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지법 판결

[아파트관리신문=고경희 기자] 아파트 골프연습장에서 이용자가 본인이 친 골프공에 눈을 맞고 안구가 파열되는 사고가 발생, 1심 재판에서 입주자대표회의에 안전시설 설치 의무 미이행 책임을 물었으나 2심은 이를 뒤집고 사고원인이 불분명하다며 대표회의의 손을 들어줬다.

수원지방법원 제2민사부(재판장 윤희찬 부장판사)는 최근 경기 용인시 A아파트 입주민 B씨가 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대표회의와 영업배상책임 보험계약을 체결한 보험사 C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B씨에게 피고 대표회의는 1억6426만여원, 피고 C사는 피고 대표회의와 공동해 위 금원 중 9900만원을 지급하라”는 1심 판결 중 대표회의, C사 패소 부분을 모두 취소하는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입주민 B씨는 2018년 5월 단지 내 실내골프연습장에서 타구연습을 하다 골프공에 좌측 눈을 맞아 안구가 파열되는 사고를 당했고 결국 좌측 안구를 모두 적출했다. 이에 B씨는 골프공이 타석에 설치된 칸막이를 맞고 튕겨 나와 사고가 발생했다며 대표회의와 보험사 C사에 안전시설 설치 의무 미이행에 따른 책임을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 대표회의는 ‘체육시설의 설치·이용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의 골프연습장업 규정에 따라 연습 중 타구에 의해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그물·보호망 등 안전시설을 설치할 의무가 있음에도, 안전시설을 갖추지 못한 하자가 있다”며 대표회의와 보험사 C사에 60%의 손해배상 책임을 물었다. <본지 제1279호 2020년 2월 3일자 게재>

하지만 2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2심 재판부는 이 사건 사고가 B씨의 주장과 같이 골프장 칸막이로 인해 발생한 것인지를 쟁점으로 보고 “제출된 증거들만으로는 사고원인에 대한 원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에 부족해 사고가 칸막이로 인해 발생한 사고인 사실에 대한 증명이 없으므로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고 밝혔다.

입주민 B씨는 보험사고 조사를 한 D사에 “골프채로 공을 타격했고 이후 짧은 순간 타격 소리와 함께 공이 눈을 강타했다. 앞쪽에 위치한 장애물을 맞고 공이 눈으로 날아와 사고가 일어난 것으로 예상된다. 사고 장소를 방문해 살펴본 바에 따르면 턱 등 장애물이 존재하며 그간 경험상 깨진 공이 공급되거나 장치적 결함으로 공이 원활히 올라오지 않는 등 여러 결함이 보인다”는 내용의 사고경위서를 제출했다.

이에 재판부는 “사고경위서는 보험금 지급을 구하는 원고가 사고일로부터 15일 이상 경과해 작성한 것으로 그대로 신뢰하기 어렵고 기재내용에 따르더라도 골프채를 휘두른 직후 어떤 타격소리를 들었기 때문에 골프공이 어떤 장애물에 맞은 후 날아온 것으로 추정된다는 내용에 불과하다”며 “원고 스스로도 골프공이 어떤 경로로 원고에게 날아오게 됐는지 알지 못해 사고경위서 내용만으로는 곧바로 원고 주장의 사고원인을 인정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D사가 C사의 의뢰로 B씨에게 보낸 보험사고조사결과안내서에는 ‘조사 결과 사고 원인은 원고의 타구 연습 중 빗맞은 타구가 칸막이에 맞고 B씨의 눈을 타격해 발생한 사고로 추정되나, 칸막이 하자와 관련된 사고임이 입증되지 않았고 칸막이는 이용자들의 안전을 위한 시설이므로 골프공이 칸막이에 맞았다고 하더라도 시설물 하자로 사고가 발생했다고 보기 어려워 대표회의의 배상책임이 없는 사고’라고 기재돼 있다.

그러나 재판부는 “안내서에 기재된 사고원인은 원고가 사고원인에 대해 추정적·주관적으로 판단한 것에 불과한데다가 여전히 사고원인을 추정하는 내용일 뿐이고 D사는 현장조사 이후 원고로부터 사고경위서를 작성 받은 외에 새로이 사고조사를 하거나 관련 자료를 확보하지 않은 상태에서 안내서를 작성했다”며 “안내서는 피고 C사의 원고에 대한 보험금 지급의무가 없음을 통지할 목적으로 작성된 문서고 작성 경위를 고려하면 사고원인을 객관적으로 확정할 수 있는 성격의 문서로 볼 수 없어 안내서가 피고 C사 측에서 작성됐다는 사정만으로 기재된 ‘추정적 사고원인’에 대한 신빙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에 더해 “칸막이와 티업 지점 사이의 거리, 칸막이의 형태 등에 비춰 원고가 친 골프공이 칸막이 중 어느 부분에 맞아야 원고의 좌측 눈 부위까지 튕겨 올 수 있는 것인지 알 수 없고 골프연습장 내부에 남아 있는 파손 흔적이 골프공에 부딪혀 생긴 것인지 여부도 불분명하며 그 흔적이 칸막이와 관련된 것인지 여부는 더욱 알기 어렵다”며 “비록 원고가 3~4년의 골프 경력을 쌓아왔다고 하더라도 골프 운동의 특성상 타격 자세, 스윙 각도, 골프공이 놓인 위치 등에 따라 예상과 다른 방향으로 골프공이 날아가는 경우도 빈번히 생기는 점을 고려하면 사건 당시 원고가 친 골프공이 칸막이에 맞았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한편, 이번 2심 판결은 원고 측이 상고를 제기하지 않아 그대로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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