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관리소장 갑질 피해 사례와 원인, 대책

부당한 지시 등이 폭행으로…
소장도 경비원만큼 피해 심각
“처벌 강화” 목소리 높아져

[아파트관리신문=서지영 기자] 지난달 28일 인천 서구 A아파트에서 관리소장이 입주자대표회장에 의해 살해된 사건으로 공동주택 관리업계가 비통한 분위기에 사로잡혔다.

그동안 사회적 관심이 높았던 공동주택 경비원에 대한 갑질 못지않게 단지 관리를 총책임지는 관리소장에 대한 동대표들과 입주민들의 갑질 또한 심각하게 이어져온 가운데, 다시금 이들 관리 관련 근로자들을 위한 보호 방안과 피해 대책이 강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무엇보다 근로자들과 입주민 모두 누구 한 쪽이 갑이 아닌, 서로 배려하고 상생하는 자세와 분위기가 형성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번에 인천에서 관리소장을 살해한 입주자대표회장은 경찰 조사에서 “아파트 관리 운영 방식이 맞지 않아 불만이 있었다”고 진술했다. 

실제로 이 대표회장은 관리 불신으로 통장 인감과 통장 교체를 수차례 요구하는 등 지속적으로 관리소장을 괴롭혀 온 것으로 전해졌다.

관리사무소 업무에 대한 감시·감독, 견제 기능이 입주자대표회의와 회장에 있는 것은 맞지만 어디까지나 투명하고 효율적인 관리업무를 목적으로만 행해져야 한다. 하지만 개중에는 본인의 부당한 지시를 따르지 않는다고 폭언 등을 일삼거나 관리소장을 자신의 아랫사람으로 여기고 무시하는 동대표가 적지 않아 문제가 되고 있다.

공동주택 관련 이슈를 다루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공동주택 관리소장 등 근로자들에 대한 입주민들의 폭언 등 갑질 문제가 또 한 번 화두로 떠올랐다.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정동만 의원(국민의힘)은 LH가 제출한 ‘임대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 폭행 및 폭언 현황’을 분석한 결과 최근 5년간(2015~2019년) 공동주택에서 근무하는 직원에 대한 폭언, 폭행이 3065건 발생했다고 밝혔다.

연도별로는 ▲2015년 903건 ▲2016년 888건 ▲2017년 653건 ▲2018년 364건 ▲2019년 257건이 발생했다. 같은 기간 협박은 124건, 흉기 협박은 모두 25건 발생했으며, 폭행으로 인해 ▲2018년 1명 ▲2019년 4명 ▲2020년 1명이 통원 진료를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올해도 7월까지 폭언·폭행이 70건 발생해 관리사무소 직원에 대한 피해 관리가 시급하다고 정 의원은 지적했다.

입주민의 갑질과 민원을 가장한 괴롭힘 등으로 관리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사망에 이르는 경우도 거의 매년 발생하고 있다.

올해 알려진 사례로는 이번 인천 사건에 앞서 지난 4월 29일 부천시 중동의 한 아파트에서 이 아파트 관리소장이 배관교체 공사와 관련해 대표회의와 입주민 사이 갈등 등에 시달리다 업무상 스트레스로 추정되는 원인에 의해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이 있었다. 사건 현장에서는 미완성의 사직서 등이 발견됐으며, 관리소장의 자택에서 발견된 업무수첩에는 ‘공갈협박죄’, ‘배임행위’, ‘문서손괴’, ‘잦은 비하 발언’, ‘빈정댐’, ‘여성 소장 비하 발언’ 등 단어가 적혀 있었다.

또 대한주택관리사협회가 공개한 ‘공동주택 종사 근로자 각종 사건 사례’ 중 관리소장 사망·자살 사건을 살펴보면, 2003년부터 2020년까지 전국에서 관리소장이 업무 스트레스와 민원 압박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 사례가 10건 있었으며, 업무 스트레스와 과로 등으로 사망한 사례가 3건 있었다. 사망 사례 2건은 업무상 재해가 인정되기도 했다.

이와 함께 대표적인 관리소장 폭행, 상해 등 갑질 사건으로 2016년 5월 서울 서초구 아파트의 입주자대표회장이 지하주차장 LED등 교체공사 과정에서 구청의 행정명령에 따라 계약서 공개를 요구한 관리소장에게 “종놈”이라고 칭하며 “주인이 시키는 것만 하면 된다”는 폭언을 퍼부은 사례가 있었다.

또 2018년 경기 부천에서 입주민이 아파트 현수막에 자신이 요구한 문구가 반영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관리소장과 관리과장을 폭행해 전치 2주의 상해를 입힌 사건이 있었으며, 올해 3월에는 인천 서구에서 동대표가 감사에 필요한 서류를 요구하며 관리소장에게 폭언 및 폭행을 해 전치 3주의 상해를 입힌 일이 있었다.

올해 5월 전남 순천에서는 입주민이 관리소장에게 특정 경비원의 재계약을 요구하며 관리소장의 목덜미를 잡아 넘어뜨려 전치 2주의 상해를 입히기도 하는 등 동대표, 입주민의 부당한 지시나 요구 또는 책임 회피가 폭언, 폭행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천준호 의원은 이러한 입주민들의 갑질로 인한 관리소장, 경비원 등의 피해 방지를 위한 보호 조치를 담은 공동주택관리법과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을 지난 8월 5일 대표발의 했으며, 지난달 LH 등 대상 국정감사에서 “공동주택 근로자에 대한 폭언·폭행 등 피해 발생 시 근로자의 업무를 중단시키고 치료 및 상담을 지원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LH 임대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들의 폭언·폭행 피해 문제를 지적한 정동만 의원은 “관리사무소와 입주민 간의 충돌 최소화와 근로자들의 외상 후 스트레스 관리 등 갈등 해결 노력이 필요하다”며 공공기관인 LH, 주택관리공단의 선도적인 역할을 주문했다.

공동주택 관리 전문가들은 갑질 관련 처벌 규정 강화에 대한 목소리도 높이고 있다.

한국주택관리연구원 하성규 원장은 “동대표와 입주민 등의 부당 간섭과 지시가 근절되지 않고 지속되는 것이 관리직원 피해의 뿌리 깊은 문제”라며 “최근 부당 지시를 구체화한 공동주택관리법 개정안이 통과했지만 갑질 문제 방지를 위해서는 이것만으로는 부족하고, 부당한 간섭과 지시 등 갑질에 대한 강력한 처벌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아파트관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