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판결] 불법낙찰 인한 손해 발생 인정 안 돼

[아파트관리신문=서지영 기자] 아파트 관리소장과 배관 철거업자가 공모해 아파트 폐배관 철거공사 업체 선정을 유도하고 대가를 주고받은 것과 관련해 입주자대표회의가 해당 관리소장과 관리업체, 철거업자 등에 대해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이 손해 발생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기각했다.

의정부지방법원(판사 지충현)에 따르면 경기 의정부시 A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2016년 2월 ‘지하 공동구 폐파이프 철거’ 공사(이하 ‘이 사건 철거공사’)를 실시하기로 결정, 이에 따라 관리소장 B씨는 철거공사 입찰을 공고했다. 여기에 C사, D사, E사의 입찰서가 제출됐는데 공사과정에서 발생하는 고철 및 고재 등은 공사업체가 처분해 공사대금에 충당하는 조건으로 C사는 대표회의에 50만원 지급, D사는 대표회의에 140만원 지급, E사는 대표회의로부터 공사비 120만원을 받는 조건을 제시해 D사가 공사업체로 선정됐다.

이후 대표회의와 D사는 D사가 대표회의에 154만원(부가가치세 포함)을 지급하고 이 사건 철거 공사를 실시하는 내용으로 공사 도급계약을 체결했고, 그에 첨부된 D사의 사업자등록증에는 F씨(D사 사내이사)의 이름 및 연락처가 담당자로 기재돼 있었다. F씨는 D사의 금융계좌에서 A아파트 명의 계좌에 154만원을 입금했고, B씨는 F씨에게 공급받는 자를 D사로 기재한 전자세금계산서를 발행해줬다.

그러나 이 사건 철거공사는 실제로는 C사의 상호로 철거업을 하는 G씨가 ‘현장대리인’이라는 명목으로 실시했고, 공사 관련 입찰서 및 도급계약서는 G씨가 D사의 명의를 대여받아 제출, 체결한 것이었다.

또한 의정부시는 입주민 등의 민원사항에 대해 ‘이 사건 철거공사 입찰에는 적격심사제로 입찰공고했으나 최고가격으로 낙찰자를 선정한 잘못, 입찰이 무효임에도 유찰시키지 않고 낙찰자를 선정한 잘못 등의 위반사실이 존재한다’며 ‘G씨가 자신의 상호인 C사 명의로 입찰함과 동시에 D사의 입찰서도 제출해 C사와 D사는 무효인 입찰이고, C사와 E사는 개입업체이며 관련서류를 미제출해 무효인 입찰이며, D사는 법인등기부등본을 미제출해 무효인 입찰’이라고 회신했다.

이후 관리소장 B씨와 G씨에 대해 공소가 제기돼, 입찰방해 및 배임수재·배임증재의 범죄사실로 B씨를 징역 1년, G씨를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에 처하고, B씨로부터 2300만원을 추징하는 판결이 선고됐다.

B씨와 G씨의 입찰방해 내용을 살펴보면, 두 사람은 이 사건 철거공사를 G씨가 수주하게 하기로 공모했고, 이에 따라 G씨는 F씨에게 제의해 D사 명의의 입찰 참여 서류를 제공받아 이 사건 철거공사 입찰에 D사 명의의 입찰 참여 서류 및 개인사업자로서 입찰 참가 자격이 없는 C사 명의 입찰서, E사 명의 입찰서 등 총 3개의 입찰 서류를 제출했다. B씨는 이 사실을 잘 알면서도 마치 적법한 입찰절차를 거친 것처럼 아파트 동대표들에게 ‘철거공사의 입찰을 위해 제출된 서류에 이상이 없고 공정성이 확보됐다’는 취지의 허위 사실을 고지해 대표회의로 하여금 D사가 이 사건 철거공사를 낙찰받았음을 의결하도록 만들었다. 이는 공사 입찰의 공정성을 해했다고 지적됐다.

또 B씨는 이러한 공사 낙찰 대가로 G씨로부터 총 6회에 걸쳐 합계 2300만원을 교부받았다.

덜 지출한 공사비용만큼
대표회의 손해 발생 안 돼

이와 관련해 입주자대표회의는 “B씨와 G씨, F씨는 공모해 D사의 명의로 이 사건 철거공사를 낙찰받은 다음, 시가총액이 2억3763만여원에 달하는 아파트 배관 등 설비를 철거해 처분했다”며 “이는 대표회의에 대한 공동불법행위를 구성하고, 위 설비 시가에서 G씨가 실제 지출했다고 주장하는 철거공사비 1억1651만여원(=철거 공사비용 1억314만원 + 공사이윤 1337만여원) 및 대표회의가 지급받은 이 사건 철거공사대금 154만원을 공제하더라도, 대표회의가 입은 손해는 1억1958만여원(=2억3763만여원 - 1억1651만여원 - 154만원)에 달하므로, B씨와 G씨, F씨는 공동해 대표회의에 위 금액 상당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관리업체 H사는 관리소장 B씨의 사용자, D사는 F씨의 사용자로서, B씨와 F씨의 공동불법행위로 인해 대표회의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며 B씨, G씨, F씨와 공동해 같은 금액 상당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할 것을 청구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B씨 등의 공동불법행위가 인정된다 하더라도, 이로 인한 대표회의의 손해 발생 사실은 인정되지 않는다며 대표회의의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의 범위는 그 불법행위로 인해 피해자가 입은 손해 상당액”이라며 이같이 판시했다.

재판부의 감정인 감정촉탁 결과에 의한 이 사건 철거공사의 적정 도급금액(대표회의가 지급해야 할 공사대금)은 4억8168만여원으로 산정됐고, 여기에서 철거된 장비, 배관 등 설비의 시가를 제하더라도 대표회의가 지급해야 할 적정 도급금액은 2억4404만여원(=4억8168만여원 - 설비시가 2억3763만여원)이 된다.

이에 재판부는 “피고 B씨, G씨, F씨의 입찰방해행위가 원고 대표회의에 대한 공동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대표회의가 이 사건 철거공사에 지출한 도급금액이 없고 오히려 피고 F씨로부터 154만원을 지급받은 이상 공동불법행위로 인해 어떤 손해가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대표회의는 적정 도급금액이 아닌 G씨가 지출했다고 인정한 공사비용만이 손해액에서 공제된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피고 G씨가 적정 공사비용에 미치지 못하는 공사비용만을 지출했다고 하더라도 부실공사로 인한 손해가 발생했다는 등의 다른 사정이 없는 한 피고 G씨가 덜 지출한 공사비용만큼 곧바로 원고 대표회의에 손해가  발생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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