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북부지법 결정

[아파트관리신문=서지영 기자] 아파트 배관 교체공사업체 입찰 공고에서 입찰참가 자격으로 900세대 이상 공사 경험 조건을 내걸고, 부분공사는 인정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았는데, 선정된 업체가 1000세대 이상 아파트의 일부인 600여세대에 대해서만 공사를 시행한 경험을 실적으로 내세우자 일부 입주자들이 실적 미달이라며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하지만 법원은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 노원구 A아파트 구분소유자들인 B씨 등 6인은 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와 기계설비공사업체 C사를 상대로 ▲본안판결 확정 시까지, 2020년 5월 29일 대표회의와 C사 사이에 체결된 A아파트 공용부분 난방배관 및 설비 전체 교체공사 도급계약(이하 ‘이 사건 공사계약’)의 효력을 정지하며 ▲C사는 이 사건 공사계약과 관련한 일체의 공사를 중지하고, 직접 또는 제3자를 통해 이를 속행해서는 안 된다는 등의 공사중지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서울북부지방법원 제1민사부(재판장 김한성 부장판사)는 최근 “이 사건 공사계약의 효력정지를 구하는 부분을 부적법하므로 각하하고, 나머지 신청은 이유 없으므로 이를 모두 기각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에 따르면 A아파트 대표회의는 지난 5월 18일경 이 사건 공사계약 업체 선정을 위한 입찰(이하 ‘이 사건 입찰’)을 공고했고, 공고에는 ‘완료실적은 입찰공고일로부터 최근 3년간 공동주택 900세대 이상 지역난방배관 전체교체 공사 2건 이상 또는 지역난방 급탕배관 전체교체공사 3건 이상 업체’라는 입찰참가 자격에 관한 내용과 ‘무효로 하는 입찰이 있는 경우와 부분공사는 인정하지 않음’이라는 입찰무효에 관한 내용이 포함됐다.

대표회의는 5월 28일경 C사를 낙찰자로 선정하고 이 사건 공사계약을 체결했는데, C사는 이 사건 입찰에 참가할 당시 ‘D아파트 930세대에 관해, 또 E아파트 1185세대에 관해 급수, 급탕, 난방배관 전체공사를 했다’는 취지의 실적증명서를 제출했다.

이에 대해 B씨 등 구분소유자 6명은 C사가 E아파트 공사와 관련해 F사와 5:5의 비율로 해당 공사를 공동수급했고, 위 비율에 따라 1185세대 중 600여 세대에 대해서만 공사를 시행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위 공사는 ‘부분공사’에 해당하고 ‘900세대 이상 공사’ 요건도 충족하지 못했으므로 C사는 이 사건 입찰에서 요구한 입찰자격을 갖췄다고 할 수 없다”며 “결국 C사의 입찰은 무효이고, 이 사건 공사계약도 무효로 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또 B씨 등은 ▲C사는 무효인 계약에 기해 권원 없이 A아파트를 점유하며 공사를 진행하고 있으므로, 채권자들(B씨 등 6명)은 소유권 내지 헌법상의 건강권에 기해 이를 배제할 권리를 가진다 ▲채권자들이 본안판결을 기다리는 경우 상당한 정도로 공사가 진행돼 채권자들의 권리구제가 불가능하게 될 우려가 있고, 자격을 갖추지 못한 C사의 공사로 인해 안전사고가 발생하거나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파돼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우려고 있다는 등의 주장도 펼쳤다.

이에 맞서 대표회의와 C사는 본안전항변으로 “B씨 등은 이 사건 공사계약의 효력을 다툴 확인의 이익이 없으므로 이 사건 신청은 각하돼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공사계약 정지 가처분신청에 대해서만 이를 받아들이고, 나머지 부분은 이유 없다며 배척했다.

