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판결

[아파트관리신문=고경희 기자]아파트 스프링클러 자재로 두께가 얇은 동관(M형)을 사용하고 배관 부식을 대비한 조치를 하지 않아 하자가 발생했다면, 설계상·시공상 잘못이 있는 것이므로 시공사가 일부 하자보수비용을 시행사에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7민사부(재판장 이지현 부장판사)는 최근 서울주택도시공사가 시공사 A사와 B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금 등 청구소송에서 “피고들은 연대해 원고에게 8억2241만여원을 지급하고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시공사 A사와 B사는 SH공사로부터 C아파트 신축공사 중 건축, 토목, 기계설비, 기계소방, 조경공사 등을 도급받았다.

이들이 서울 서초구 C아파트를 건축하면서 도면에 따라 시공해야 할 부분을 시공하지 않거나 도면과 다르게 변경시공, 부실시공을 해 아파트에 균열 등 하자가 발생했다. SH공사는 A사에 하자 보수를 요구했고 시공사들은 하자 중 일부를 보수했으나 아파트에는 여전히 하자가 남아 있다.

C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SH공사와 D조합을 상대로 공용부분과 분양세대 일부의 전유부분에서 발생한 하자에 관해 하자보수보증금 등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2018년 12월 SH공사는 대표회의에 11억6088만여원을 지급하고 D조합은 SH공사와 공동해 1억2513만여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선고했다. 시공사 A사는 2019년 1월 대표회의에 D조합을 대신해 하자보수보증금 5억1566만여원을 지급했다.

대표회의와 SH공사는 이 판결에 항소를 제기, 서울고등법원은 2019년 10월 C아파트에 하자가 남아있음을 인정해 SH공사는 대표회의에 11억9974만여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그해 11월 대표회의는 A사에 131만여원을 돌려줬고 결국 A사는 D조합을 대신해 대표회의에 하자보수보증금 5억1434만여원을 모두 지급했다.

이에 대해 SH공사는 C아파트 하자에 따라 시공사들이 연대해 16억9098만여원을 지급해야 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우선 재판부는 세대 스프링클러 하자 대해 ▲관련 소송에서 스프링클러 자재로 두께가 얇은 동관(M형)을 사용하도록 한 설계상, 시공상 잘못으로 인해 스프링클러가 설치된 모든 세대에서 하자가 발생했다고 인정했고 ▲스프링클러 배관의 부식은 배관 내부의 가압 공기층과 이물질에 의해 발생하는 산소농담전지 현상에 따라 발생하므로 시공자인 피고들은 배관 내에 공기를 제거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취했어야 함에도 이를 하지 않아 하자가 발생한 것으로 보이는 점 ▲이 부분에 관한 설계도면, 시방서 등이 제출되지 않아 하자가 오로지 설계상 잘못으로 인한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해 시공사들의 시공상 잘못을 인정했다. 다만 시공상 잘못뿐만 아니라 설계상 잘못에 기인한 것으로 이를 엄격하게 구분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 등을 참작해 하자보수비용은 50%로 제한했다.

세대 도어 불량 하자에는 “피고들의 주장과 같이 전유부분의 각 세대 도어 자재 중 일부를 원고가 지급한 사실은 인정되나, 감정결과 이 하자는 세대 각실 출입문 개폐불량, 부속철물 파손, 처짐 등으로 자재 그 자체에 기인한 것이 아니라 피고들의 부실시공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고 일축했다.

다만, A사와 B사는 발전기실 비상발전기 경유탱크 주유관 플렉시블관 미시공, 각동 외벽 가스입상 배관 층별 안전띠 미시공 등의 하자는 자신들이 시공하지 않은 전기통신공사 또는 가스공사 부분에서 발생한 하자이므로 보수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고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여 SH공사의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피고들의 손해배상책임 범위를 공용부분, 전유부분, 사용검사 전·후 하자보수비 합계 16억7094만여원 중 사용승인일부터 하자감정이 실시된 시점까지 3년 8개월이 경과해 자연적인 노후화가 진행됐다고 볼 수 있는 점 등의 사정을 참작해 책임범위를 80%로 제한했다.

이와 함께 A사는 관련소송에서 D조합이 부담하는 하자보수보증금을 대신 지급해 SH공사는 하자보수에 갈음하는 손해배상책임을 면했으므로 이를 공제 내지 상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재판부는 “어느 부진정연대채무자를 위해 변제할 정당한 이익이 있는 자가 채무를 이행한 경우 그 부진정연대채무자에 대해 채권자의 다른 부진정연대채무자에 대한 채권 및 담보에 관한 권리를 구상권 범위 내에서 행사할 수 있다”며 “원고와 D조합은 대표회의에 대해 부진정연대채무를 부담하고 있고 피고 A사는 C아파트에 관해 D조합과 하자보수보증계약을 체결해 하자보수보증금을 D조합 대신 변제할 정당한 이익이 있는데, 피고 A사는 D조합을 대위해 대표회의에 하자보수보증금 5억1434만여원을 모두 지급했다”면서 A사가 대표회의의 부진정연대채무자인 SH공사에 대해 손해배상채권을 5억1434만여원 범위 내에서 행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고 A사가 대표회의를 대위해 취득한 원고에 대한 채권으로 원고의 피고 A사에 대한 손해배상채권과 상계하겠다는 취지로 주장하고 있어 양 채권은 상계적상에 있다”며 “결국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손해배상채권은 피고 A사가 5억1434만여원 범위 내에서 대위해 취득한 채권과 대등액의 범위에서 소멸했다”고 시공사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한편, 시공사들은 이 같은 1심 판결에 불복, 항소를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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