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익산 아파트 경리 횡령사건’으로 본 아파트 회계 ‘허점’

회계감사 무용론 이어져
통장잔고·잔액증명서
확인만으로도 문제 막아
관리소장·동대표 책임 지적

[아파트관리신문=서지영 기자] 최근 전북 익산시의 한 아파트에서 경리직원이 17년 동안 수억원의 관리비를 빼돌린 사건이 알려지면서 다시금 공동주택 관리업계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지난해 1월 서울 노원구 아파트의 10억원 횡령사건이 알려진 지 꼭 1년 만이다.

해마다 아파트 내 대규모 횡령사고 소식이 전해지면서, 업계 투명성 강화 등을 위해 힘쓰는 종사자들의 노력이 무색하게 관리업계를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 개선이 잘 이뤄지지 않아 아쉬움을 낳고 있다.

이러한 사건이 터질 때마다 어떻게 수년간 입주민들의 관리비가 새어나가는 사실을 범죄 당사자 외 그 누구도 모를 수 있었는지에 대해 의문이 쏟아진다. 아파트에는 모든 관리업무를 총괄 책임지는 관리소장이 있고, 위탁관리의 경우 관리 지원을 해주는 관리업체가 있으며, 의결·감시 기구인 입주자대표회의가 있다. 또 300세대 이상 공동주택에는 외부회계감사가 의무화 돼 있고, 나머지 단지의 경우 입주자등의 요구에 따라 이를 진행될 수 있다.

이번에 사고가 난 익산 아파트 또한 대규모 단지로 매년 전문 감사인의 외부회계감사를 받고 있었음에도 문제가 발견되지 않은 채 ‘적정’ 의견으로 마무리돼 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아파트 횡령사건은 개인의 일탈 문제와 함께 아파트 내·외부의 기본적인 감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은 탓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회계감사 강화 법안 이어져

이러한 회계사고 등을 막기 위해 국회의원들의 법안 발의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의원이 공동주택 회계감사 감사인을 해당 단지 입주자대표회의가 아닌 지자체장이 선정토록 하는 내용의 공동주택관리법 개정안을 지난달 19일 대표발의 한 바 있다. 현행법상 감사 대상이 감사인을 선정하는 구조에서는 감사인이 감사 대상이 원하는 적정 의견이 담긴 보고서를 제출할 수밖에 없어 감사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것이 고 의원이 밝힌 발의 이유다.

지난해 7월 24일 국민의힘 정찬민 의원도 지자체장의 회계감사인 선정 역할과 함께 입주자 3분의 2 이상 동의를 받은 경우 외부회계감사를 받지 않을 수 있도록 한 규정을 삭제하는 내용을 제안했다. 이와 함께 정 의원은 회계서류를 관리규약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에 공개하도록 함으로써 관리 투명성을 더욱 높이고자 했다. 정 의원은 이 같은 법안 발의 배경에 대해 “동대표의 전문성 부족, 회계법인의 부실 감사, 제한된 정보공개 등으로 인해 공동주택의 관리비와 관련된 비리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고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강훈식 의원은 지난해 9월 7일 외부회계감사 대상을 확대하고 지자체의 감시를 강화하는 내용의 공동주택관리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의결해 요구하는 등의 경우 외부회계감사를 받아야 하는 공동주택을 기존 ‘300세대 미만’에서 ‘150세대 이상’으로 확대하도록 했으며, 지자체가 150세대 이상인 공동주택의 관리비 등에 대해 정기적인 감사를 실시하도록 했다.

이와 관련해 강 의원은 “지방자치단체가 실시한 아파트 단지 업무 감사에서 감사인이 적정 의견을 제시한 단지에서도 관리비 운영과 회계 부실 등이 다수 지적됨에 따라 정례적인 외부 회계감사의 실효성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어 대책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감시 강화를 위한 법 개정안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지만 아파트는 사유재산이라며 지나친 사적침해를 경계하는 분위기가 강하고 회계감사제도를 뜯어고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관리업체 단지 관리 역할 필요

실제 관리현장에서는 회계감사제도가 회계처리 과정을 면밀하게 들여다보지 못한 채 형식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무용론이 제기된 지 오래다.

경기 성남시의 한 아파트 관리소장은 “회계감사인들이 일반 회사 회계에 대해서만 잘 알고 아파트 회계처리방식 등 단지 현실에 대해 잘 모르는 경우가 대다수”라며 “회계사고가 많이 일어나다 보니 입주민들의 심리적인 안정을 위해 보여주기 식의 장치 정도 역할을 할 뿐”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 소장은 “감사인들은 아파트에서 제시한 자료들만 살피는 정도이고, 실제 횡령 등 문제를 발견하기 위해서는 동대표들과 관리소장이 결재내역과 통장잔고·잔액증명서를 대조해보는 등 간단하게 몇 가지 자료만 살펴보면 되는 것인데 이를 잘 모르거나 소홀히 하는 문제가 크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 소장은 “일부 관리소장들이 관리업무 관련 정보를 동대표들과 공유하지 않은 채, 자신만의 권한으로 생각하고 입지 지키기에 활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폐쇄적인 마인드가 결국엔 문제를 일으키고 궁극적으로 관리소장들에게 대한 사회적 인식 악화로 이어진다”며 소장들의 개선 노력이 필요함을 역설했다.

이와 함께 위탁관리의 경우 관리직원들이 소속된 본사의 단지 관리가 체계적으로 이뤄지면 회계사고 방지도 가능한데 이러한 본사 관리가 잘 이뤄지지 않는 관리업체가 대다수임이 지적되면서 업체들의 선진화 노력 필요성도 계속해서 강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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