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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생활권 수목을 지키는 나무의사국립산림과학원 국립나무병원장 이상현 박사
승인 2021.03.18 09:08|(1332호)
이상현 박사

우리 주거문화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아파트, 그 웅장한 인공건축물도 살며시 다가오는 자연의 따스함에 큰 덩치를 그만 내려놓는 이 계절, 단지 내 정원에서 피어오르는 아지랑이 군무에 눈이 부시고, 마음은 가벼워지고 편안해진다. 겨우내 나무속에서 잠자던 새싹과 꽃망울이 움을 틔우고 있다. 딱총나무의 새잎은 이미 초록을 열었고, 매실나무와 산수유의 꽃망울도 곧 돋아날 것 같다.

이런 수목의 향연은 수목진료 전문가들을 다그치며, 우리를 병해충으로부터 지켜달라고 무언의 항변을 하는 것 같다. 생활권 주변의 수목은 우리를 위해 무한한 희생을 강요당하면서도 불평하지 않는다. 나무를 심기는 했지만, 각종 사후관리에 소홀해 나무가 병들거나 부패하고 고사하는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사람들은 집에서 키우는 반려동물에게는 무한한 애정과 경제적 비용을 지불하지만, 공기를 맑게 정화해주고 주변의 각종 공해, 오염물질, 환경개선뿐 아니라 아파트의 가치까지 높여주는 수목에게는 아직 인색하다. 공동주택 관리비 내 초저예산의 수목관리 비용만을 가지고 전문가의 진단과 처방 없이 일률적으로 수목을 소독하는 안타까운 관행도 이제는 환경 선진국답게 고쳐나가야 할 숙제가 됐다.

우리는 이제 생활권 수목에게 지속적인 관심을 쏟고 그에 따른 체계적인 관리를 해야 한다. 가지치기, 비료 주기, 관수 처리 등 적절한 사전관리로 나무를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기타 환경적인 요인으로 병해충 등의 피해가 발생하면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고 대처하는 것이 중요한데, 2018년 6월 28일부터 시행된 나무의사 제도는 나무에 이런 이상이 생겼을 때 관리 방법에 대한 전문가의 조언을 받는 것이다.

나무의사는 ‘나무의사 국가 자격시험’을 통과해 국가 공인 자격을 취득한 전문가로 나무병원에서 수목의 피해를 진단·처방하고, 그 피해를 예방하거나 치료하는 업무를 수행한다. 특히 2019년 1월 1일부터 국내에 사용이 등록됐거나 잔류허용 기준이 설정된 농약 외에는 잔류기준 0.01ppm을 적용해 관리하는 ‘농약허용물질목록관리제도(PLS, Positive List System)’에 의해 농약 안전관리 제도는 더욱 강화됐지만, 일부 무분별한 농약 사용으로 오히려 나무의 건강을 해치는 경우가 아직 있다. 나무의사는 등록되지 않은 수목보호제(농약) 사용을 제한하고, 안전한 약제 처방으로 나무의 건강뿐 아니라 우리 생활 안전까지 지켜준다.

나무의사 제도는 올해부터 더욱 강화돼 1종 나무병원은 나무의사 2인 또는 나무의사 1인과 수목치료기술자 1인 이상, 2종 나무병원은 나무의사 또는 수목치료기술자 1인 이상의 인력이 있어야만 설립할 수 있다. 이제는 수목도 반려동물처럼 전문가의 진단과 처방에 따라 관리함으로써 우리의 생활환경을 한 단계 높은 수준으로 발전시키는 것이다. 

이제는 지구환경을 생각해야 하는 새로운 환경 패러다임이 도래했다. 도시의 녹지율을 단순 숫자로만 높이는 산술적 차원을 뛰어넘어 고차방정식을 풀어가기 위한 자연과의 대화가 필요하다. 우리는 우리 생활권 환경을 자손에게 건강하게 물려줘야 하는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최근 우리나라의 출산율이 0.84명으로 세계 1위 ‘초저출산율’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된 데는 경제·사회·정치 등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환경적인 면도 크게 작용했음이 틀림없다. 이런 환경적 병리를 개선하려면 우리 주변의 환경개선이 시급하다. 저비용으로 손쉽고 빠르게 실행하는 방법은 우리의 생활권 수목들을 친환경적으로 관리해 살고 싶은 주거지, 머물고 싶은 공간으로 탈바꿈하는 것이다. 건강한 수목 정원 안에서 아이들이 마음껏 숨 쉬고, 뛰어놀고, 자연을 느끼며 건강하게 자라면 바로 그곳이 아이를 키우고 싶은 현대식 마을이 되는 것이다. 이런 조그마한 변화가 나비효과로 사회, 경제, 문화, 정치까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렇게 생활권 수목을 보살피는 최전방에 나무병원이 있고, 이곳에 종사하는 나무의사는 우리의 미래 수목과 숲 환경을 지켜주는 파수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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