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판결] 아파트 입주민 커뮤니티에 대표회의 비난글 게시

울산지법 2개의 판결 눈길
비난 게시글 위법 판단 ‘표현의 차이’가 기준

[아파트관리신문=서지영 기자] 아파트 입주민들이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특정 동대표나 입주자대표회의 등을 비방하는 글이 올라오는 경우가 많아 입주민 간 명예훼손 등 소송이 잦다. 이때 어떤 표현을 쓰느냐에 따라 모욕 혐의 등의 위법 판단이 달라질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울산지방법원(판사 정현수)은 아파트 입주민들이 가입해 있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입주자대표회의에 대한 불만 글을 게재하며 ‘승냥이들’이라는 표현을 써 대표회장을 모욕한 혐의로 기소된 울산시 A아파트 입주민 B씨에 대해 “피고인 B씨를 벌금 100원에 처하며, 다만 이 판결 확정일부터 1년간 위 벌금형의 집행을 유예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B씨는 이 같은 판결에 불복해 항소를 제기했지만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도 다르지 않았다.

1심에서 B씨 측은 ‘승냥이’라는 표현을 한 것이 B씨가 쓴 글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고 직접적으로 대표회장 C씨를 지칭한 것이 아닌 감정적 표현에 지나지 않으므로 모욕죄에서 말하는 모욕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모욕죄에서 말하는 모욕이란 사실을 적시하지 않고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라며 B씨의 표현이 모욕에 해당한다고 일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 B씨가 입주자대표회의에 대한 글을 게시하면서 ‘승냥이’라고 반복적으로 표현했고, 그 표현의 방법, 취지, 맥락에 비춰 이는 피해자 C씨가 대표자로 있는 A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구성원을 지칭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글의 게시장소는 커뮤니티 회원이면 누구나 볼 수 있는 게시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점에 비춰 보면, 설령 피고인 B씨가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운영의 불합리성을 비판하고 이를 강조하는 과정에서 표현한 것이라고 할지라도 피해자를 포함한 입주자대표회의 구성원을 ‘승냥이’라고 표현한 부분은 게시글 전체를 두고 보더라도 피해자의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훼손할 만한 모욕적인 표현으로서 모욕죄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B씨가 ‘승냥이’라는 표현을 쓰게 된 과정, 모욕적 표현의 정도 등을 감안해 벌금형의 집행유예 판결을 내렸다.

B씨는 항소를 제기하며 “승냥이라는 표현은 단순한 감정적 표현에 불과할 뿐 피해자의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훼손할 만한 모욕적인 표현에 해당하지 않고, 본인의 행위는 아파트 입주민들의 이익을 위한 공익적 행위로서 정당행위에 해당하며, 본인은 위 행위가 죄가 되지 않는다고 오인했고 오인에 정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주장했지만 항소심 재판부인 울산지법 제2형사부(재판장 김관구 부장판사)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설령 피고인이 사실을 알려 아파트 입주자들의 이익을 대변하려는 공익적인 목적을 가지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승냥이’ 등의 표현을 사용하는 경우에만 그러한 목적이 달성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그러한 표현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피고인은 자신의 의견을 충분히 알릴 수 있었으므로, 피고인의 행위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라고 할 수 없다”는 이유를 들어 모욕죄의 위법성이 예외적으로 조각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또 “피고인이 자신의 행위가 공익적인 것으로서 죄가 되지 않는 것으로 오인했다 하더라도 이 사건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나 정황 등 제반사정에 비춰 보면 피고인의 주장과 같은 사정만으로 그 오인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할 수 없다”며 “결국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정당행위나 법률의 착오에 관한 법리를 오인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없다”고 항소 기각 이유를 판시했다.

허위 인식·비방 목적 없었다며 명예훼손 무죄 판결

같은 법원에서 위 사건과 달리 입주민들이 이용하는 온라인 카페에 입주자대표회장을 비난하는 글을 올려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됐지만 무죄 판결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울산지법 제2형사부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울산시 D아파트 입주민 E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1심 판결을 인정, 최근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는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에 따르면 E씨는 지난해 5월 4일 인터넷 카페에 ‘당신들의 변호사 자문비는 주민 동의 없이 600만원이나 관리비 각출하고 도대체 어찌 돌아가는 겁니까? 타 단지에 비해 장기수선충당금은 따블 의결하고... 그들만의 리그 아파트 행사에 164만원 자금 들이고’ 등의 내용이 담긴 글을 게재했다.