재판부는 공사계약 정지 가처분신청 각하 이유에 대해 “이 사건 공사계약의 체결 및 시행으로 인해 A아파트 장기수선충당금이 지출될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B씨 등이 위 장충금의 소유 내지 관리에 관해 직접적인 권리를 갖는다고 보기 어려운 점, 이 사건 공사계약 자체는 B씨 등의 장충금 납부 의무 등의 법률관계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 점, 위 공사계약으로 인해 추후 B씨 등이 추가적으로 장충금을 납부하게 된다 하더라도 이는 간접적인 결과(이를 손해라고 단정하기도 어렵다)에 불과한 점 등을 종합해 보면, B씨 등이 장충금과 관련해 위 공사계약에 관해 갖는 이해관계는 사실적·경제적인 것에 불과할 뿐 이를 법률상 이해관계라 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한 재판부는 “B씨 등은 입주자대표회의 소집을 요구하거나 C사를 이 사건 공사계약의 낙찰자로 선정한 아파트 내부의 결의 등을 다툴 수 있으므로, 이를 넘어 이 사건 공사계약의 효력을 다투는 것이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가장 유효·적절한 수단이 된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다만 재판부는 “B씨 등은 A아파트 구분소유자들로서, 그 소유권에 기한 방해배제 청구로서 공사의 중지를 구하는 것이 부적법하다고 할 수 없다”며 관련 신청에 대해서는 각하 결정을 내리지 않은 이유를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본안에 관한 판단에서 “C사가 이 사건 공사계약에 따른 공사를 시행하는 것이 위법하다고 단정할 수 없고, 따라서 B씨 등이 공사중지를 구하는 신청과 같이 방해배제를 구할 피보전권리를 가진다는 점이 충분히 소명된다고 할 수 없다”며 “그러므로 보전의 필요성에 관해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 부분 신청은 이유 없다”고 기각 이유를 전했다.

재판부는 C사의 공사 시행을 위법이라 단정할 수 없는 이유로 먼저 “E아파트 공사에 관해 최초 C사가 단독으로 낙찰을 받았던 사실, 위 공사 도급 표준계약서에도 C사는 ‘공동수급 대표자’라고 기재돼 있고, F사는 ‘공동수급 구성원’으로 기재돼 있는 사실, C사가 위 공사 시행과정에서 단독으로 기술지도계약 등의 계약을 체결하거나 열사용시설 점검신청 등을 한 사실 등이 인정되고, 이에 의하면 실질적으로는 C사가 단독으로 E아파트 공사를 시행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이 경우 이 사건 입찰에서 요한 실적을 갖추지 못했다고 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또한 재판부는 “C사가 실제로 F사와 공동으로 E아파트 공사를 시행했다고 하더라도, 이를 이 사건 입찰에서 요한 실적에 미달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그 근거로 재판부는 ▲이 사건 입찰 공고에는 ‘부분공사’의 정의가 명확히 안내돼 있지 않은 점 ▲전체 세대가 900세대를 초과하는 공동주택의 지역난방배관 교체공사 중 900세대의 공사를 단독으로 수행한 경우, 이를 입찰 무효 사유로서 ‘부분공사’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점 ▲결국 위 실적 요건은 대단지 공동주택의 지역난방배관 교체공사의 전 과정을 수행한 경험이 있을 것을 요구하는 취지로 보이고, 따라서 ‘부분’의 의미는 단순히 ‘전체 세대의 일부’가 아닌 ‘공사 과정 중 일부’로 해석될 수 있는 점(즉 업체가 공사를 수행한 세대 수가 형식적으로 900세대 이상이어야 한다는 취지가 아니라, 900세대 이상 공동주택의 공사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작업을 수행한 경험을 요하는 취지로 해석될 수 있음) ▲처음부터 공사의 일부를 분할해 수급한 것이 아니라 위 E아파트 공사에서처럼 다수 업체가 공동수급자로서 공사를 수행한 경우에는 이를 부분공사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점을 들었다.

아울러 재판부는 노원구청 담당부서에서도 ‘C사의 E아파트 공사가 이 사건 입찰에서 요한 공사 실적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해 ‘공동수급 실적을 사업실적에서 제외할지에 관한 사항은 발주처에서 자체적으로 결정할 사항’이라는 취지로 답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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