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지법 안양지원 판결

“입대의, 회장·업체간 변경계약
불수용해 미납한 공사비 내야”

<아파트관리신문DB>

[아파트관리신문=고경희 기자] 아파트 승강기 공사 변경계약을 입주자대표회의 결의 없이 대표회장이 임의로 체결한 것이라며 공사 미완성 및 옵션사항 미이행을 이유로 대표회의가 공사대금 잔금을 납부하지 않자 공사업체가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계약상 의무를 일부 조정하는 변경계약은 대표회의 결의를 거쳐야 하는 계약이 아니고 공사업체가 대표회장의 대표권 제한 사실을 알았다고 볼 수도 없다며 공사업체의 손을 들어줬다.

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 민사2단독(판사 이혜민)은 최근 승강기 공사업체 A사가 경기 안양시 B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를 상대로 제기한 공사대금 청구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740만여원을 지급하고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A사는 대표회의에 승강기 19대 설치에 관해 9억3160만원의 견적 금액을 제시했고 견적서에는 ‘추가 옵션 항목 적용 시 2000만원 별도 추가됩니다’라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A사와 대표회의는 2018년 2월 승강기 제작판매설치계약을 체결하면서 글래스도어, 터치리스 풋버튼, 항바이러스 핸드레일을 옵션사항으로 포함해 총 계약금액은 10억4500만원, 납기는 그해 10월로 정했다.

A사는 2018년 5월부터 계약에 따라 승강기 설치공사를 진행했는데, 전 입주자대표회장 C씨와 ‘시방서상 의장재질과 승인 디자인의 의장재질이 상이해 변경 합의 함. 계약금액은 변경 없음’ 등의 내용으로 계약변경합의(1차)를 체결했다. 그해 6월 A사는 한국승강기안전공단으로부터 안전검사를 받은 후 대표회의에 승강기 및 품질보증서를 인도하면서 인수증을 수령했다.

하지만 대표회의가 공사 미완성, 옵션사항 미이행을 이유로 공사대금을 지급하지 않자 A사는 대표회의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입주자대표회의는 “승강기 공사 중 삼방틀 고정 작업 및 삼방틀 볼트구멍 메우기 작업이 완료되지 않았고 엘리베이터 층 버튼 박스 모따기가 완료되지 않았으며 카 판넬 재질이 스테인리스 스틸에서 도장강판으로 변경된 부분에 대한 정산이 완료되지 않아 A사의 공사의무가 이행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계약에 따른 A사의 승강기 설치의무 내용 ▲승강기들에 대한 안전검사가 모두 종료되고 대표회의가 승강기들을 인수받았으며 현재 승강기들이 운행되고 있는 점 ▲대표회의가 주장하는 부분들은 구멍 등 미관상 미흡한 부분이거나 모서리 등의 마무리가 미흡하다는 부분 또는 정산할 부분 등으로 대상 엘리베이터의 운행 여부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 사항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해 “계약에 따른 원고의 공정은 일응 종료했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또한 “피고가 주장하는 미흡한 점들이 설령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하자에 해당할지언정 원고가 계약에 따라 이행해야 할 공사가 미완성된 것이라고 볼 수 없고 달리 피고가 주장하는 항목들이 원고와의 계약상 주요 의무사항에 해당한다거나 미흡한 정도가 계약이 이행되지 않은 수준에 이른다고 볼만한 주장 및 입증이 없다”면서 대표회의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와 함께 대표회의는 ‘승강기 공사 입찰 시 추가 적용하기로 했던 옵션사항 3가지인 글래스 도어, 풋버튼, 항균핸들 중에서 풋버튼 및 항균핸들 설치 의무가 이행되지 않았다’고 주장한 반면, A사는 ‘변경계약을 통해 풋버튼과 항바이러스 핸드레일을 옵션사항에서 제외하고 대신해 매립형 홀버튼과 스테인리스 핸드레일을 사용하기로 합의됐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표회의는 ‘변경계약은 대표회의 의결 없이 회장이 임의로 체결한 것이어서 무효’라고 주장을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민법 제275조, 제276조 제1항은 총유물의 관리 및 처분에 관해 정관이나 규약에서 정한 바가 없으면 사원총회의 결의에 의해야 하며, 정관이나 규약에 정함이 없는 이상 사원총회의 결의를 거치지 않은 총유물의 관리 및 처분행위는 무효라는 대법원 판례가 있다. 다만 총유물의 관리 및 처분은 총유물 그 자체에 관한 이용, 개량행위나 법률적, 사실적 처분행위를 의미하는 것이므로 단순한 채무부담행위는 총유물의 관리, 처분행위라고 볼 수 없다는 판례도 존재한다.

앞선 법리에 비춰 재판부는 “이 사건 변경계약은 계약상 의무를 일부 조정하는 것에 불과하고 총유물 자체에 관한 처분행위라고 볼 수 없으며, 달리 계약이 피고의 정관 등에 사원총회의 결의를 거쳐야 하도록 규정된 행위에 해당한다는 주장 및 입증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설령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 같은 사원총회 결의사항은 비법인사단의 내부적 의사결정에 불과하다 할 것이므로, 거래 상대방이 대표권 제한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경우가 아니라면 거래행위는 유효하다”며 “이 경우 거래의 상대방이 대표권 제한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음은 이를 주장하는 비법인사단 측이 주장 및 입증해야 하는데, 이 역시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결국 A사가 옵션사항을 이행하지 않았다는 대표회의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또 대표회의는 ‘공사 1차수 공사 진행 중 일부 세대 엘리베이터 삼방틀이 맞지 않아 5개동의 삼방틀을 전부 교체하는 과정에서 승강기 교체 준공일이 약 2주 연기돼 주민들이 피해를 입었으므로 A사가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원고와 피고가 협의해 작성된 공정표에는 ‘상기 공정표는 현장사정에 따라 변경될 수 있음’ 문구가 부기돼 있어 확정된 일정이라고 단정할 수 없고 계약에는 전체 공사의 납기만 명시돼 있을 뿐 공정표의 각 차수가 계약 내용으로 포함됐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원고가 계약에서 정한 납기일 이전에 승강기 설치를 완료해 인도한 이상 공정표에 예정된 세부일정이 일부 변경 및 지체됐다고 해 원고가 계약을 위반 내지 이행을 지체했다고 할 수 없다”면서 A사에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고 봤다.

한편, A사는 이 사건 소 제기 시 지연손해금을 청구했는데, 소송 진행 중 대표회의는 승강기 설치대금 명목으로 1억400만원을 추가로 지급했다.

이를 토대로 재판부는 대표회의가 변제한 내역을 A사가 청구한 공사대금 잔금에 이자, 원본 순으로 변제충당하면 원금 잔액은 740만여원이라며 A사의 청구를 일부 인용했다.

한편, 이번 판결은 원고, 피고 양측이 항소를 제기하지 않아 그대로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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