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관리비 횡령 사고가 발생했다. 서울 서대문구의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경리직원이 약 10억원의 관리비를 횡령한 사실이 최근 드러나 공동주택 관리분야에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1월 전북 익산에서도 관리비 횡령 사고가 발생하더니 불과 두 달 만에 또 드러났다. 2019년 12월에도 서울 노원구 아파트에서 큰 사고가 발생해 담당 경리직원과 관리소장이 극단적 선택을 한 바 있다.

이번 횡령은 관할 서대문구청이 관내 공동주택을 대상으로 한 정기지도점검 차원의 감사를 치르는 과정에서 적발했다. 구청 감사에서 장부상 사용처가 불분명한 돈 수천만원이 발견됐고, 구청의 고발로 경찰이 관리사무소 경리직원을 조사한 결과 약 10억원의 횡령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이 경리직원은 아파트 계좌에서 현금을 빼낸 뒤 여러 차례 회계 처리로 사용처 확인을 어렵게 했고 통장 잔액 사본까지 위조해 돈이 비는 걸 숨긴 것으로 밝혀졌다.

문제는 이런 것들이 평소의 자체 감사에서 드러나지 않았고, 매년 실시하는 외부회계감사에서도 ‘적정’으로 넘어갔다는 사실이다. 담당 회계사는 서류를 변조하고 위조하고 그런 것은 감사인의 책임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구청 감사에서 바로 드러난 횡령을 여러 회계감사시스템에서 수년간 걸러지지 않고, 적발하지 못했다는 것은 정말 답답한 일이다.

해당 아파트 입주민들은 아연실색이다. 관리비 횡령 사실이 전해진 후 경리직원과 관리소장 등 직원이 모두 그만뒀으며, 입주자대표회의도 일괄 사퇴했다. 입주민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새로운 입대의 구성을 위한 선거가 진행되고 있다. 사고를 저지른 당사자인 경리직원은 지난달 검찰에 구속기소 됐다.

도대체 왜 이런 사고가 반복되는 걸까. 이쯤 되면 공동주택 회계관리 전반에 걸쳐 돌아볼 필요가 있다.

공동주택관리법령은 관리비의 납부·공개 의무를 규정하고, 관리주체로 하여금 관리비 등의 징수·보관·예치·집행 등 모든 거래 행위에 관해 장부를 월별로 작성해 증빙서류와 함께 회계연도 종료일로부터 5년간 보관하도록 정하고 있다. 관리비 계좌는 관리소장과 입주자대표회장 인감을 복수로 등록하는 등 깐깐하게 관리하고 있다. 또한 입대의는 4명 이상으로 구성토록 하고 감사를 2명 이상 두도록 했다. 입대의의 회계·관리업무에 대한 감시·감독 의무를 강조한 구성이다. 위탁관리의 경우 여기에 더해 자체적인 회계관리시스템을 작동시키고 있다.

이런 제도적 장치가 마련됐음에도 수년에 걸쳐 이뤄진 횡령을 잡아내지 못 했다니 답답하기 그지없다. 업계 관계자 중에는 이번 횡령사건의 경우 공동주택 회계를 아는 이라면 회계서류만 봐도 이상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고 지적한다. 통장과 잔액증명서만 제대로 비교해봤다면 횡령금이 불어나는 일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사고가 벌어지면 늘 후회하게 된다. 그리고 기본을 소홀히 했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이번 사건도 관리 담당자 및 관련자들이 기본의 원리·원칙에 충실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자조 섞인 후회다. 안일한 태도로 감시에 소홀하게 되면, 그 틈에서 비리가 발생한다는 말도 한다. 여기에 입주민들의 무관심 문제도 빠지지 않는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냐는 말도 하지만, 그렇다고 소 잃고도 외양간을 고치지 않으면 다음에 또 소를 잃게 된다. 기본으로 돌아가자.

저작권자 © 아파트관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