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판결

[아파트관리신문=고경희 기자] 집합건물 입주자대표회의와 도급 관리용역업체 사이에 도급비 정산(4대보험 등) 분쟁이 지속되자 입대의가 업체를 상대로 부당이득금을 청구했다. 이에 법원은 도급계약에 따른 투입인원 수에 결원이 발생하지 않는 이상 실제 지출하지 않고 남은 차액금 상당액을 정산할 의무가 없다고 봤다.

서울중앙지방법원(판사 김상근)은 최근 경기 군포시 A건물 입주자대표회의가 건물 관리업체 B사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금 청구소송에서 대표회의의 청구를 기각했다.

B사는 2016년 6월 A아파트 관리업체 선정을 위해 실시된 입찰경쟁에서 총 인원 37명을 투입하고 도급관리비를 일반관리비(인건비 등 직접노무비, 4대보험료 등 간접노무비), 기타일반경비, 기업이윤 항목으로 구성해 산정한 산출내역서를 첨부해 월 도급관리비액을 8291만여원으로 제안했다. 대표회의는 B사를 관리업체로 선정해 ‘A건물 공용부분과 그 부대시설의 유지·보수·보전 및 운용, 주차장과 관리·정산, 건물 청소 및 단지 내 경비, 관리비 부과·징수 및 공과금 등의 납부대행 등’ A건물 유지관리를 위해 필요한 제반 관리업무로 정해 위탁하는 내용의 관리업무 용역계약을 체결하고 B사에게 약정 도급비를 지급했다.

B사는 1차 용역계약에 기해 2016년 7월부터 관리업무를 하게 됐는데 2017년도 최저임금 상승에 따라 대표회의는 그해 말 2017년 1월 1일부터 적용되는 도급비를 월 8621만여원으로 변경하기로 하는 도급비 변경약정을 체결했다.

2017년 12월 대표회의와 B사는 관리용역업무의 투입인원, 대상 및 범위는 1차 용역계약과 동일하게 정해 2차 용역계약을 체결했다. 대표회의와 B사는 2019년 1월 투입인원을 총 36명으로 줄이고 최저임금 상승률을 반영해 2019년 1월부터 적용되는 도급비를 월 9873만여원으로 변경하는 도급비 변경약정을 체결했다.

그런데 그해 3월 대표회의 임원이 변경되고 새로운 회기가 시작되자 대표회의는 그동안 B사와 사이에 체결된 1, 2차 용역계약의 내용 및 도급비 내용을 검토했는데 그 과정에서 B사가 제출한 산출내역서에 기재된 퇴직금충당금, 연차수당, 고용보험, 산재보험, 장기요양보험으로 책정된 금액의 일부를 지급하지 않고 국민연금보험 가입연령이 지난 근로자에 해당하는 국민연금 보험료를 납부하지 않는 등 도급비 산정기초가 된 직접노무비나 복리후생비가 내역서대로 지출되지 않은 사실을 발견했다.

이에 대표회의는 용역계약에 따라 지급한 직접노무비, 복리후생비 등의 도급비는 사후 실비정산 대상이라는 전제하에 4대보험 적용 요율 및 납부 내역을 밝힐 것을 요청했으나 B사는 용역계약이 도급계약이라며 도급계약 체결을 위해 제출된 산출내역서는 도급비를 결정하기 위한 기초자료에 불과하고 사후 실비정산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사후정산 요청을 거부했다. 이로써 대표회의와 B사 사이에 도급비 정산 분쟁이 발생했다.

이후 대표회의는 2019년 7월분 도급비부터 일방적으로 약정된 도급비 중 4대 보험료를 차감해 지급하며 기지급 도급비에 대한 사후 실비정산을 촉구하는 한편, 보안원 2명을 감축해 관리업무를 운용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B사가 보안원 2명을 감축해 총 34명의 인원으로 관리업무를 하면서 관리인원 감축에 따른 도급비 변경 합의서 작성 협의를 요청했는데, 대표회의는 합의서에 4대보험료 등의 정산특약을 추가할 것을 조건으로 내세우고 B사는 이를 거절하면서 분쟁상태가 지속됐다. 분쟁이 지속되자 대표회의는 지난해 5월 2차 용역계약을 해지하고 B사의 관리업무 권한을 박탈했다.

B사는 지난해 6월부터 A건물 관리업무를 못하게 되자 대표회의를 상대로 2차 용역계약에 따른 미지급 도급관리비 및 부당계약해지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해 진행 중이다. B사가 2016년 7월부터 2020년 5월까지 A건물 관리업무를 수행하고 지급받은 도급비 중 산출내역서 기재내용대로 지출하지 않은 금액의 합계는 1억7439만여원이다.

이에 대해 대표회의는 “이 용역계약은 민법상 위임계약에 해당하고 계약에 따라 B사에 지급한 도급비는 미리 지급한 선급비용에 해당하거나 B사가 산출내역서 기재 내용대로 지출할 것을 예정하고 지급한 금액이므로, B사가 산출내역서대로 지출하지 않은 금액은 도급계약에 따른 정산의무 내지 부당이득으로서 반환해야 한다”면서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용역계약이 위임계약이 아닌 도급계약이라며 B사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A건물 관리업체 선정은 제안서에 대한 기술평가와 가격평가를 종합한 공개 경쟁입찰을 통해 이뤄지므로 선정을 희망하는 업체는 입찰과정에서 그 기초자료로 용역비 산출에 관한 자료를 제출할 수밖에 없다”며 “용역계약 체결 시 작성된 계약서는 제목이 ‘도급계약서’로 돼 있고 내용에서 ‘하도급 금지, 도급의 대가, 도급비용, 수급, 도급관리 금액, 도급금액, 도급비’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 사건 도급계약서에는 ‘도급금액은 제안서에서 제외한 실비정산 부분을 제외한 금액으로 한다’고 규정해 사후 실비정산 대상은 제안서에서 제안한 ‘관리사무소 집기비품 및 시설관리공구 등’임을 명확히 규정하면서 매월 지급하는 도급비를 총액으로 금액만 기재했으며 ▲1차 도급계약서에는 피고 B사가 투입하기로 예정한 인원을 제대로 투입하지 않아 3일 이상 공백이 발생했을 경우 해당 일수만큼 일할계산해 용역비에서 차감하도록 하고 ▲2차 계약서에는 피고가 인건비 총액범위 내에서 인원수급 등을 고려해 각각의 급여를 조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는 점도 꼬집었다.

이어 “대표회의는 새 집행부가 구성된 이후부터 도급비 지출내역 보고 및 사후정산 요청을 했을 뿐 그 전에는 도급비가 사후 실비정산 대상임을 전제로 한 지출내역 확인 및 제출 요구 등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를 종합해 재판부는 “이 사건 용역계약 체결 및 도급비 변경약정 과정에서 제시된 용역비 산출내역서는 용역계약 내용이 아니라 용역비를 결정하기 위한 기초자료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일 뿐이고, 용역계약은 도급계약이라고 봄이 타당하다”면서 “도급비 산정의 전제가 된 투입인원 수에 결원이 발생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지 않은 한 피고가 지급받은 도급비 중 일부만을 투입된 관리인원들에게 지급했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지출하지 않고 남은 차액금을 정산할 의무가 있다거나 부당이득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못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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