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단 결의에 대한 1·2심 무효 판단 대법원서 뒤집혀

대법원

대법원 파기환송 판결

[아파트관리신문=서지영 기자] 집합건물 관리단이 대표자를 선출한 결의에 대해 1심·2심 재판부가 모두 의사정족수가 부족한 상태에서 한 결의라며 무효라고 판단했지만 대법원에서 판결이 뒤집혔다.

대법원 제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최근 서울 종로구 소재 공동주택 및 점포의 관리단인 A아파트 자치운영회가 B씨와 C씨를 상대로 제기한 관리비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자치운영회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환송했다.

A아파트 자치운영회는 “2017년 3월 10일 열린 정기총회에서 총원 41명 중 27명이 참석하고 참석자의 과반수인 18명에 의해 D씨가 자치운영회의 대표자로 선출됐다”고 주장했으나, 1심 재판부는 의사정족수 부족을 이유로 “D씨에게는 자치운영회를 대표할 권한이 없다”며 “따라서 이 사건 소는 원고를 대표할 권한이 없는 자에 의해 제기된 부적법한 소이므로 이를 각하한다”고 판결했다.

A아파트에는 64개의 전유부분이 있고 공유자가 있는 전유부분 2곳의 의결권을 1로 보면 63명의 구분소유자가 있으므로 적어도 63명의 과반수인 32명 이상이 위 총회에 참석해야 한다는 것이 1심 재판부의 판단이었다.

항소심 재판부 또한 2017년 3월 10일자 총회에서 D씨를 자치운영회 대표자로 선출한 결의(이하 ‘선행결의’)가 의사정족수를 충족하지 못해 효력이 없다고 봤고, 2018년 3월 9일자 총회에서 선행 결의를 추인하는 내용의 결의(이하 ‘후행결의’)를 했으나 이는 선행결의에 의해 대표자로 선출된 D씨가 소집한 것이어서 적법한 소집권자에 의해 이뤄진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역시 효력이 없다고 판단, 자치운영회의 항소를 기각했다.

그러나 대법원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 재판부는 “구분소유자 63명 중 과반수에 미달하는 27명이 참석해 D씨를 대표자로 선출하는 내용으로 이뤄진 선행결의는 그 결의 방법의 하자가 중대해 무효라고 볼 여지가 상당하나, 그와 같은 사정에 관해 충분한 심리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라며 “나아가 D씨를 대표자로 선출한 선행결의가 하자로 인해 무효라고 하더라도 그후 D씨가 소집한 총회에서 선행결의를 추인하는 내용의 후행결의가 이뤄진 이상 그러한 후행결의가 무권리자에 의해 소집된 총회에서 이뤄진 것이라는 사유만으로는 후행결의가 무효라고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원심은 선행결의에 대해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집합건물법’) 제 42조의2의 적용 여부, 그 결의 방법의 하자가 중대한 하자인지, 중대한 하자에 미치지 못하는 정도의 하자에 불과한지 여부에 대해 심리 및 판단을 하지 않은 채 선행결의의 효력이 무효라고만 판단했고, 후행결의는 적법한 소집권자에 의해 이뤄진 총회에서의 결의가 아니라는 이유만을 들어 효력이 없다고 판단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그러한 원심 판단에는 관리단집회 결의의 하자 및 효력, 결의취소의 소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음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고 밝혔다. 

이에 재판부는 “나머지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한다”고 판시했다.

“결의취소의 소에 의해 취소되지 않는 한 유효”

대법원 재판부는 집합건물법 제42조의2에서 정하고 있는 결의취소의 소에 관한 규정에 대한 분석을 통해 이 같은 판결을 내렸다.

2012년 12월 18일 개정돼 2013년 6월 19일 시행된 집합건물법은 ‘집회의 소집 절차나 결의 방법이 법령 또는 규약에 위반되거나 현저하게 불공정한 경우’와 ‘결의 내용이 법령 또는 규약에 위배되는 경우’를 결의취소 사유로 규정하면서, ‘구분소유자가 집회 결의사실을 안 날부터 6개월 이내에, 결의한 날부터 1년 이내에 결의취소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규정함으로써 결의취소의 소에 관한 제42조의2를 신설했다. 그러면서도 집합건물법은 결의무효확인 내지 부존재확인의 소에 대한 규정을 두지 않고 있다.

또한 집합건물법은 관리단집회의 결의가 구분소유자들 사이의 법률관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관리단집회의 시기, 소집통지의 방법, 결의사항, 의결권과 의결방법, 그 효력 등에 대해 상세하게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사정을 종합해 대법원 재판부는 “집합건물법이 결의취소의 소를 도입한 것은 관리단집회 결의의 하자에 대해서는 소집절차나 결의방법, 결의내용이 하자인지 여부를 구분하지 않고, 그 하자가 경미한 경우에는 결의취소의 소를 통해서만 다툴 수 있도록 함으로써 관리단집회 결의의 효력을 조속히 확정해 구분소유자들 사이의 법률관계 안정을 도모하되, 그 하자가 결의를 무효로 돌릴 정도의 절차상 또는 내용상 중대한 하자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종전과 같이 제소기간의 제한 없이 일반 민사상 무효확인의 소를 통해 결의무효확인을 구하거나 다른 법률관계에 관한 소송에서 선결문제로서 무효를 주장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구분소유자의 권리를 보장하고자 함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집합건물법 제42조의2가 규정한 취소사유는 구분소유자들 사이의 법률관계를 합리적으로 규율하기 위한 집합건물법의 취지와 목적, 관리단의 의무와 사무처리 내용, 관리단집회 결의의 효력 등을 종합해 살펴볼 때 그와 같은 하자가 결의를 무효로 돌릴 정도의 중대한 하자에 미치지 못하는 정도의 하자를 의미한다고 봄이 상당하고, 그와 같은 취소사유로 인해 취소할 수 있는 결의는 집합건물법 제42조의2가 정한 제척기간 내에 제기된 결의취소의 소에 의해 취소되지 않는 한 유효하다”고 판단했다.

또한 재판부는 “제척기간을 도과했는지 여부는 법원의 직권조사사항이므로 당사자의 주장이 없더라도 법원이 이를 직권으로 조사해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서 재판부는 “집합건물법 제23조에 의해 설립된 관리단의 관리단집회에서 임원선임결의가 있은 후 다시 개최된 관리단집회에서 종전 결의를 그대로 인준하거나 재차 임원선임결의를 한 경우에는, 설령 당초의 임원선임결의가 무효라고 할지라도 다시 개최된 관리단집회 결의가 하자로 인해 무효라고 인정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새로운 관리단집회가 무효인 당초의 관리단집회 결의 후 새로 소집권한을 부여받은 관리인에 의해 소집된 것이어서 무권리자에 의해 소집된 관리단집회라는 사유는 원칙적으로 독립된 무효사유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그 이유로는 “이를 무효사유로 본다면 당초 임원선임결의의 무효로 인해 연쇄적으로 그후의 결의가 모두 무효로 되는 결과가 돼 법률관계의 혼란을 초래하고 법적 안정성을 현저히 해하게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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