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지법 강릉지원 판결

[아파트관리신문=서지영 기자] 아파트 세대 내 가스계량기를 교체하면서 ‘버블테스트’를 통해 가스 누출 여부를 확인하지 않았다가 가스 누출에 의한 폭발사고를 일으킨 작업자와 하수급자 등에 법원이 손해배상 책임을 묻는 한편 시공사 대표에 대해서는 배상 책임이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A사는 2017년 8월 17일 경북 울진군 B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로부터 위 아파트의 가스 사용시설을 LPG시설에서 LNG시설로 교체하는 내용의 가스시설 시공공사(이하 ‘이 사건 공사’)를 도급받았고, 그 무렵 C씨에게 위 공사 중 계량기 교체작업 등(이하 ‘이 사건 작업’)을 하도급했다.

C씨에게 고용돼 이 사건 작업 등을 실제로 수행한 D씨는 2017년 10월 21일 오후 3시경 B아파트 E호에서 ‘버블테스트’를 위한 분무기 등을 소지하지 않은 채 LPG용 가스계량기를 떼어내고 LNG용 가스계량기를 가스배관에 연결하면서, 가스배관 접속부에 가스 누출 방지를 위한 고무패킹을 설치하고 계량기 교체 후에는 가스 누출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버블테스트를 하는 등 기밀을 유지해 가스가 누출되지 않도록 해야 함에도 이러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위 가스배관의 접속부와 가스계량기 사이의 흠으로 가스가 누출되면서 그 무렵부터 다음날인 22일 오전 6시 30분경까지 누출된 가스가 누적되다가 불상의 점화원에 의해 폭발이 일어나게 됐다.

이 사고로 인해 당시 E호 안방에서 자고 있던 F씨와 그의 아들 G씨는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 급성 불안장애 등의 상해를 입었고, H씨(F씨의 남편) 소유인 내부시설과 가재도구 등이 파손됐다.

또 이 사고와 관련해 D씨와 C씨, 이 사건 공사의 현장대리인인 A사 직원 I씨는 각 업무상과실폭발성물건파열 및 업무상과실치상으로, A사와 A사 대표 J씨는 각 도시가스사업법위반으로 대구지방법원 영덕지원에 기소됐는데, 위 법원은 2018년 9월 19일 D씨, C씨, I씨에 대해서는 각 전부유죄, A사와 J씨에 대해서는 각 전부무죄를 선고했다. 이에 검사가 항소를 제기했으나 그해 12월 13일 항소가 기각되면서 위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

E호 소유자인 H씨와 그의 아내 F씨, 아들 G씨는 가스시설 시공사 A와 A사 대표 J씨, A사 직원 I씨 및 하수급자 C씨와 작업자 D씨를 상대로, 모두가 공동해 H씨에게 8004만162원, F씨에게 2395만8350원, G씨에게 1044만4470원을 지급할 것을 구하는 손해배상 등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이 사건을 맡은 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판사 강완수)은 “피고 D씨, C씨, I씨, A사는 공동해 원고 H씨에게 3004만162원, 원고 F씨에게 795만8350원, 원고 G씨에게 544만4470원을 지급하라”며 “원고들의 피고 D씨, C씨, I씨, A사에 대한 나머지 청구 및 피고 J씨에 대한 청구를 각 기각한다”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이 사건 아파트에서 이 사건 작업을 실제로 수행하면서 그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한 피고 D씨, 그의 사용자인 피고 C씨는 물론, 이 사건 공사의 안전관리·안전교육 등을 담당하는 현장대리인으로서 그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한 피고 I씨, 그의 사용자인 피고 A사는 공동해 이 사건 사고로 인해 원고들이 입은 모든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H씨 등은 “J씨는 C씨, D씨, I씨 등을 통해 가스 사용시설의 설치공사를 함에 있어 가스 사용시설의 시설기준과 기술기준에 적합하게 시공해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소홀히 한 채 가수 시설공사에 관한 자격증이 없는 C씨에게 이 사건 작업을 하도급하는 등의 과실이 있으므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이 있다”며 “나아가 J씨는 2017년 10월 27일경 원고들에 대해 A사의 과실범위 내에서 감식 결과에 따른 보상을 해주겠다고 약정한 바 있으므로, 그에 따른 약정금 지급의무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인정되는 사실들만으로는 피고 J씨에게 원고들이 주장하는 바와 같은 주의의무위반 내지 과실이 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며 H씨 등의 주장을 일축했다. 또 “제시된 증거만으로는 피고 J씨가 피고 A사의 대표자 지위에서 피고 A사의 과실범위에 상응하는 책임을 부담하기로 약정한 것을 넘어 개인적 지위에서까지 그 책임을 부담하기로 약정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며 “따라서 원고들의 피고 J씨에 대한 청구는 모두 이유 없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A사는 “본사는 이 사건 작업의 하도급인일 뿐이므로 민법 제757조에 따라 그 하수급인 피고 C씨 측이 전적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취지로 주장했는데, 이에 대해 재판부는 “피고 A사는 이 사건 공사의 수급인이자 그 현장대리인인 피고 I씨의 사용자로서 민법 제756조에 따라 피용자인 피고 I씨가 사무집행에 관해 제3자에게 가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아파트 내부시설 및 가재도구 손해, 진료비 및 약제비 손해에 F씨와 G씨의 상해 정도 및 치료 경과, 이 사건 사고의 경위 및 D씨 등의 과실 정도 등을 참작해 정한 위자료를 더해 손해배상액을 결정했다. H씨의 경우 보험회사로부터 수령한 보험금 1억1590만여원은 공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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