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북부지법 결정

정족수 미충족 결의 ‘무효’ 결정
새 낙찰자와 계약 효력 정지도

[아파트관리신문=서지영 기자]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장이 연 임시회의에서 기존 관리업체 선정 시 일부 평가표에 대한 무효 결의를 하고 기존 낙찰자가 아닌 입찰에 참여했던 다른 업체를 낙찰하는 결의를 한 것은 ‘입주자대표회의 의결사항’에 속하는 것이므로 이는 의결정족수 조건을 갖춰야 하고, 이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면 중대한 하자가 돼 결의를 무효로 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북부지방법원 제1민사부(재판장 정문성 부장판사)는 서울 동대문구 A아파트 동대표 B씨 등 7명이 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를 상대로 제기한 입주자대표회의 결의 효력정지 등 가처분 신청사건에서 최근 “본안판결 확정 시까지 ▲대표회의가 2020년 12월 4일 C사를 관리업체로 선정한 결의의 효력을 정지하고 ▲2020년 12월 7일 C사와 체결한 위수탁관리계약의 효력을 정지하며 ▲대표회의는 C사와의 위수탁관리계약을 이행해서는 안 된다”는 결정을 내렸다.

“대표회의가 2020년 12월 4일 한 2020년 11월 24일자 주택관리업자 선정 입찰 평가표 유무 결의의 효력을 본안판결 확정 시까지 정지한다”는 신청은 기각됐다.

재판부에 따르면 A아파트 대표회의는 주택관리업체 선정을 위해 2020년 11월 24일 입찰에 참여한 5개 관리업체의 현장 프레젠테이션을 들었다. 평가위원 18명(동대표 13명, 주민 2명, 동대문구청 공무원 3명으로 구성)의 평가 결과 D사가 최고점을 취득했고, 그날 회의록에는 ‘낙찰 업체: D사’로 기재돼 있었다.

그런데 대표회장 E씨는 D사와 위수탁관리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채 그해 12월 4일 ‘주택관리업체 선정 입찰 평가원 평가점수 관련 임시회의’라는 이름으로 회의를 개최했다.

해당 회의에 동대표 6명, 주민 2명 등 평가위원 8명이 참석한 가운데, 앞선 11월 24일자 관리업자 선정 입찰 평가표 유무 결정(안) 의결이 이뤄졌고, 평가위원이 총점을 직접 기록하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로 평가위원 2명의 평가표를 무효로 결정했다.(이하 ‘이 사건 평가표 결의’) 이에 나머지 16명의 평가표를 다시 집계한 결과 D사가 탈락되고 입찰에 참여했던 다른 업체인 C사가 최고점을 받아 낙찰됐다.(이하 ‘이 사건 낙찰 결의’)

A아파트 대표회의는 이러한 결과를 같은 해 12월 7일 D사에 알리고 이날 C사와 아파트 위수탁관리계약을 체결했다.

이와 관련해 B씨 등 동대표 7명은 “2020년 11월 24일자 회의에서 C사가 주택관리업자 선정을 위한 입찰의 낙찰자로 선정됐음에도 회장 E씨는 정체불명의 회의를 열어 앞선 낙찰자 선정 결과를 번복했다”며 “관리업체 선정은 입주자대표회의 구성원들의 과반수 찬성을 요하는 결의사항인데, 2020년 12월 4일자 회의는 입주자대표회의가 아닐 뿐만 아니라 평가위원 과반의 참석 및 찬성을 얻지도 못했다”고 지적했다.

반면 대표회장 E씨는 “18번 평가위원이 14번 평가위원의 평가표에 점수를 기재한 중대·명백한 하자가 있음에도 이를 간과한 채 D사가 낙찰자로 선정돼 공정한 주택관리업자를 선정해야 하는 책무에 따라 D사와 계약을 체결하지 않고 평가표 무효 여부 확인을 위한 평가위원 소집 통지를 했다”며 “이러한 소집은 평가표 무효 여부를 확인한 다음 유효한 평가표에 기초해 점수를 합산하고 최종적인 낙찰 확인을 위한 것으로, 입주자대표회의 또는 평가위원 회의의 본래적 의결사항에 관한 것이 아니다”라고 맞섰다.

그러면서 “결국 2020년 12월 4일자 회의에서는 일부 평가표의 유무효 확인이 있었을 뿐 새로운 결의가 있었던 것은 아니므로 해당 회의의 결정은 적법하고, B씨 등에게 피보전권리 내지 보전의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대표회의 의결사항 맞아
의결정족수 부족해 하자”

그러나 재판부는 “이 사건 낙찰 결의는 그 자체로 입주자대표회의 의결사항인 주택관리업자의 선정 결의로서, 2020년 11월 24일자 회의에서 이뤄진 낙찰 업체 결정과 구별되는 독립된 결의에 해당한다”며 이에 배치되는 취지의 회장 E씨 주장은 이유 없다고 배척했다.

