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확정 판결

사진은 기사와 무관 <아파트관리신문DB>

[아파트관리신문=고경희 기자] 건물 외벽 유리로 인한 빛반사로 인근 아파트 입주민들이 수인한도를 넘는 생활피해를 입었다면 건물 시행사가 피해 입주민들에게 손해배상과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최근 부산 해운대구 A아파트 입주민 B씨 등이 72층 규모의 C주상복합건물 시행사 겸 시공사 D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C건물의 유리 외벽이 빛 공해를 일으킨 점을 인정해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린 2심을 확정했다.

판결에 따르면 시공사 D사는 C건물을 신축할 때 온열환경개선을 위해 외장재로 로이(low-emissivity) 복층유리를 사용했는데 로이 복층유리의 반사율은 가시광선 반사율이 29.6%, 태양광선 반사율이 37.8%에 이르러 일반적인 복층유리의 반사율(가시광선 반사율 16.8%, 태양광선 반사율 13%)보다 매우 높은 편이다.

C건물 외벽 유리는 표면이 거울과 같고 반사율이 높아서 빛이 들어오는 각도와 동일한 각도의 반대방향으로 빛이 반사되는 현상인 경면반사가 많이 일어나게 된다. 저녁 무렵이 되면 햇빛이 C건물 중 북쪽 동의 북, 서쪽 유리면에 입사되는 각도와 A아파트 방향으로 반사되는 각도가 일치하는 경면반사 현상이 발생해 태양반사광이 A아파트로 유입된다. C건물 외관이 타원형을 이루며 전체적으로 완만한 곡선으로 돼 있어 경면반사 현상에 따른 태양반사광의 유입은 상당한 시간 동안 지속된다.

빛반사 밝기가 2만5000cd/㎡를 초과하게 되면 인체는 포화효과로 인해 시각정보에 대한 지각 능력이 순간적으로 손상되는 빛반사 시각장애 상태에 놓이게 되고 이를 일으킬 수 있는 정도의 빛이 실내에 유입되는 경우에는 실내 밝기가 극대화 돼 거주자가 심리적으로 불안감을 느끼게 될 뿐만 아니라 실내에서 외부 경관을 바라보기 어렵게 돼 기본적인 주거생활에 불편을 느끼게 된다.

C건물 외벽 유리면은 상당한 시간 동안 태양광을 A아파트 일대로 반사하는데 태양반사광으로 인해 A아파트 일부 세대에는 빛반사 밝기가 빛반사 시각장애를 일으킬 수 있는 정도를 넘어서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 현상은 각 세대에 따라 연간 31일에서 187일간 발생하고 총 발생시간은 연간 1시간 21분에서 73시간이며, 하지를 기준으로 지속시간은 적게는 7분에서 많게는 1시간 15분까지다. 현상이 지속되는 중간 시간대에 나타난 빛반사 밝기는 높게는 6983만1354cd/㎡로 측정돼 빛반사 시각장애를 일으키는 최소 기준 2만5000cd/㎡의 약 2800배에 이른다.

A아파트 입주민들은 햇빛반사로 인한 눈부심으로 외부 경관을 바라볼 수 없고 반사되는 햇빛이 강할 때에는 눈을 뜨기 힘들며 이로 인해 시력도 나빠졌다고 하는 등 고통을 호소했다.

그런데 1심에서는 “C건물 외벽에서 반사되는 햇빛으로 인한 생활방해 정도가 수인한도를 넘는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면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입주민들이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를 제기, 2심은 이를 뒤집고 “C건물이 도시관리계획상 일반상업지역에 위치한 점, A아파트와 C건물의 이격거리 및 그에 대한 규제의 위반 여부, 피해의 회피가능성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하더라도 원고와 선정자들의 아파트의 경우에는 C건물의 외벽 유리에 반사돼 아파트로 유입되는 강한 햇빛으로 인해 참을 한도를 넘는 피해를 입고 있다”면서 입주민들의 일부 주장을 받아들였다. 다만, 건물 주변에 일조시간에 관한 공법적 규제가 없었던 점과 빛 반사로 인한 주거환경 침해는 일조권 침해와는 달리 침해의 정도가 상대적으로 경미한 점 등을 이유로 D사의 책임을 80%로 제한하고 피해를 입은 A아파트 입주민들에게 위자료 100만~300만원씩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대법원 역시 “태양반사광으로 인한 생활방해의 정도가 사회통념상 참을 한도를 넘었는지를 판단할 때 가해 건물로 인해 발생하는 태양반사광의 강도와 유입시간은 중요한 고려요소가 되고 나아가 그 밖의 모든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보더라도 원고와 선정자들에게 C건물의 외벽 유리에 반사된 태양반사광으로 인해 참을 한도를 넘는 생활방해가 있다고 본 원심의 결론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다”고 못 박았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A아파트 입주민들과 D사의 상고를 모두 기각, 지난달 원심을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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