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법 판결

“시설물 공사 이행 않았어도
대표성 없어 효력 없다”
손해배상 청구 기각

[아파트관리신문=고경희 기자]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구성 전 입주자카페 대표들과 시공사가 작성한 시설물 공사 확약서를 근거로 대표회의가 시공사에 확약서에 따른 공사를 이행하지 않았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입주자카페 대표들은 대표성이 없어 확약서 효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부산지방법원 제9민사부(재판장 신헌기 부장판사)는 최근 부산 해운대구 A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시공사 B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대표회의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A아파트를 분양받은 C씨는 포털사이트에 인터넷카페를 개설했고 C씨와 D씨, E씨 등 입주자카페 대표들은 2017년 7월 시공사 B사에 인터넷카페에 가입한 입주자들의 요구사항을 전달했다. 그 이후부터 B사와 몇 차례의 협상을 거쳐 ‘원형광장 기존바닥재 파치 후 인조석 블록 시공 등 입주자 요구사항을 B사에서 성실히 이행할 것을 약속하며 항목들에 대한 기존 시설물을 변경함에 있어 추후 야기될 수 있는 제반 문제점들에 대해 일체의 이의제기를 하지 않을 것을 확약한다’는 내용의 확약서를 작성했다.

입주자카페 대표들과 B사의 총괄이사는 최초 요구사항이 전달된 이후에도 입주자들의 요구사항에 관해 추가 회의를 해 회의록으로 정리했다. 회의를 통해 B사는 입주자카페 대표들의 일부 요구사항에 대해 정식 입주자대표 구성 후 협의, 시행하겠다고 전했다.

이후 구성된 A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B사는 확약서 및 각 회의록을 작성함으로써 입주자들의 요구사항을 수용해 공사를 이행하기로 합의했고 대표회의는 입주자카페 대표들로부터 합의에 따른 권리의무 일체를 양수해 B사에게 이를 통지하고 이행을 요구했으나, B사가 이를 거절했으므로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으로 12억6800만원을 지급하라”면서 B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또한 B사가 입주자카페 대표들의 대표성을 지적하자 대표회의는 “설령 입주자카페 대표들이 입주자 전원을 대표할 권한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입주민 전체로 구성된 대표회의가 이를 추인했고 B사는 입주자카페 대표들을 입주민들의 대표자로 인정해 확약서 및 회의록을 작성했는데 추후에 입주자카페 대표들의 대표성을 다투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B사 대표이사의 위임을 받은 총괄이사가 확약서와 회의록에 서명한 사실, 대표회의가 입주자카페 대표들로부터 피고에 대한 권리의무 일체를 양수받은 사실, 대표회의가 B사에 회의록에 기재된 항목들의 이행을 촉구한 사실, B사는 대표회의에게 입주자카페 대표들이 입주자들을 대표할 권한이 없음을 이유로 이행을 거절한 사실 등의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앞서 인정된 사실만으로 확약서 및 회의록에 따른 합의의 효력이 유효하게 존재하고 그에 따라 피고에게 확약서 등에 기재된 사항을 이행할 의무가 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면서 대표회의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 이유로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인터넷카페에 가입한 회원 모두 A아파트 입주자들이라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아파트 입주자 전원이 입주자카페 대표들을 입주자들의 대표로 선출했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으므로 입주자카페 대표들이 인터넷카페에서 대표자로 추대된 것만으로는 입주자 전원을 적법하게 대표한다고 볼 수 없다”는 점을 꼬집었다.

또한 “A아파트는 피고 B사와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이 도급계약을 체결함에 따라 건축된 것으로 전체 364세대 중 조합원 세대가 212세대에 이르는데 피고와 재건축조합 및 조합원들 사이에 체결된 공급계약서에는 조합원은 재건축조합과 피고 사이에 체결한 공사도급 계약서에서 정한 사유로 인해 조합이 장래에 추가로 부담하는 채무의 경우 조합원으로서 책임을 부담한다고 약정했다”며 “그런데 확약서 등에 기재된 사항은 도급계약에서 예정하지 못한 것으로서 모두 조합원들의 책임으로 돌아갈 여지가 있는 내용임에도 입주민 다수를 차지하는 조합원들로부터 합의의 내용을 사전 또는 사후에 동의 받았음을 인정할 만한 자료가 없다”고 지적, 시공사 B사가 시행사인 조합과 사이에 도급계약 내용변경 협의조차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아울러 “당사자 사이에 협의 내지 합의에 따라 어느 일방에 일정한 의무를 부담시키기 위해서는 당사자 사이에 의사의 합치가 있어야 함에도 피고가 명확하게 ‘수용’ 내지 ‘준공 후 이행’이라는 답변을 한 항목 이외의 항목들은 모두 추후 수용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취지거나 정식 입주자대표회의 구성 후에 협의해 수용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취지”라며 “이로 인해 곧바로 피고가 항목에 대한 공사를 이행한다는 당사자 사이의 의사 합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원고가 구성된 이후 피고와 이행 합의를 한 사실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수용, 준공 후 시행 답변을 한 항목도 성질상 공용부분의 형상 또는 효용을 실질적으로 변경시키는 것이므로 공용부분 변경에 해당해 집합건물법에 따라 관리단집회에서 구분소유자 4분의 3 이상 및 의결권의 4분의 3 이상의 결의로 결정해야 함에도, 입주자카페 대표들이 관리단집회 결의를 거쳤다고 볼 만한 자료도 없다”고 일축했다.

대표회의는 “입주자카페 대표들에게 입주자 전원을 대표할 권한이 인정되지 않더라도 대표회의가 이들로부터 B사에 대한 권리의무를 양수함으로써 입주자카페 대표들의 행위를 추인했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당사자들 사이에 공사이행에 관한 의사 합치가 없었고 관리단집회 결의도 거치지 않는 이상 대표회의의 추인으로 확약서 및 회의록에 따른 합의가 유효가 됐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봤다.

B사가 입주자카페 대표들과 확약서 및 회의록에 따른 합의를 했음에도 대표성을 다투는 것이 금반언의 원칙 및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된다는 대표회의의 주장에는 “피고 B사가 입주자카페 대표들의 요구사항 일부를 받아들여 추가 공사를 수행한 것은 그들의 불만을 무마시켜 준공을 받으려고 한 것으로 보일 뿐 입주자카페 대표들이 입주자 전원을 대표하는 권한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 아니다”라면서 대표회의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한편, 대표회의는 이 같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를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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