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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관리비 횡령에 “회계서류 수시 비교·점검해야”[기획] ‘관리비 횡령 사고 방지 대책’ 전문가들 지적
승인 2021.04.01 16:21|(1334호)
고경희 기자 gh1231@aptn.co.kr

내부·외부 감사에도 들통 안 난 횡령
'비전문가의 공동주택 회계점검' 문제 많아

[아파트관리신문=고경희 기자] 지난 1월 전북 익산시의 한 아파트에서 경리직원의 관리비 횡령 사건이 발생한지 두 달 만에 서울의 한 아파트 경리직원이 10억원의 관리비를 빼돌린 것이 드러나 빈축을 사고 있다. 게다가 5년 동안 장부를 조작하고 통장 사본까지 위조하며 횡령을 했음에도 아파트 내부 회계감사와 외부회계감사에서 걸러지지 않아 보여주기식 부실감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공동주택관리법령은 공동주택 유지관리를 위해 필요한 관리비의 납부 및 공개 의무에 대해 규정하고 관리주체로 하여금 관리비 등의 징수·보관·예치·집행 등 모든 거래 행위에 관해 장부를 월별로 작성해 증빙서류와 함께 회계연도 종료일로부터 5년간 보관하도록 정하고 있다.

관리비 등은 입주자대표회의가 지정하는 금융기관에 예치해 관리하되 장기수선충당금은 별도의 계좌로 예치·관리해야 하고 계좌는 관리소장 직인 외 입주자대표회장 인감을 복수로 등록할 수 있다.

관리비 등의 각종 예금통장은 회계담당자가 관리하고 직인은 관리소장이 보관하는데, 인감을 복수 등록한 경우 도장은 각각 보관한다.

공동주택관리법령에 따라 300세대 이상 공동주택 관리주체는 외부회계감사를 매년 1회 이상 받아야 한다. 감사대상은 매 회계연도 종료 후 9개월 이내의 재무상태표, 운영성과표, 이익잉여금처분계산서(또는 결손금처리계산서), 주석으로, 감사인은 입주자대표회의가 선정한다. 감사인은 감사계획을 수립해 기초 회계기록과 재무제표를 대조하거나 차이를 조정하고 재무제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행한 중요한 분개 및 수정사항에 대해 살펴야 하며, 이 과정에서 금융기관을 통해 예·적금 잔액, 질권 설정 등 사용제한 내역, 차입금 또는 보증 제공내역에 관한 정보를 파악해야 한다.

아울러 입주자대표회의 감사는 공동주택관리법 시행규칙에 따라 관리비·사용료 및 장기수선충당금 등의 부과·징수·지출·보관 등 회계 관계 업무와 관리업무 전반에 대해 관리주체의 업무를 감사해야 한다. 특히 공동주택관리법령에서 입주자대표회의를 4명 이상으로 구성하도록 하면서 감사를 2명 이상 두도록 한 만큼 대표회의의 회계·관리업무에 대한 감시·감독 의무를 강조하고 있다.

위탁관리단지의 경우 관리업체가 해당 아파트의 월 결산 보고를 받으면서 잔액증명서와 재무제표 등 증빙서류를 제출받고 만약 회계상 문제가 발생했다면 아파트에 배상 후 조사에 착수한다. 단순 실수로 문제가 발생했다면 회계사고 재발 방지를 위해 직원 재교육 및 정상화 작업을 실시한다.

이렇듯 아파트 내부와 위탁관리업체, 외부에서 관리비 횡령 사실을 발견할 수 있는 제도적 틀이 마련됐음에도 수년에 걸쳐 이뤄진 횡령을 잡아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300세대 이상 아파트에 대한 외부회계감사가 2015년 구 주택법 개정으로 의무화 된 지 5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회계 감사인이 공동주택 회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감사가 이뤄져 횡령을 바로잡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9년 12월 관리비를 횡령한 경리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서울 노원구 아파트의 경우 노원구 감사를 통해 10년간 아파트 관리비 잔액이 장부 기록보다 약 10억원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아파트의 회계감사를 맡은 회계법인은 장부상 현금잔액과 은행 현금시재액이 일치하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하지 않았다.

중앙대학교 곽도 교수는 본지 칼럼에서 “통상 외부회계감사보고서에는 부정과 비리 적발사항은 빠져있고 기껏 계정과목 오류나 장기수선충당금 수립 등 지엽적인 사항만 담고 있다”며 “공사계약, 물품구매 등을 통합 일원화하는 근본적인 제도개선으로 부정과 비리를 발붙이지 못하게 해야 한다. 경리직원 등에 의한 횡령 사고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 사후 감사보다는 (세무사도 참여하는) 사전 기장지도가 훨씬 효과적”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지집합건물회계컨설팅 백선애 대표이사는 “감사인이 공동주택 회계에 맞는 계정과목을 이해하고 중점 확인사항을 파악해 감사를 실시해야 한다”며 “기업회계가 아니라 공동주택회계처리기준을 숙지해 감사를 했다면 횡령을 적발하지 못한 채 지나가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횡령사건의 경우 공동주택 회계를 안다면 회계서류만 봐도 이상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백 대표이사는 “전기료, 수도료를 과다 부과 또는 잘못 계산해 발생하는 유보금(잉여금)은 바로 관리비에서 차감해야 하는데 이 아파트는 오히려 몇 천 만원이 마이너스인 상태여서 누가 봐도 의심스러운 상황이었다”며 “통장과 잔액증명서만 제대로 비교해봤다면 횡령금이 불어나는 일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관리소장과 입주자대표회의의 지나친 신뢰도 투명한 관리비 운영에 독이 된다. 대한주택관리사협회 임한수 권익법제국장과 율산개발 김경렬 사장은 “함께 일하다보면 서로를 믿고 안일한 태도로 감시에 소홀하게 되고 그 틈에서 비리가 발생한다”고 전하면서 관리소장이 업무에 있어 원리·원칙을 지키는 것이 횡령사고를 방지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백 대표이사도 관리소장이 지출결의서와 통장, 송금영수증을 바로 확인하고 재무제표와 통장을 함께 살펴 경리직원의 횡령을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관리비 흐름을 감시해야 할 입주자대표회의는 회계전문가가 아니어서 회계문제가 발생해도 쉽게 알기 어려우므로, 지자체에서 실시하는 대표회의 의무교육 외에 횡령 방지를 위한 족집게 식 회계 교육이 운영돼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또 업계 관계자들은 상위 위탁관리업체와 달리 영세 관리업체에서는 사업장 회계점검, 리스크점검, 인수점검을 하지 않고 용역업체처럼 회사를 운영하고 있어 회계사고가 방치되고 있다는 점에 한 목소리를 내며, 위탁관리업체도 체계적 관리를 위해 변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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