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남부지법 판결

[아파트관리신문=고경희 기자] 아파트 옹벽 하자 사실을 알리지 않은 채 영업배상책임보험에 가입한 입주자대표회의가 보험사에 옹벽 사고에 따른 보험금 지급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대표회의가 하자 사실을 알리지 않아 보험계약이 해지됐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남부지방법원 제1민사부(재판장 임성철 부장판사)는 최근 강원 태백시 A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보험사 B사를 상대로 제기한 보험금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는 1심 판결을 인정, 대표회의의 항소를 기각했다.

A아파트는 2011년 7월 사용승인을 받았는데, 건설회사가 설계도면에 따라 시공해야 할 부분을 시공하지 않거나 도면과 달리 또는 부실하게 시공해 공용부분과 전유부분에 균열, 누수 등의 하자가 발생했다. 대표회의는 2012년 7월부터 10월까지 지속적으로 하자보수를 요구해 일부 보수가 이뤄졌으나 여전히 옹벽을 포함한 공용부분과 전유부분에 하자가 있었다.

대표회의는 2014년 2월 보증인인 C주식회사, 주택도시보증공사를 상대로 하자보수에 갈음하는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고 그해 11월 옹벽 보수공사를 했으며 2016년 10월 일부 승소 판결을 선고받았다. 이후 2015년 7월 보험설계사(2014년 4월부터 2015년 5월까지 대표회의 감사로 근무)를 통해 보험사 B사와 목적물을 아파트 공용부분으로 하는 영업배상책임보험에 가입했고 2016년 7월 계약기간을 2017년 7월까지로 갱신했다.

2016년 12월 A아파트 옹벽이 붕괴돼 벽돌, 흙 등이 옹벽 아래에 있는 상가 건물을 덮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B사는 2017년 1월 대표회의에게 옹벽 하자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보험계약 해지통보를 했는데 대표회의는 2017년 9월 D에게 290만원, 그해 10월 E에게 4500만원을 손해배상금으로 지급하기로 합의했고 F, G는 대표회의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대표회의는 “옹벽 사고로 인해 합계 1억489만여원의 손해배상채무를 지게 됐으므로 B사는 보험금 1억원을 지급해야 하는데, 보험계약 체결 시 설명의무를 이행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이미 하자를 알고 있었으므로 대표회의가 고지의무를 위반했다고 할 수 없다”며 “설령 고지의무를 위반했다고 하더라도 B사가 모집을 위탁한 보험대리점이 모집을 하면서 대표회의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에 해당해 B사는 보험금 상당의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B사는 “대표회의는 보험계약 체결 시 옹벽 하자를 알고 있었음에도 B사에 전혀 알리지 않았으므로 이 보험은 대표회의의 고지의무위반 또는 기망에 의한 것”이라고 보험계약 해지 이유를 밝혔다.

1심 재판부는 “소 제기, 보수 공사 내용과 시점, 보험계약 체결 시점, 보험모집인과 원고와의 관계를 종합해보면 원고는 보험계약 체결 시 아파트 옹벽의 하자로 사고 발생 위험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거나 쉽게 알 수 있었음에도 피고에게 소 제기 사실, 보수 공사 사실 등을 알리지 않았다”며 “원고는 피고가 설명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고지의무위반이 인정될 수 없다고 주장하나 원고는 보험청약서에 첨부된 ‘영업배상책임보험 상품설명서 내용에 대한 계약자 확인’의 주요 설명내용 확인란에 확인을 했다는 취지로 체크하고 날인했으므로, 피고가 설명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대표회의는 보험설계사가 B사의 대리인이므로 B사가 이미 하자를 알고 있었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보험설계사가 피고로부터 보험료 산출, 보험료 영수, 영수증 발급 등에 관한 업무를 위탁받았더라도 청약 승낙은 위탁받지 않았으므로 B사의 대리인이라 보기는 어렵다”며 ‘이 아파트 옹벽에 하자가 있었는지 하자 소송이 있었는지 모르고 보험은 고지의무가 없는 보험’이라는 보험설계사의 증언도 덧붙였다.

또 “보험업법은 ‘보험회사는 보험설계사 또는 보험대리점이 모집을 하면서 보험계약자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배상 책임을 진다’고 정하고 있으나, 이 사건의 보험설계사가 원고에게 손해를 입혔다고 볼 만한 사정은 보이지 않는다”며 “설령 보험설계사가 원고에게 보험금 지급 제한 사유를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더라도 원고의 고지의무위반에는 영향이 없다”고 꼬집었다.

이에 따라 1심 재판부는 “이 사건 보험계약은 피고의 해지통보로 2017년 1월 해지됐으므로 원고의 보험금 청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대표회의는 이 같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를 제기했으나 2심의 판단도 같았다.

2심에서 대표회의는 자신들의 고지의무위반이 인정되더라도 이는 B사와 보험설계사의 과실로 발생한 것이므로 B사가 대표회의의 고지의무위반을 이유로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 없다고 추가로 주장했다.

이에 2심 재판부는 “판례 및 상법에 따르면 보험모집인은 특정 보험자를 위해 보험계약 체결을 중개하는 자일뿐 보험자를 대리해 보험계약을 체결할 권한이 없고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가 보험자에 대해 하는 고지나 통지를 수령할 권한도 없다”며 “보험 고지수령권이 있는 자에게 원고의 고지의무 위반사실에 대한 고의 또는 중과실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못 박았다.

한편, 이 판결은 대표회의가 상고를 제기하지 않아 지난달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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