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기 좋은 아파트는 어떤 곳일까. 비싼 아파트가 좋은 아파트인가. 대한민국의 2021년은 비싼 아파트가 살기 좋은 아파트인 것 같은 착각 속에 있다.

물론 살기 좋은 아파트의 판단은 주관적 요소가 강하다. 사람에 따라 입지조건, 조망, 편의시설, 교통 등 가중치가 다를 수 있다. 이런 걸 감안해도 입주민들의 선호도와 지금의 아파트 가격 상관 관계는 문제가 많아 보인다. 가격의 차이만큼 살기 좋은 건지 의문이다.

‘안전하고 살기 좋은 아파트’는 모든 입주민들이 꿈꾸는 지향점이다. 전국 곳곳에서 지역 실정에 맞게 쾌적하고 행복한 아파트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각 지자체들은 공동주택의 자율적인 관리기능 강화와 올바른 주거문화 조성의 일환으로 매년 모범·우수관리단지를 선정, 시상하고 있다. 이들이 좋은 아파트의 한 준거를 보여주고 있다. 공동주택 관리가 국민들의 안락하고 행복한 주거문화의 큰 요소인데도 불구하고, 과소평가 된 것 같아 아쉽다.

전국의 아파트값은 불과 몇 년 사이에 크게 상승했다. 서울과 일부 지역의 상승폭은 더욱 가팔랐다. 국민 넷 중 세 명이 공동주택에 거주하고 있는데 집값, 땅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고 있으니 많은 국민이 답답할 수밖에 없다.

그런 상황에 LH 전·현직 임직원들의 신도시 땅 투기의혹 문제는 흡사 불난 집에 기름 끼얹는 격이 됐다. 온 나라가 벌집 쑤셔놓은 듯하다. 국민들로부터 공직사회 전체가 싸잡아 신뢰를 의심받고 있다.

돌아보면 문재인 정부의 주택·건설 정책의 화두는 ‘주거복지’다. 문 대통령은 선거 과정에서도 ‘주거복지 강화’를 공약으로 내걸었고, 유세 중에도 직접 여러 차례 강조했다. 정부 출범과 함께 본격적인 정책 추진을 하기도 전에 부동산 시장 안정에 방점이 찍혔던 정책의 방향은 집값 폭등으로 어그러졌다.

무엇이 이렇게 만든 걸까. 어느 하나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악화된 현재와 같은 아파트 가격 폭등의 상황을 바꾸기 위해선 입지가 좋은 곳에 질 높은 아파트를 싸게 공급하고 수요를 억제하면 될 것이다. 수요와 공급에 의한 가격 결정이라는 원론적 측면에서 볼 때 수요를 줄이고, 공급을 늘리면 된다. 그렇지만 돈이 되는, 비싼 아파트가 좋은 아파트인 것처럼 돼 있는 인식의 왜곡은 후유증이 클 것이다. 좋은 아파트를 만들기 위한 관심은 뒷전이고, 어떻게 잘 관리할 것인지, 그런 아파트를 만들려는 노력은 크게 부족해 보인다. 어떻게 하면 재건축의 용적률과 건폐율을 높일까, 보상을 잘 받을까에 관심이 많고, 이런 것들을 바로잡으려면 시간이 꽤 필요할 것이다.

건축계 노벨상으로 불리는 올해 프리츠커상에 50년된 아파트를 퇴거 없이 리모델링한 프랑스의 건축가 2명이 선정됐다. 이들은 소감을 묻는 질문에 “원래 있었던 물건들의 추억을 소중히 여기고, 그곳에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다”며, “일상 생활공간은 너무나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살기 좋은 아파트가 뭔지 곱씹게 하는 말이다.

비싼 아파트가 좋은 아파트일 수는 있다. 그렇지만 수준 높은 관리를 하지 못 하는 곳은 분명히 살기 좋은 아파트는 아니다.

잘 관리하는 아파트가 각광을 받고, 가격 우대를 받는 그런 날이 왔으면 좋겠다. 질 높은 주거서비스를 위해서는 전문적인 주거관리 지원이 필수다. 갈수록 전문적이고 세분화, 복잡화, 분업화 되는 상황 속에서 아파트 관리도 효율적인 운영과 관리의 전문성에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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