이에 대해 검사는 “변호사 자문비는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정식으로 논의돼 결정된 사항이고, 장기수선충당금을 다른 아파트 단지에 비해 2배로 늘린 적이 없으며, 아파트 행사에 천막 비용으로는 88만원을 사용했을 뿐”이라며 “이로써 피고인 E씨는 고소인 대표회장 F씨를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해 공공연하게 거짓의 사실을 드러내 F씨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1심 재판부(판사 김정환)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게시글이 허위의 사실이거나, 피고인이 허위임을 인식했다거나, 피고인에게 고소인을 비방할 목적이 있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며 E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서 규정한 ‘사람을 비방할 목적’은 가해의 의사나 목적을 의미하는데, E씨의 경우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무죄 근거로 먼저 “이 사건 입주자대표회의가 지난해 4월 3일 ‘자문변호사 비용 책정 건’ 등을 안건으로 하는 정기회의 개최 공고를 한 다음 그달 11일 변호사 자문비용으로 6개월 동안 세대당 1000원씩 관리비로 부과하기로 결의한 사실은 있으나, 그 과정에서 주민들로부터 직접적인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치거나, 위와 같이 관리비를 부과하기로 결의하는 것에 대해 직접 동의를 받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장기수선충당금과 관련해, “이 사건 아파트는 지난해 7월분 관리비 부과 당시 84㎡ 세대에 1만1996원(㎡당 142원 가량)을, G아파트는 그해 9월분 관리비 부과 당시 82㎡ 세대에 4610원(㎡당 56원 가량)을, H아파트는 그해 8월분 관리비 부과 당시 114㎡ 세대에 9780원(㎡당 86원 가량)을 각 부과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피고인이 같은 아파트 I호 입주민이 카페 게시판에 올린 게시글을 본 후 이 사건 게시글을 작성하면서 아파트 행사에 164만원을 지출했다는 내용을 포함시켰으나, 그 직후 위 I호 입주민이 아파트 행사비용을 88만원으로 수정하는 내용의 게시글을 보고, 곧바로 이 사건 게시글 중 ‘164만원’ 부분을 ‘80여만원’으로 수정했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재판부는 “이 사건 게시글은 D아파트 입주민들이 이용하는 카페에 게시됐는데, 게시글의 전체적인 내용은 피고인이 아파트 입주민으로서 입주자대표회의의 운영방식이나 관리비 부과, 지출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개진한 것이고, 이는 아파트 입주민들의 관심과 이익에 관한 것”이라고 강조하며 E씨의 무죄 이유를 전했다.

변호사 자문비 관리비 부과, 적법한 행위인 것 몰라

검사는 “피고인 E씨가 정보통신망을 통해 게시한 내용이 허위임을 인식하면서도 대표회장 F씨를 비방할 목적으로 이를 게시했는바, 그럼에도 E씨에게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원심에는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며 항소를 제기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기각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E씨가 쓴 게시글 중 ‘당신들의 변호사 자문비는 주민 동의 없이 600만원이나 관리비 각출하고’ 부분과 관련해, “피고인은 이 사건 게시글을 작성하기 이전에 입주자대표회의에서 변호사 선임 비용을 관리비에 추가해 부과하기로 결의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피고인 E씨가 위와 같이 게시글을 작성한 취지는 대표회의의 결의만으로 변호사 선임비용을 관리비로 부과하는 것이 관련법령 등에 의한 적법한 행위라는 사실을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관리비 추가 부과와 관련해 입주민들 전체에 대한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은 적법하지 않거나 부당하다는 뜻을 내포한 것으로 보인다”며 “그 표현이 다소 단정적이거나 과장된 측면이 없지 않아 보이기는 하나 그 전체적인 취지가 허위라고 단정하기는 어려울 뿐만 아니라 설령 이 사건 게시글 중 위 내용을 허위로 보더라도 피고인의 변소에 따르면 피고인이 이를 허위로 인식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검사의 주장을 일축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E씨는 “자기들끼리 대표회의 안건으로 올려서 한 것이지 입주민 전체의 동의를 받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그렇게 글을 기재했다. 내 생각이긴 하지만 대부분의 주민들이 그게(대표회의 결의만으로 변호사 선임비용을 관리비에 추가해 부과하는 것) 합법이라는 걸 이해 못합니다”라고 진술한 바 있다.

재판부는 또 게시글 중 ‘그들만의 리그 아파트 행사에 164만원 자금 들이고’ 부분과 관련해 “피고인이 내용을 참고한 게시글을 올린 I호 입주민은 과거 대표회의 일원이었던 것으로 보일 뿐만 아니라 대표회의 업무 처리와 관련해 상당히 구체적인 내용을 알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 대표회의 회의록을 열람하는 등의 절차를 거쳤다는 취지의 내용도 기재돼 있다”며 “이러한 점에 비춰 보통의 입주민인 피고인의 입장에서 위와 같은 게시글의 내용이 진실한 것이라고 오인했을 여지도 있어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여기에 ▲피고인이 게시글을 올린 사이트는 D아파트 입주민들에게만 공개된 곳으로 보이는 점 ▲위 사이트는 D아파트와 관련한 각종 사안에 관해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는 장이자 정보교환의 창구로 이용돼 온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이 게시글을 작성하기 전에 아파트 관리소 등을 통해 실제로 아파트 행사에 사용된 비용이 얼마인지를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점 등을 더해 보면, 피고인이 이 부분 게시글 내용이 진실인 것으로 믿은 데에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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