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급 아닌 위임계약 판단

대법원 확정 판결

[아파트관리신문=서지영 기자]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입주기간 동안 아파트 관리를 맡았던 위탁관리업체에 계약기간 1년이 안 돼 계약 해지를 했으므로 미리 지급된 직원들의 퇴직급여충당금을 반환하라는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 도급계약이므로 반환의무가 없다는 업체 측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대법원 제3부(주심 대법관 노태악)는 최근 경북 칠곡군 A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제기한 1756만여원의 부당이득금 청구소송의 1심과 2심에서 패소한 주택관리업체 B사에 대해 상고를 기각하는 판결을 내렸다. 소액사건심판법 제3조에서 규정한 상고 가능 사유가 없다는 이유였다.

B사는 2017년 10월 18일경 A아파트 사업주체인 C사와 계약기간 1년의 아파트 위수탁관리계약을 체결(이하 ‘이 사건 관리계약’)하고 그해 11월 10일경부터 관리업무를 수행했다. 이듬해 3월경 A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구성된 뒤 그해 6월 20일경 관리업체로 D사가 선정돼 B사는 그달 30일경 관리업무를 종료했다.

B사는 매달 관리직인건비, 경비비, 청소비 등을 청구했는데, 이러한 청구내역에는 1년치 퇴직금을 12개월로 나눈 적립금(이하 ‘이 사건 퇴직급여충당금’)도 포함돼 있었다. B사의 관리계약 종료로 A아파트에서 근무하던 B사의 직원들 중 많은 직원들이 같은 일자로 퇴사했는데(그 전에 퇴사한 직원들도 존재), 이로 인해 근무일수가 1년이 되지 않은 직원들에 대해서는 B사가 퇴직급여충당금을 지급하지 않은 채 그대로 보유했고, 그 금액이 1756만여원이었다.(이하 ‘이 사건 보유금’) A아파트 대표회의는 이 금액에 대한 반환을 주장하며 이번 소송을 제기했다.

대표회의와 B사의 주장은 이 사건 관리계약이 지급되지 않은 퇴직급여충당금의 반환청구가 가능한 위임계약인지 여부를 두고 갈렸다.

재판부는 “이 사건 관리계약은 민법상 위임계약에 해당하고, 피고 B사가 지급받은 퇴직급여충당금은 위임사무를 처리하는데 필요한 선급비용이므로, 다른 사정이 없는 한 피고는 원고 대표회의에 이 사건 보유금을 반환하고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며 대표회의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관리업무의 내용 및 성격, 선관주의 의무의 부과, 위탁자와의 지속적인 보고 승인 관계 등에 비춰, 이 사건 관리계약은 일의 완성 및 그 일의 결과에 대해 보수를 지급하기로 하는 도급계약이 아니라 사무의 처리를 위탁하는 위임계약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또 재판부는 공동주택관리법 제52조 제6항에서 주택관리업자의 지위에 관해 공동주택관리법에 규정이 있는 것 외에는 민법 중 위임에 관한 규정을 준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점도 근거로 덧붙였다.

이어서 재판부는 “이 사건 관리계약이 당사자 간의 합의에 의해 정한 일정금액을 매월 지급하는 것을 원칙으로 정하고 있기는 하나, B사가 주장하는 대로 도급금액 내에서 모든 업무 수행을 하도록 예정된 도급계약이나 비용정산 등이 예정되지 않은 비전형 위임계약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 이유로는 ▲매월 지급액을 정한 근거가 관리업무에 필요한 인원을 정해 그러한 인원을 운용하는 데 필요한 직접인건비, 간접노무비 등인 점(수당 등 여러 명목을 구체적으로 적시해 정한 것을 볼 때 단순히 산출근거에 불과한 것이라 보기 힘듦) ▲관련법령의 변경에 따른 임금 상승분이나 관리직원의 경조휴가로 인한 대체노무비, 명절 교통비, 하절기 휴가비 등 특별격려금, 연장, 야간, 휴일근로수당, 퇴직금 등을 추가로 지급해야 할 경우가 발생하면, 그 비용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 점 ▲그 외 법정교육 등 필수적 비용에 대한 실비정산도 예정돼 있는 점 등이 제시됐다.

아울러 재판부는 “설령 피고 B사의 주장과 같이 이 사건 관리계약이 민법상 전형적인 위임계약이 아니라 하더라도, 이 사건 관리계약서 제5조 제1항 제3호는 피고의 직원에게 퇴직금 지급사유가 발생한 경우 퇴직금을 관리비로 부과·징수해 피고에게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다만 실제로는 원고 대표회의가 위 규정과는 달리 원고의 편의를 위해 피고에게 미리 퇴직급여충당금(적립금) 명목으로 매월 퇴직금 비용을 미리 지급해 왔던 것으로 보이고, 그렇다면 원·피고가 이 사건 관리계약상 퇴직금 지급약정과 무관하게 임의로 퇴직급여충당금을 미리 지급하고 이를 보관하고 있는 것에 불과하므로, 퇴직금 지급사유가 발생하지 않은 이상 이 사건 관리계약의 성질과는 무관하게 원고가 선급한 퇴직급여충당금의 반환을 구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대표회의가 이 사건 관리계약의 위탁자 지위 및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승계했고 ▲이 사건 관리계약이 적법하게 종료됐다고 인정하며 이와 반대되는 B사의 주장도 배척했다. 이러한 판단에는 이 사건 관리계약이 사업주체 의무관리 기간 동안의 아파트 관리를 위한 것이고, 그 기간은 공동주택관리법 제11조에 따라 입주예정자의 과반수가 입주할 때까지인 점 등이 고려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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