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단지 내 무법자’ 전동킥보드 이대로 좋은가

보행자 사고 위험 증가
동 출입구 주차 등 ‘눈살’

경기 안양시 한 아파트의 자동차 주차구역에 전동킥보드가 주차돼 있다. <서지영 기자>

[아파트관리신문=고경희 기자] 최근 전동킥보드 이용이 늘면서 아파트에서도 무법주차, 안전 등 문제로 곤혹을 겪고 있다.

개인형 이동수단(퍼스널 모빌리티)은 전동킥보드, 세그웨이 등 전기를 동력으로 사용하는 1인용 교통수단으로, 원동기장치자전거 중 최고 속도가 시속 25㎞ 미만, 차체중량 30㎏ 미만인 것을 말한다. 크기와 무게가 작아 휴대하기 좋고 속도는 보행속도보다 빨라 중·단거리 이용에 많이 활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전동킥보드 등 공유사업이 활성화되면서 이용률이 증가하고 있다.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2019년 말 기준 국내 전동킥보드 및 전기자전거 공유서비스는 19개 사업자가 2만1410대를 운영하고 있다.

또한 현재는 만 16세 이상, 제2종 원동기 장치 자전거 이상의 면허가 있어야만 전동킥보드를 이용할 수 있으나, 지난 6월 도로교통법 개정으로 10일부터 면허가 없어도 만 13세 이상이면 전동킥보드 등 개인형 이동수단을 탈 수 있게 된다. 논란이 커지자, 정부가 18세 이상에게만 대여가능하도록 업체들에게 요청했지만 안전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지난달 17일 더불어민주당 천준호 의원실이 보험개발원과 국토교통부 산하 공제조합에서 받은 자료(2017년~2020년 6월)에 따르면 지난 3년간 보험 처리된 전동킥보드 관련 사고가 2227건, 보험금 지급액은 2193억원에 달했다. 2017년 363건이던 사고가 2018년에는 613건, 2019년에는 785건으로 급증했다. 2020년에는 1~6월 상반기에만 466건이 접수됐다.

문제는 전동킥보드의 위험이 아파트 단지 내에도 도사리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인터넷 지역카페는 “단지 내에서 전동킥보드가 갑자기 튀어나와 놀랐다. 너무 위험하다”는 내용의 글이 하루에도 여러 건 올라올 만큼 뜨거운 이슈다.

전동킥보드를 타고 지하주차장에 내려가다 출차 차량과 마주치거나 아파트 입구에서 보행자를 치는 등 위험상황 발생이 빈번하다.

단지 내 아무 곳에 주차하는 탓에 통행에 불편을 주고 지하주차장, 차량 주차구역, 장애인 주차구역에 주차를 하는 경우도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전동킥보드의 무법주차가 안전문제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서울시 A아파트에서는 주차된 전동킥보드가 넘어지면서 그 옆을 지나가던 어린이가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아파트 관리사무소는 전동킥보드 민원이 발생하자 경비실 옆 등 일정한 장소에 주차할 것을 공고했다.

경기 안양시 B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현재 단지 내에 전동킥보드 이용자가 많지 않지만, 추후 이용자가 증가할 경우 전동킥보드 주차구역을 설정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개인 권리 막을 규정 없어”
‘관리자 선관주의 의무’ 책임 우려도

<사진제공=피유엠피

일부 입주민들은 입주자대표회의를 통해 관리규약상 입주자의 의무 중 ‘공동생활의 질서를 지킬 입주자로서의 의무’에 따라 위반금을 부과하자는 의견을 제기했으나, 이마저도 실효성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월 창원지방법원 마산지원은 입주자대표회의를 상대로 소송을 남발한 입주민에 대한 위반금 징계결의는 정당한 권리 행사를 막아 무효라는 판결을 내리면서, “관리규약 제정 및 집행 과정에서 입주자 개개인의 권리 보호와 공동주택 전체의 생활 질서 유지의 이익이 충돌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어, 입주자 등 전체의 다수 의견이라는 사정만으로 입주자 개개인의 권리가 과도하게 제한될 수는 없다”고 명시한 바 있다. <본지 1291호 2020년 5월 6일자 게재>

법무법인 린 최승관 변호사는 “개인의 권리를 과도하게 제한하면 관리사무소 및 대표회의와 입주민 간 갈등이 발생하게 된다”며 “위반금을 부과하더라도 입주민이 내지 않겠다고 버티면 관리사무소에서는 이를 강제하기 쉽지 않다”고 꼬집었다. 또 위반금 부과를 두고 법적으로 다퉜을 때 정당성 여부가 문제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동킥보드로 인해 피해를 입었을 경우에 대한 책임 및 보상 문제도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전동킥보드로 인해 상해 피해를 입혔을 때 자동차보험을 통해 보상받을 수 있는 방안이 없다는 지적에 따라 지난달 금융감독원은 자동차보험 표준약관을 개정했다. 무보험자동차 정의에 ‘개인형 이동장치’를 신설, 지난달 10일부터 시행해 전동킥보드가 자동차보험으로 보장받을 수 있도록 했다.

자동차보험은 자동차 운행과 관계없이 자동차보험 가입자 또는 가입자 가족이 보행 중 무보험자동차(도로교통법상 원동기장치자전거 등)로 인해 상해 피해 시 보상하는 무보험자동차상해 담보를 운영하고 있다.

자동차보험 표준약관 개정으로 전동킥보드로 인한 사고 발생 시 피해자가 보험을 통해 보상받을 수 있게 됐지만, 아파트 관리주체에 책임을 물을 소지도 있어 대비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파트 관리주체와 입주자대표회의는 시설물을 안전하게 유지관리 할 선관주의 의무가 있어 빙판, 노후 시설물 방치 등으로 사고가 발생할 경우 경우에 따라 배상 책임이 주어진다. 아파트 내 전동킥보드 방치로 사고 발생 시 관리주체와 대표회의도 관리 소홀에 따른 책임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법무법인 산하 김미란 변호사는 “아파트 관리주체 등의 고의과실, 불법행위로 인해 전동킥보드 사고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지만, 보도에 주차된 전동킥보드를 방치해 사고가 발생한 경우 선관주의 의무 위반 책임을 물을 수도 있다”며 “현재 관련 사례가 없어 명확히 말할 수는 없지만 도로교통법 개정으로 전동킥보드 이용률이 증가할 수 있어 앞으로 논의해봐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한편, 전동킥보드 공유서비스 업체들이 일제히 안전, 주차 캠페인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씽씽’ 운영사 ‘피유엠피’는 ‘아파트 단지 등 보행과 안전이 중시되는 공공구역 중심의 반납 금지존’을 설정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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