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학교 부동산관리투자전략최고경영자과정 곽도 교수

아파트 단지에서 입주민을 대표하는 입주자대표회장이 6년 동안 회장이 살고 있는 아파트에서 성실하게 일해 온 관리소장을 살해하는 참극이 일어나 공동주택관리 분야에 종사하는 수많은 관련자들에게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인천 서부경찰서는 인천 서구 모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장이 관리소장을 살해한 혐의로 10월 30일 구속했다. 회장은 10월 28일 오전 10시경 관리사무소에 혼자 있던 관리소장의 목에 흉기로 여러 차례 찌른 뒤 달아났다가 약 1시간 30분 만에 경찰서에 자수했다고 한다.

회장은 관리소장을 배제하고 회장 개인도장으로 관리비 통장을 재발급을 받았다고 한다. 관리비 통장은 공금이기 때문에 관리소장이 관리하는 것이 정상적이지만 보다 안전하게 하기 위해 일반적으로 회장과 관리소장 두 명의 사용인감을 은행에 제출해 사용하고 있다.

회장은 관리소장에게 동대표 활동비를 대폭 올려달라고 했는데 동대표는 원칙적으로 무보수 봉사직이다. 동대표 수당과 회장 활동비를 인상할 경우 관리규약을 개정해야 하며 관리규약 개정 시에는 전 입주민의 동의를 받아야만 한다. 기본적인 규정조차 알지 못하는 동대표 회장을 설득하려니 그동안 마음고생이 얼마나 많았겠는가 싶다. 이번 사건의 경우 위탁관리회사가 조금만 신경을 써 줬다면 이러한 불행한 참사는 막을 수 있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든다. 아파트 관리에 전문지식이 없는 동대표를 상대하는 관리소장들이 겪는 정신적인 갈등과 애로가 어디 이 단지뿐이겠는가.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던진 관리소장 소식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공동주택을 관리하는 관리회사의 역할과 비전문가에 의해 운영되는 입대의 역할에 대한 전면적인 개선책이 필요하다고 본다. 현재의 동대표는 1회 연임만 가능하도록 법적으로 제한하고 있어 전문가들이 아파트 관리에 계속 활동을 할 수 없게 돼 있다. 이로 인해 동대표가 반드시 숙지해야 할 공동주택관리법, 관리규약, 장기수선충당금 관련 사항에 대한 최소한의 기초적인 지식을 가진 자는 극소수에 불과한 실정이다. 입대의의 중요 역할은 아파트 운영전반에 대한 감독, 아파트 관리를 위한 연간 예산수립, 장기수선충당금 수립과  공사실행, 관리소장 임용과 해임까지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다. 비전문가에게 이러한 막강한 아파트 운영 권한을 맡기다 보니 공사업체 선정에서부터 사소한 구매까지 관여를 하게 되고 이로 인한 소장과의 갈등, 주민간의 분쟁, 부정과 비리가 전국 도처에서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사건이 발생한 단지도 위탁관리를 하고 있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위탁관리회사가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러나 위탁관리비가 출장 직원의 교통비 수준에도 못 미치는 현실에서 위탁관리회사에 모든 책임을 묻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이제부터라도 정부가 관리회사의 지원 육성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책을 세워야 한다.

국토부는 지금까지 아파트 내의 갈등과 분쟁, 부정과 비리에 대해 아파트 관리가 사적자치 분야라는 명분을 내세워 적극적인 개입을 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제 정부가 나서서 아파트에서의 부정과 비리, 갈등과 분쟁을 종식시키고 입주민의 관리비 절감과 삶의 질을 높이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오늘의 부실한 아파트 관리를 정상화하기 위한 몇 가지 개선책을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전국의 아파트 단지가 대부분 위탁관리를 하고 있는바 위탁관리의 경우 아파트 단지에서 발생하는 사건에 대해 위탁관리회사가 모든 책임을 질수 있도록 제도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한국주택관리협회가 공동주택관리법에 근거한 권리 의무관계의 지위를 부여받아 공동주택 관리의 한 축을 담당하면서 정부 정책을 실행하는 파트너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둘째, 아파트 관리의 전문성과 효율성을 높이고 관리비 절감을 위해 10~15개 단지를 하나의 광역입대의 체제로 통합해 전문가로 구성된 광역 입대의를 구성해 운영해야 한다. 현재 단지별 입대의는 자문역할로 전환해야 한다.

셋째, 광역 입대의 구성은 관내 동대표회장 5명, 변호사, 건축사, 회계사(세무사), 기술사, 시설설비전문가, 공동체전문가, 환경전문가, 노무사, 사회복지사 등 15명 내외로 사회 각 분야의 전문가 위원으로 구성해 실제 입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역할을 해야 한다. 감사는 단지별 1~2명으로 정하고 광역입대의 구성은 관할 지자체장이 공모해 선발하도록 한다. 광역 입대의 위원과 감사의 임기는 3년으로 하되 연임이 가능하도록 한다.

넷째, 개별 단지의 각종 공사, 용역, 물품 구매 등 모든 업체 선정은 통합운영체제로 광역입대의가 주체가 되며 전자입찰을 실시해야 한다. 전자입찰은 예산의 절감과 투명성을 높이게 된다.

다섯째, 관리소장의 신분보장을 위한 임기제도가 도입돼야 한다. 관리주체로서 본연의 임무인 건물 및 시설의 장수명화와 입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데 전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신분보장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

여섯째, 동대표 연임제한을 없애야 한다. 당초 동대표의 부정과 비리 때문에 연임제한을 해왔으나 통합구매제도를 도입할 경우 동대표와 관리소장의 직접 개입이 없기 때문에 연임제한을 풀어 주민자치 활성화를 기하도록 해야 한다. 입주자대표의 전국 단체인 전국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연합회도 법정단체로 승인해 공동체 활성화에 많은 참여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광역입대의 통합관리는 투명한 공동주택 관리를 만들기 위한 새로운 제도다. 이제 더 이상 아파트 단지에서 동대표 회장이나 관리소장이 부정, 비리, 갈등, 분쟁에 개입하지 않도록 제도화해야 한다.

정부는 공동주택 관리 분야의 규제를 과감히 풀어 공동주택 관리 분야 3개 단체가 함께 손을 맞잡고 상생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해 줘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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