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지법 안양지원 판결

[아파트관리신문=고경희 기자] 장기수선충당금 이자 손실, 누수보수공사 지체 등 선관주의의무 위반을 이유로 선거구 입주민의 찬반투표로 동대표 겸 입주자대표회장을 해임한 것은 적법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 제2민사부(재판장 김순열 부장판사)는 최근 해임된 A아파트 입주자대표회장 B씨가 이 아파트 선거관리위원회와 입주자대표회의를 상대로 제기한 동대표해임결의무효확인 청구소송에서 “원고의 피고 선관위에 대한 소를 각하하고 피고 대표회의에 대한 청구를 기각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B씨는 2018년 9월 C동 3, 5호 라인 동대표 및 입주자대표회장으로 선출돼 2019년 3월 연임됐다.

B씨는 2018년 11월 은행 2곳에 예치됐던 장기수선충당금 6억8500만원을 중소기업은행에 예치했고 대표회의는 2019년 3월 정기회의를 개최해 중소기업은행에 예치돼 있는 장기수선충당금을 중도 해지해 이전 은행 2곳에 나눠 예치하기로 결의하고 이를 이행했다.

이와 함께 2019년 4월 C동 세대 싱크대 천장을 비롯해 3, 5라인의 호수에서 누수가 발생했는데 누수와 관련해 B씨가 거주하는 세대에 대한 공사요청이 있자 B씨는 관리소장에게 “우리집 하단에 점검구를 추가로 뚫어야 한다면 수용하겠으나 뚫어야 하는 구조적, 기술적인 이유와 공사부분에 위치한 싱크대 등으로 인해 발생되는 추가비용을 공용비용에서 부담해야 된다는 내용을 대표회의 밴드에 올려서 승인을 받아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내용의 메일을 보냈다. 한편 누수로 인해 C동 3호 라인의 난방공급이 중단되기도 했다.

C동 3, 5호 라인 입주자 4명은 2019년 4월 선거관리위원회에 B씨가 장기수선충당금 이자손실, 라인 난방 입상관 누수보수공사 지체를 이유로 해임절차 진행을 요청했다.

선관위는 C동 3, 5호 라인 입주자를 상대로 B씨에 대한 동대표 해임 찬반투표를 진행했고 투표결과 투표자 과반수 찬성으로 해임안이 가결됐다.

이에 대해 B씨는 “관리규약이 선관주의의무 위반을 해임사유로 정하고 있지 않으므로 이를 사유로 한 해임결의는 위법하고 대표회장임에도 C동 3, 5호 라인 14세대의 의사만을 반영한 해임결의를 통해 회장 지위에서도 해임됐으며 절차적 위법이 있다”면서 선관위와 대표회의를 상대로 해임결의 무효를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선관위에 대한 소 송에 “피고 선관위는 공동주택관리법령과 관리규약이 위임한 업무만을 집행하는 기구에 불과하고 피고 대표회의와 별도로 독립된 사단으로서의 규약 및 재정적 기초를 갖거나 독자적인 활동을 한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비법인사단으로 볼 수 없고 달리 그 당사자능력을 인정할 근거가 없다”며 각하했다.

B씨가 대표회의를 상대로 한 절차적 하자, 해임사유 부존재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우선 절차적 하자 주장에 “A아파트 관리규약은 동대표 해임사유를 ‘공동주택관리법령, 관리규약 및 선관위 규정을 위반한 때’로 규정하고 있고 관리규약은 ‘대표회의 구성원은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 직무를 수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원고는 동대표 및 대표회장으로서 선관주의의무를 부담한다”며 “이를 위반한 경우 ‘관리규약을 위반한 때’에 해당해 해임사유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관리규약에 ‘동대표가 해임되는 경우 대표회의 임원 지위까지 모두 상실된다’고 규정한 점 ▲관리규약에서 대표회의 임원과는 별도로 동대표 해임에 관해 규정하고 있는 점에 비춰 대표회의 임원을 겸하고 있는 동대표라도 해임사유가 있는 경우 해당 선거구의 입주자는 동대표 해임을 요청해 해임할 수 있다고 봤다. 또 대표회의 임원직까지 상실된다고 하더라도 공동주택관리법 및 관리규약에 의한 것으로 나머지 세대들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아 절차적 정당성을 결여했다고 볼 수 없다고 못박았다.

특히 “동대표와 대표회의 임원의 지위와 업무를 구분해 동대표만으로서의 행위가 해임사유에 해당하는 경우에만 관리규약에 따른 해임이 가능하다고 해석하면 해임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어 동대표 및 대표회의 임원 지위를 겸하고 있는 자가 임원으로서 한 행위는 동시에 동대표로서의 지위에서 한 행위라고도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임사유에 대해서도 “원고 B씨는 중소기업은행에 충당금을 예치하는 것에 피고 대표회의의 의결 또는 지정을 위한 최소한의 보고도 거치지 않아 ‘장기수선충당금 등을 대표회의가 지정하는 금융기관에 예치해 관리해야 한다’는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규정을 위반했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누수의 경우 관리사무소가 원고에게 공사협조 요청을 했으나 원고가 보상요구를 하며 즉시 이에 응하지 않았고 그 다음날 이 라인의 난방공급이 중단되기까지 했다”며 “누수공사와 관련한 원고와 입주민들 사이의 갈등으로 인해 해임결의까지 이뤄진 것으로 보여 C동 3호 라인에 발생한 누수가 원고가 거주하는 세대에서 발생한 것이 명백하지 않더라도 난방공급이 중단된 것에 원고가 공사 즉시 응하지 않은 사정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은 ‘입주자등 상호간에 이해가 상반되는 사항의 조정’, ‘공동체 생활의 활성화 및 질서유지에 관한 사항’도 대표회의의 의결사항으로 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B씨가 누수보수공사를 지연시켜 입주자들에게 피해를 가중시켰으므로 선관주의의무를 위반해 해임사유가 된다고 판단했다. 입주민들의 자치적인 판단은 가급적 존중돼야 한다는 입장도 이유가 됐다.

한편, B씨는 이 같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를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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