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건설기술연구원 김수암 선임연구위원

건축법에서 리모델링은 ‘건축물의 노후화 억제  또는 기능향상 등을 위해 대수선하거나 건축물의 일부를 증축 또는 개축하는 행위’를 말한다. 이 정의는 동일한 용도가 전제돼 있다. 이와는 달리 건축물의 용도가 다른 건축물로 리모델링하는 용도전환 리모델링을 건축분야에서는 ‘컨버전(Conversion)’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국외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이러한 컨버전이 이뤄졌다. 창고가 오피스나 상업시설이 되기도 하고, 폐교가 커뮤니티 시설이 되기도 하며, 오피스가 주택이 되기도 하는 등 그 사회, 그 지역에서 필요한 용도로 전환돼 왔던 것이다. 이웃나라 일본에서도 건축물의 재고시대로 전환한 1990년대 중반에 빈 건축물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이용할 것인가 하는 것에 대해 시대의 흐름에 대응하는 방법의 하나로서 구미에서 이뤄졌던 컨버전을 채택했다. 또한 미국의 경우에도 뉴욕의 로우 맨하탄 지구의 빈 초고층 오피스를 주택용도로 컨버전한 것은 널리 알려져 있다. 야간인구의 감소가 지역의 쇠퇴를 의미하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서 세제우대를 통해 컨버전을 했다고 한다.

정부는 지난달 11월 19일 서민·중산층 주거안정 지원방안의 하나로 ‘비주택 용도 건축물의 공실 리모델링, 상가, 오피스, 숙박시설 등을 개조해 1만3000호의 주택을 공급’하는 대책을 내놨다. 이에 대해 매스컴에서는 많은 비판의 의견이 오르내렸다. 이 대책을 발표하기 전에 숭인동의 B호텔의 청년주택 건설과 입주가 있었으며, 안암동의 A호텔 사례도 따지고 보면 이러한 대책과는 거리가 있는 것이었지만, 전세대책과 연계돼 있는 것으로 이해해 많은 비판이 있었다. 그런데 후자는 전세대책과 상관없이 진행된 한국토지주택공사의 ‘민간 매입약정형 사회주택’인 공유주택으로 알려졌다. 사회경제적 주체가 사회주택의 설계·시공·운영관리를 하는 방식이고 사회적 경제주체가 공공재정의 지원을 받아 시세보다 낮은 비용으로 저소득층에게 빌려주는 사회적 가치를 지향하는 사회주택이며, 공동생활공간과 개인생활공간이 분리돼 있는 공유주택으로 공급된 것이다. 보통의 가족이 거주하는 일반적인 가족이 거주하는 임대주택 성격이 아닌 사례였다.

물론 이 두 사례(동일한 문제점은 아니지만)의 주택은 주변보다 싼 비용에 활용할 수 있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일반적인 1인가구의 임대주택이라는 관점에서도 난방문제, 취사문제, 공간규모와 구성, 입지, 공사비(후자는 LH의 지원) 등에 대한 해결해야할 문제들이 제시되기도 했다.

이들은 컨버전의 초기 사례들로서 1인가구 주택, 공유주택의 성격이지만 정부에서 정책으로서 계속 추진하기 위해서는 공급목적에 따른 충분한 평가가 필요하고 반영하거나 고쳐야 할 사항에 대해서는 개선할 필요성이 있다. 더불어 가족용 전세주택으로서 가능해지기 위해서는 이에 더해 규모·내부구성이나 공용공간의 구성, 입지, 공사비 등 필요한 사항 등에 대해 보다 세밀한 요구조사와 대응방안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서 생각해 보면 분명 도심의 활력이 저하됐거나 쇠퇴한 지역 도시건축물의 효율적인 활용과 재생이라는 과제로서 일반건축물의 주택용 컨버전은 이제 필요한 시기라고 봐도 좋을 것이며, 많은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봐도 틀림없을 것이다. 건축물의 용도는 입지나 시대에 따라 상황이 변화하기 때문에 건축시의 상태로 계속될 수 없는 것은 자명하다. 따라서 한때는 잘 나가던 지역이나 용도들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쇠퇴지역으로 변할 수도 있다. 많은 도시에서 도넛현상처럼 빈 공간이나 쇠퇴건물이 생기는 것이 이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일반건축물의 주택용 컨버전에 대해 다음과 같은 점을 고민해 보자. 

첫째는 전세주택용으로 공급의 수요확보와 공급기간을 앞당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수요에 따른 요구가 충족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붙박이 가구나 가전제품 등의 설비가 잘 갖춰져 있는 것은 중요하지만, 1인이 생활하기에 적합한 침실과 취사공간과 집안에서의 업무공간이 필요한 경우도 있을 것이다. 필요공간에 대한 다양한 선택지가 있을 수 있다. 1인가구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면 2~3인의 가족도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의 다양성, 요구의 다양성 측면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 

둘째, 일반 건축물과 주택의 환경이나 성능의 차이를 해소하는 것이 중요하다. 오피스나 상가는 자연채광이나 환기가 설비를 이용해 해결할 수도 있기 때문에 주택만큼 중요하지 않을 수 있지만, 주택의 경우는 자연채광이나 자연환기는 기본이다. 차음에 대해서도 일반 건축물 용도와 주택용도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주택용이 아닌 건축물들은 대부분 난방을 중앙집중식이기 때문에 개별 제어하더라도 온돌바닥설비가 설비되는 일반주택과 다를 수 있다. 일반적인 임대주택이라면 더욱더 최소한의 주택으로서의 기본적인 공간과 설비가 필요하다. 일반건축물과 다른 성능의 차이, 제도의 차이 등에 대해서도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셋째, 입지의 문제도 있을 수 있다. 대개 상가나 호텔, 사무실 등은 역세권 등의 교통이 편리한 곳, 식당, 숙박시설, 노래방 등 상업지역에 위치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편리함은 있겠지만, 반면 주택지로서의 특성과 거리가 멀기 때문에 혼잡하거나 주변정비가 잘 돼 있지 않거나 오토바이·트럭 등 빈번한 소음이 지속되거나 혼잡함이 주거지와 다른 특성으로 나타나는 단점이 될 수도 있다. 일반적인 주거지로서 특성을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적합하지 않을 가능성은 있다. 더구나 역세권으로 교통이 편리하기 때문에 주차장에 대한 배려가 없을 수도 있어 사용자의 선택에서 배제될 수도 있다.

넷째, 컨버전의 다양한 가능성을 검토하기 위한 법적인 문제, 기술적인 문제, 경제성의 문제, 융자나 세재 등의 지원문제, 다양한 공급방식의 문제 등 다양한 측면에서 사업모델의 가능성도 검토해 볼 필요성이 있다.          

이러한 기존 주택의 다양한 용도변화에 대응성과 같은 상황변화를 생각해 보면 항상 떠오르는 생각은 하나다. 장기간의 지속가능한 도시건축물이 되기 위해서 신축하는 건축물은 어떤 용도로도 변화할 수 있는 성능을 내재한 구조시스템과 공간구성 변화를 고려한 시스템을 갖출 필요성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우리나라도 머지않아 재고의 시대가 올 것이다. 재고의 시대에는 더욱 다양한 변화의 가능성이 중요하다. 이때는 재고건축물의 가치는 변화 용이성 정도로 평가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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