 전력공급방식도, 요금부과방식도 모두 같지는 않다. 어떤 전력을 어떤 계약 방식으로 공급받느냐에 따라 같은 전력량을 사용해도 입주민이 부담하는 전기요금이 달라진다.

통상 전기요금은 전압에 따라 가격에 차이가 있다. 송전선을 통해 멀리까지 보내느라 높인 전압을 다시 낮추려면 수고가 더 들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대다수의 아파트는 고압으로 전력을 공급받는다. 고압아파트는 단지 내 각 가구에 송전하는 전압을 낮추기 위해 수변전시설을 갖춰야 한다. 주택용 저압요금은 고압의 전력을 변압기를 통해 일반 가정에서 쓸 수 있는 220V로 바꿔서 보내야 하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비용이 들고, 따라서 주택용 고압요금보다 비싸다. 이 지점이 고압아파트 전기료 부과 쟁점의 출발점이다. 대체로 일반용 고압요금이 가장 저렴하고 주택용 고압요금, 주택용 저압요금 순으로 단가가 올라간다.

아파트에서 전기를 사용하려면 한전과 공급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단독주택의 경우 사용한 전기에 해당하는 요금을 직접 한전에 지불하는 반면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은 각 세대들이 사용한 전력 이외에도 주차장이나 엘리베이터, 경비실, 노인정, 가로등 등 공용사용량이 있어 단독주택과는 계약방식이 다르다.

아파트 전력공급 계약에는 단일계약과 종합계약 두 가지 방식이 있다.

단일계약은 한전이 아파트 전체와 일괄 계약을 맺는 것이다. 공용전기와 세대별 전기 사용량이 모두 합산돼, 이를 바탕으로 전기요금을 책정한다. 이에 비해 종합계약은 한전이 각 세대별로 직접 사용량을 검침해서 요금을 부과하며, 공용전기는 세대별 사용량과 별도로 검침해서 사용액을 정한다. 관리사무소에서는 공용전기 요금을 세대별로 나눠 세대별 요금에 얹어서 청구한다. 즉, 단일계약과 종합계약의 차이는 세대부 전기요금과 공용부의 전기요금을 책정할 때 어떤 요금제가 적용되는지의 차이다.

입주민 입장에서는 대체로 단일계약이 종합계약에 비해 저렴한 것으로 나온다. 그렇다고 종합계약보다 단일계약이 경제적으로 꼭 유리한 것은 아니다. 공용부의 전력요금을 입주세대가 공동으로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공용부의 전기요금이 어떤 요금제에 의해 결정되느냐에 따라 그 결과는 달라진다.

상당수 고압아파트가 한전과 단일계약 돼 있다. 저압요금으로 세대별로 부과하고 공용은 따로 부과하지 않고 저압으로 계산해서 남는 비용으로 공용을 커버하기도 한다. 앞으로는 이런 아파트의 경우 더욱 주의를 해야 하고 내부논의와 조정·합의가 있어야 할 것 같다.

이와 관련해 대법원의 의미 있는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최근 아파트 입주민이 입대의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2심 판결을 뒤집고 사건을 파기·환송하는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은 “단일계약방식으로 공급된 전기 사용료 납부대행을 위해 세대별 부담액을 산정, 징수함에 있어 주택용 저압요금단가를 적용해 전용부분 전기료를 과다징수하고 그 초과금을 공용부분 전기료에 충당함으로써 입주민들이 손해를 입었다”며 2심 판결을 파기했다. 이번 판결에 특히 촉각을 세우는 이유는 이전에 판례가 없었기 때문이다. 

판결의 의미와 향후 추이여부에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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