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고법 결정

“입찰 무효 시위도 적법”

[아파트관리신문=고경희 기자] 아파트 재도장공사 입찰 과정에서 참여업체 모두 입찰공고에서 요구한 실적서를 제출하지 않았음에도 입찰이 진행돼 한 업체가 낙찰됐다.

이에 일부 입주민들이 계약 무효를 주장하며 피켓 시위를 하고 계약효력정지를 구해 법원으로부터 인용 결정을 받아냈다.

부산고등법원 제1민사부(재판장 김주호 부장판사)는 최근 울산 북구 A아파트 입주민 B씨와 C씨가 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와 재도장공사업체 D사를 상대로 제기한 공사계약효력정지 가처분 등 신청사건 항고심에서 각하 결정을 내린 1심과 달리 “재도장공사 계약은 B, C씨와 대표회의, D사 사이의 공사계약효력부존재확인 및 손해배상청구 사건의 본안판결 선고시까지 효력을 정지하고 대표회의, D사는 공사계약금 지급, 착공 등의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B, C씨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A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지난해 6월 옥상방수, 외벽균열보수 및 재도장공사 입찰공고를 했다. 입찰절차에는 D사를 포함한 7개 업체가 참여해 D사가 최저가 낙찰자로 선정됐고 대표회의는 D사와 공사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입주민 B, C씨는 “제한경쟁입찰인 이 사건 입찰은 주택관리업자 및 사업자 선정지침에 따라 3인 이상의 유효한 입찰이 있어야 하는데 D사를 포함해 입찰에 참가한 7개 업체들이 공고에 적시된 제출서류 중 ‘최근 3년간 500세대 이상 공동주택에서 Hi-Poly시트 복합방수 공사를 6곳 이상 완료한 실적’ 서류를 제출하지 않았으므로 입찰과 공사계약 모두 위법해 무효”라고 주장했다.

반면 대표회의와 D사는 B, C씨가 입주자에 불과해 공사계약 무효 확인을 구할 이익이 없고 실적서를 제출해 공사계약도 유효하다고 반박했다.

1심 재판부는 D사가 입찰공고에 따른 실적서를 제출하지 않아 공사계약이 무효인 점은 인정했지만 계약 체결 당사자가 아닌 B, C씨가 계약과 관련해 구체적인 법률상 이해관계를 가진다고 할 수 없다며 각하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2심의 판단은 달랐다. 2심 재판부는 “이 사건 공사계약은 모두 효력이 없음에도 대표회의와 D사가 여전히 공사계약이 유효하다고 주장하면서 다투고 있으므로, 입주자인 B, C씨로서는 무효인 공사계약의 강행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피해 즉, 입찰참가자격을 갖추지 못한 업체의 부실 내지 불완전한 시공으로 인해 전유부분 및 공유부분에 발생할 수 있는 누수, 균열 등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공사계약 무효확인을 구할 수 있다”며 B, C씨의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다만, B, C씨가 “공사계약금 지급, 착공 등의 행위를 할 경우 위반행위 1건 당 1000만원씩 A아파트에 지급하라”고 한 간접강제신청은 D사가 B, C씨를 상대로 제기한 공사업무방해금지 가처분 신청이 기각됨에 따라 공사계약 이행이 사실상 정지돼 있다는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앞서 이 법원은 D사가 입찰 무효 피켓 시위를 한 B, C씨를 상대로 제기한 공사업무방해금지 가처분 신청사건 항고심에서 “입찰과정이 사업자 선정지침을 위반해 입찰은 무효이므로 관리피해 방지를 위해 한 피켓시위가 업무방해라고 볼 수 없다”고 본 1심과 같이 D사의 항고를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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