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규약은 공동주택 관리에 있어 근본이 되는 규약이다. 입주민들이 스스로 규율을 약속하고 만든 것이다. 사적 자치에 근거한 사인 간의 규약이다. 이 안에는 공동주택 생활과 관련한 중요한 많은 것들이 담겨 있다.

민간 분양 아파트 등 공동주택은 사유재산이다. 관리를 할 때 개인과 단지의 독자성과 자율성이 존중돼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그동안 법원 판결도, 법제처 유권해석도 법조계, 학계 의견도, 관리현장 목소리도 맥을 같이 했다.

현행 공동주택관리법은 공동주택의 입주자등을 보호하고 주거생활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또한 원활한 공동주택 관리를 위해 지방자치단체의 의무로서 관리규약준칙을 정하도록 하고 있다.

그렇기에 각 지자체들은 입주민들이 관리규약을 만드는데 준칙을 만들어 도움을 줬다. 그 기저에는 공동주택의 독자성과 자율성을 존중해야 한다는 판단이 있었다고 짐작한다.

입주민들은 해당 관리규약의 준칙을 참조해 독자성과 자율성의 기조에서 관리규약을 정한다. 그렇기에 준칙과 달리 관리규약을 정하는 단지가 적지 않다.

그런데 돌연 ‘관리규약준칙 준수의 의무화’를 내용으로 한 공동주택관리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지난 5일 민홍철 의원이 이런 내용을 담은 공동주택관리법 개정안을 내놨다. 한 조항만 바꿨다. 현행 공동주택관리법 제18조 제2항은 “입주자등은 제1항에 따른 관리규약의 준칙을 참조하여 관리규약을 정한다 …”로 돼 있다. 이 부분을 “… 준칙에 따라 관리규약을 정하여야 한다”로 바꾸자는 것이다.

민 의원은 2년여 전 제20대 국회에서도 같은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다. 당시 민 의원은 “일부 공동주택에서 관리규약준칙을 단순 권고 또는 참고 사항으로 해석해 준칙 내용 및 취지와 다르게 관리규약을 정하는 사례가 있어 지자체의 관리감독 기능이 효율적으로 수행되지 못할 우려가 있으므로, 시·도의 공동주택 관리정책이 모든 공동주택에 일관되게 적용되도록 하고자 한다”고 개정안 제안이유를 들었다.

이번에 재발의된 내용의 취지도 동일하다. 민 의원은 “준칙이 개별 공동주택마다 상이하게 적용될 경우 시·도지사의 관리·감독이 효율적으로 이뤄지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고 그 의도를 명확히 했다.

법안 발의에 당시 관리분야가 발칵 뒤집혔다. 전문가들은 ‘사적자치 권리를 침해한다’며 한 목소리를 냈다. 당사자인 아파트 입주자단체뿐만이 아니라, 법조계, 학계, 관리업계 모두 이구동성으로 이 문제점에 대해 지적했다. 전국입주자대표회의연합회, 한국주택관리협회, 대한주택관리사협회 등 의결주체, 관리주체 관련 주요단체 모두 반대 의견을 냈다.

법률전문가들은 한발 더 나아가 ‘사적자치의 침해이자 위헌적 발상’이라는 지적도 했다. 계약자유의 원칙을 침해하는 것이고 민주주의의 기본질서를 침해하는 것으로 위헌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다.

민 의원의 재발의에 대해 벌써부터 관리분야는 시끌시끌하다. 모두가 반대하는 일을 다시 끄집어낼 때는 나름의 사정변경과 다수의견의 변화 등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음에도 이렇게 ‘평지풍파’를 일으킨 또 다른 깊은 뜻은 뭘까. 국회의 ‘개혁 입법 강행’ 흐름의 와중에 끼워넣기 편법을 쓰는 것은 아닌지 의심되기까지 한다. 별 생각 없이 한 행정편의적인 시도라면 정말 무책임한 것이다. 의도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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