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법 결정...법원 “절차적 요건도 충족되지 않아”

[아파트관리신문=조미정 기자]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와 관리업체 간의 위·수탁 계약을 체결하면서 민법 제689조 ‘위임의 상호해지의 자유’와 다른 내용으로 정한 경우 계약에서 정한 해지사유 및 절차 없이는 계약을 해지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인천지방법원 제21민사부(재판장 양환승 판사)는 인천 계양구 A아파트 전 관리업체 B사가 제기한 계약해지 효력정지가처분 청구소송에서 “계약에서 정한 해지사유에 해당한다거나 계약을 유지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로 볼만한 소명이 없다”고 판단, “본안판결 확정시까지 계약해지 효력을 정지할 것”을 주문했다.

B사는 2020년 2월 19일 A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와 같은 해 3월 1일부터 2023년 2월 28일까지의 위·수탁관리계약을 체결했다. 그런데 A아파트 대표회의는 2020년 9월 11일 “B사가 계약 사항을 위반했다”며 계약 해지를 통보하고 같은 해 10월 26일 관리업체 C사와 새로운 위·수탁관리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대해 B사는 “계약 해지 당시 A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와 체결한 계약 내용 중 제13조 ‘계약의 해지’에 해당하는 사유가 존재하지 않았음에도 A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계약을 해지했다”고 주장하며 계약해지 효력정지를 구했다.

A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와 B사는 계약 체결 당시 제13조 ‘계약의 해지’ 조항을 둬 ▲채권자의 재무상태, 보유한 주택관리사·기술인력 및 장비 등의 서류를 거짓으로 작성해 제출한 때 ▲채권자가 금품제공 등 부정한 행위로 계약을 체결한 때 ▲채권자가 등록말소 된 경우 또는 영업의 전부 또는 일부의 정지 처분을 받은 때 등의 내용으로 약정을 체결했다.

재판부는 대법원 판결(2017다53265)을 근거로 “민법 제689조 제1항, 제2항과 다른 내용으로 약정을 체결한 경우, 이러한 약정은 당사자 간의 법률관계를 명확히 함과 동시에 거래의 안전과 각자의 신뢰를 보호하기 위한 취지로 볼 수 있다”면서 “약정에서 정한 해지사유 및 절차 없이는 계약을 해지할 수 없고 손해배상책임에 관한 당사자 간 법률관계도 약정이 정한대로 규율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A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측이 주장하는 “B사가 공동주택관리법령 준수 의무를 위반했고 이로 인해 대표회의가 과태료 처분을 받거나 동대표자들이 해임돼 보궐선거 하는 등 피해를 입었다”는 해지 사유에 대해 재판부는 “B사의 귀책사유에 관한 아무런 소명이 없을 뿐 아니라, 주장과 같은 사유가 당사자가 정한 계약해지 사유에 해당한다거나 위 계약을 유지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라고 보기 어려우며, 이 사건 계약을 해지하기 위한 절차적 요건도 충족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이에 재판부는 “위 계약 해지통보는 무효이고 해지통보 효력을 정지시키지 않으면 B사가 승소해도 주택관리업자의 지위를 되찾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므로, 계약당사자의 지위를 보전하기 위해 계약해지 효력정지가처분을 구할 피보전권리가 인정된다”며 “B사의 이 사건 신청은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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