재판부는 2020년 12월 4일자 회의의 회의록에 ‘입찰 PT에서 최고점을 받은 C사를 주택관리업체로 낙찰 선포했다’고 기재돼 있는 점에 비춰 “이러한 부분은 2020년 11월 24일자 회의에서 D사가 낙찰 업체로 결정된 내용을 변경하고 이 사건 입찰의 낙찰자를 선정하는 의결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이어 “설령 그것이 2020년 11월 24일자 회의의 후속 절차로서 진행된 것이라고 하더라도 2020년 12월 4일 C사를 최종적인 낙찰자로 결정하는 내용의 이 사건 낙찰 결의를 입주자대표회의의 독립된 결의가 아니라고 할 수는 없다”고 못박았다.

이에 재판부는 해당 회의에 전체 동대표 13명 중 절반에 미달하는 6명만이 참석해 이 사건 낙찰 결의를 한 것이 관계 법령 및 관리규약에서 정한 입주자대표회의 의결정족수를 충족하지 못한 것이 되므로, 이 사건 낙찰 결의는 절차상 중대한 하자가 있어 무효라고 판단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18번 평가위원이 14번 평가위원을 도와 14번 평가위원의 평가표 중 일부를 작성한 사실은 소명되지만, 위 평가표에 기재된 입찰 참가업체에 대한 각 점수는 14번 평가위원이 스스로의 의사에 따라 부여한 것으로 보이므로, E씨의 주장과 같이 2020년 11월 24일자 회의에서 이뤄진 평가 절차에 중대·명백한 하자가 있다고 보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설령 그러한 하자가 있다고 하더라도 의결정족수를 갖추지 못한 이 사건 낙찰 결의가 무효라는 판단에 영향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이 사건 낙찰 결의가 무효인 이상, 대표회의 구성원인 B씨 등이 그 효력의 정지를 구하는 신청은 피보전권리가 소명되고, 대표회의가 위 결의의 유효함을 주장하며 C사와 위수탁관리계약을 체결하는 등 기록상 소명되는 제반사정에 비춰 보면 가처분으로 그 효력을 정지할 보전의 필요성도 소명된다”고 판시했다.

평가표 결의의 효력 정지를 구하는 가처분신청의 경우 본안소송인 결의무효확인소송의 확인의 이익이 인정되지 않을 것으로 보여 피보전권리 내지 보전의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기각 이유를 밝혔다.

특히 “이 사건 평가표 결의는 이 사건 낙찰 결의의 사전 절차에 해당되거나 그 결의에 포함된 것으로 봄이 타당하므로, B씨 등이 이 사건 낙찰 결의 이외에 이 사건 평가표 결의의 무효확인을 별개로 구하는 것은 B씨 등의 법적 지위에 대한 불안·위험을 제거하는 데 가장 유효·적절한 수단이 된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관리계약 효력 다툴 필요 인정

이어서 재판부는 C사와의 계약효력정지 등 가처분 신청과 관련해 “B씨 등으로서는 본안소송을 통해 이 사건 관리계약의 효력을 다툴 필요성이 있다고 보이므로 피보전권리의 존재가 소명된다”고 밝혔다. 나아가 “이 사건 관리계약을 기초로 새로운 법률관계가 형성되는 경우 향후 그 효력을 둘러싸고 법적 분쟁 및 혼란이 가중될 것으로 보이는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하면, 가처분으로 이 사건 관리계약의 효력 정지 및 이행의 금지를 구할 보전의 필요성도 소명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피보전권리 인정 근거로 먼저 “이 사건 아파트의 입주자이자 대표회의 구성원으로 동대표인 B씨 등은 대표회의와 C사 사이에 이 사건 관리계약이 체결됨으로써 관계 법령 및 관리규약에서 정한 주택관리업자의 선정권을 침해당하거나 관리비 부담 의무를 부담하는 등 권리 또는 법적 지위에 위험·불안이 발생한다”고 밝혔다.

또한 재판부는 동대문구청장이 2020년 1월 5일경 A아파트 대표회의가 D사와 체결한 계약서를 제출하라는 명령에 따르지 않고, C사와 체결한 계약서를 제출했다는 이유로 대표회의에 대해 과태료를 부과했음을 알리며 “이 사건 관리계약에 따른 계약상 채무 및 과태료 등에 대해 대표회의의 구성원인 B씨 등이 종국적인 변제 책임을 질 우려가 있는데, 그 원인이 된 이 사건 관리계약의 효력을 확인판결로 확정시키는 것이 분쟁해결을 위해 유효적절한 수단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 사건에서 B씨 등의 소송대리인을 맡았던 법무법인 우리로의 주규환 변호사는 “기존에 D사를 관리업체로 선정했던 것을 2020년 12월 4일 회의에서 번복한 것은 새로운 입주자대표회의 결의라고 판단했고, 따라서 해당 회의에서의 낙찰 결의는 입주자대표회의 결의사항임에도 관계법령 및 관리규약에서 정한 의결정족수를 미충족해 하자가 있었다고 판단됐다”고 이번 결정의 의미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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