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아파트 횡령사고의 관리소장·관리업체 책임 여부

<조미정 기자>

직원 및 금전 관리 책임 소홀
문제 될 수 있어

관리소장 책임 전부 부담보다
일부로 제한 판례 많아

대표회의·회계감사인에
책임 물을 수 있다는 의견도

[아파트관리신문=서지영 기자] 최근 서울 서대문구 아파트에서 일어난 수억원의 경리 횡령사건으로 또 다시 관리업계가 떠들썩하다. 해당 아파트 입주민들은 이번 사건으로 크게 충격을 받은 한편, 횡령에 따른 피해액을 어떻게 보상받을 수 있을지 고민에 빠진 것으로 전해졌다.

아파트 관리업무를 관리업체에 위탁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리직원의 횡령사고가 일어날 경우 해당 직원의 형사상 책임과 별도로 아파트 측에서는 해당 직원과 함께 관리소장, 관리업체에 대해 민사상의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 관리소장, 관리업체의 경우 직원 및 금전 관리 책임 소홀 등이 인정돼 손해액의 일부 지급 판결을 받고는 한다.

지난해 1월 창원지방법원 제1민사부(재판장 박평균 부장판사)는 경남 고성군 A아파트 경리직원이 일으킨 수천만원 상당의 횡령사건과 관련해 관리소장의 금전관리 감독 책임 소홀을 인정해 관리소장에 대한 관리업체의 횡령금 청구를 일부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A아파트 경리직원 B씨는 은행이 발행한 잔액증명서의 잔액란을 변조해 아파트 관리비 9586만여원을 횡령했고, 관리업체 C사는 B씨가 일부 변제한 횡령금을 제외한 나머지 8186만여원을 A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에 지급했다.

이와 관련, 재판부는 “피고 관리소장 D씨는 예산집행과 관리비 수납 등 금원 관리의 책임자로서 은행 출금전표, 예금잔고증명서와 관리비 통장을 대조하는 등의 방법으로 관리비 인출 및 관리 내역에 대해 확인을 하지 않는 등 의무를 위반해 피고 경리직원 B씨의 직무를 적절히 감독하지 못한 과실이 있다”며 “이는 이 사건 횡령사고로 인한 손해발생의 원인이 됐으므로 피고 D씨는 피고 B씨와 공동해 이 아파트 대표회의에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고, C사의 대위변제로써 피고 D씨와 B씨의 대표회의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은 공동 면책됐으므로 피고 D씨와 B씨는 공동해 원고 C사에 자신이 면책 받은 범위 내에서 이를 구상해줄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아파트 관리주체인 원고 C사는 전산망을 통해 회계전산자료를 감독했으며 경리직원 B씨는 원고 C사의 직원으로 C사 또한 B씨를 감독할 의무가 있었더라도 그와 같은 사정만으로 이 횡령사고에 대한 피고 관리소장 D씨의 책임이 없다고 볼 수 없다”고도 강조했다.

다만 재판부는 관리소장 D씨에 대해 ▲B씨가 은행이 발행한 잔액증명서를 변조하는 등의 방법으로 횡령하거나 횡령사실을 숨겨온 점 ▲C사 또한 이 아파트 관리주체이자 B씨의 사용자로서 B씨의 직무를 감독하는 등으로 횡령사고와 같은 금전 사고를 방지할 의무를 부담했던 점 ▲D씨는 B사의 피용자로 근무하면서 월 300만원 정도의 급여를 받았는데 급여액에 비해 횡령사고로 인한 피해 규모가 현저히 커 관리소장 개인에게 책임 전부를 부담하게 하는 것은 가혹해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해 구상금 책임 범위를 40%로 제한했다.

전주지방법원 민사6단독(판사 이유진)도 2019년 E아파트 관리소장에 대해 관리비 등을 횡령한 경리직원과 함께 공동해 횡령에 따른 입주자대표회의의 손해 일부를 책임져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경리직원이 관리비 등을 횡령하는 동안 관리소장이 관리비 장부, 아파트 통장 등을 제대로 확인·점검하지 않은 사실이 인정돼 이로써 대표회의에 손해를 발생시키고 그 손해를 확대시켰다”고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3년간 관리소장 결재 없이 대표회의 총무 또는 회장의 결재를 받아 관리비 등의 지출이 이뤄진 점, 관리소장이 여러차례 대표회장에게 아파트 회계처리방식의 개선을 요청했으나 묵살된 점, 대표회의가 회계감사를 제대로 실시하지 않아 손해를 확대시킨 점 등을 참작해 해당 관리소장의 책임을 10%로 제한했다.

또 대표회의는 주택관리사 손해배상채무보증 보험계약을 체결한 보증보험회사를 상대로도 손해배상 청구를 제기했지만 재판부는 “대표회의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보험기간 사이에 관리소장이 대표회의에 입힌 구체적인 손해액 및 변제액을 산정하기 어렵다”며 인정하지 않았다.

경리직원의 횡령건에 대해 관리회사에도 공동 책임을 물어 승소한 사건도 있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68단독(판사 심병직)은 2019년 서울 서초구 F건물 관리단이 경리직원 G씨와 관리업체 H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피고 경리직원 G씨는 관리비 횡령으로 인한 손해배상으로 3107만여원, 피고 H사는 피용자인 피고 G씨와 공동해 3107만여원 중 관리계약 기간 중의 횡령액 2794만여원을 원고 F관리단에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H사는 “관리사무소 자금을 집행하기 위해서는 관리소장, F관리단의 관리이사, 회장의 결재가 필요하므로 관리단도 경리업무의 관리감독 책임을 부담한다”며 “관리단이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아 피해가 확대됐으므로 본사의 책임이 제한돼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관리사무소 자금을 집행하기 위해 원고 관리단의 관리이사와 회장의 결재가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원고 관리단은 관리업무를 피고 H사에 위탁하고 그에 대한 대가로 상당한 액수의 용역료를 지급했고 수탁사무 처리를 위해 피고 H사가 관리소장과 피고 G씨를 파견했으므로 관리책임은 피고 H사의 직원들에게 완전히 이전됐다”며 “원고 관리단의 관리책임 소홀을 이유로 피고 H사의 책임이 제한돼야 한다는 주장은 이유 없다”고 밝혔다.

한편 법조계에서는 입주자대표회의 또한 아파트 내 회계처리와 관련해 각종 의결 및 결재 권한이 있고, 관리사무소 직원들에 대한 업무 감독권한도 있으므로 대표회장이나 감사 등 임원과 동대표들에게도 관리소홀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일부 물을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또 일각에서는 일반 기업의 외부회계감사 시 부실한 감사보고서 작성을 이유로 피해액에 대한 회계법인의 일부 배상책임을 인정한 판례 등을 들며 아파트에서도 외부회계감사의 부실이 인정되면 해당 감사인이나 이를 추천한 한국공인회계사협회도 횡령사고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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