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판결

[아파트관리신문=서지영 기자] 하자보수업체 대표가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임원들을 속여 공사대금을 미리 지급받고 일부 공사를 하지 않아 입주민들이 입은 금전적 손해에 대해 대표회의가 임원들의 책임도 물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고등법원 인천제1민사부(재판장 전지원 부장판사)는 인천시 A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전 대표회의 구성원인 B씨(회장), C씨(관리이사), D씨(총무이사) 및 하자보수업체 대표 E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대표회의의 피고 B, C, D씨에 대한 각 항소 및 피고 E씨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며 1심의 원고 일부 승소를 유지하는 판결을 내렸다.

A아파트 대표회의는 E씨가 아파트 하자보수를 위한 계약을 체결하고 공사대금 전부를 선지급받은 후 공사 일부를 시행하지 않았고, B씨 등은 이를 제대로 방지하지 못 한 책임이 있다며 미시공 부분에 해당하는 공사대금 4억502만5155원을 연대해 지급할 것을 구했다.

이에 대해 1심 재판부인 인천지방법원 제13민사부(재판장 차은경 부장판사)는 E씨에게만 위 금액을 지급할 것을 명하고, 대표회의의 B, C, D씨에 대한 청구는 기각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대표회의는 아파트 시공사의 부도에 따라 2008년 11월 25일 아파트 하자보증기관인 대한주택보증에 등록된 업체 중 지역별로 지정한 3개 업체로부터 설명을 들은 다음 유리한 조건을 제시한 F사를 통해 하자보수 업무를 추진하기로 의결했다. 이어 그해 12월 경 F사와 ‘F사가 하자보수 이외에 25개 항목에 이르는 주민숙원사업(대표회의 결의에 따라 결정된 것으로 대한주택보증 하자보증내역에는 포함되지 않음)을 선공사해 주는 대신 대한주택보증으로부터 지급되는 하자보수보증금을 F사가 그대로 수령하는 것에 동의한다’는 취지의 합의이행보증서를 작성했다.

E씨는 2009년 2월 3일경 F사의 이사로 등재돼 그때부터 A아파트 대표회의와 F사 사이에 체결된 약정에 따라 A아파트 하자 부분 및 주민숙원사업의 선시공을 시작했는데, 그 무렵 회장 B씨 등에게 거짓말로 F사의 명칭이 G사로 변경됐다며 다시 계약서를 작성해 달라고 말했다. 이에 대표회의는 2009년 3월 20일경 E씨가 운영하는 G사와 기존의 F사와의 합의이행보증서 내용을 그대로 원용하면서 G사에 아파트 하자보수공사를 맡기는 내용의 하자보수계약을 체결했다. 이어 대한주택보증이 현장조사에 따라 산정한 하자보수보증금 기초가액을 수용해 지급받은 공사비 14억6286만원을 E씨 계좌로 송금했다.

E씨는 2009년 7월경까지 일부 하자보수공사 외에 주민숙원사업 공사를 대체로 완료했으나, 하자보수공사 중 공용하자 269건 중 135건과 세대하자 부분 335건 중 275건의 공사는 마무리하지 않고 중단했다.

이와 관련, 대표회의는 “B씨 등은 대표회의 임원으로서 하자보수업체가 정상적으로 하자보수공사를 진행할 능력이 있는지 확인할 주의의무 등이 있음에도 이를 게을리해 하자보수업체의 명칭이 F사에서 G사로 변경됐다는 E씨의 말만 믿고 법인등기부등본이나 법인인감증명서를 살피지 않았고, 오히려 그 과정에서 E씨로부터 리베이트를 받아 배임수재죄로 형사 처벌을 받기도 했다”며 “과실로 E씨의 대표회의에 대한 사기행위를 용이하게 한 공동불법행위자들에 해당하므로 B씨 등은 E씨와 연대해 대표회의가 입은 미시공 부분 해당 공사대금 4억502만5155원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피고 B씨 등이 피고 E씨의 말만 믿고 F사와 G사가 같은 회사인지 면밀히 살피지 않은 채 하자보수계약을 체결함에 따라 E씨의 사기행위 실행이 용이해진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B씨 등의 행위와 E씨의 사기행위로 인한 대표회의의 손해 발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대표회의의 주장을 배척했다.

재판부는 “E씨는 하자보수계약 체결 시 대한주택보증으로부터 많은 금액의 하자보수보증금을 받는 한편 하자인정대상에 더해 주민숙원사업 등을 선공사해주겠다는 취지로 제안했는데, 이는 F사와의 계약내용에 이미 포함돼 있던 내용으로, B씨 등으로서는 F사 및 G사가 제안한 조건이 아파트 입주민들에게 가장 유리하다는 판단 하에 계약 체결에 응한 것으로 보인다”며 “그 과정에서 B씨 등이 G사의 재정상황이 좋지 않아 공사를 중단하리라는 사정을 사전에 알았다고 볼 만한 정황은 발견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한 “B씨 등이 F사와 G사가 같은 회사인지를 확인했다면 위와 같은 사정까지 알 수 있었을 것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며 “이러한 점들을 고려하면 B씨 등이 E씨의 사기행위를 예견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B씨 등이 관련 형사사건에서 배임 혐의에 대해 무죄판결을 받은 점도 고려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B씨 등이 입주민들에게 유리하도록 하자보수공사업체를 선정하고 공사가 완공될 수 있게 관리·감독할 업무상 임무가 있었음에도 그에 위배해 E씨로 하여금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게 하고 입주민들에게 손해를 가했다’는 배임 혐의에 대해, B씨 등이 G사와 계약을 체결할 당시 B씨 등에게 하자보수공사가 완료되지 않음으로써 입주민들에 대해 재산상 손해를 가한다는 인식과 의사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B씨 등의 임무위배행위나 배임의 범의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무죄판결이 선고돼 그대로 확정됐다.

재판부는 이와 함께 “대표회의가 입은 미시공 부분 해당 공사대금 상당의 손해는 주로 E씨의 고의에 의한 사기행위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B씨 등의 F사와 G사가 같은 회사인지를 살피지 않은 행위 등이 위 손해 발생에 끼친 영향이 크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또한 “B씨 등이 E씨로부터 하자보수계약과 관련해 속칭 리베이트를 받기는 했으나, 그 때문에 F사와 G사가 같은 회사인지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G사와 계약을 체결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며 “B씨 등이 E씨로부터 받은 리베이트 금액은 1억4500만원으로서 전체 공사대금 14억6286만원에서 이를 제외한 금액으로 하자보수공사가 불가능하다고 보이지도 않는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E씨에 대해서만 “B씨 등을 기망해 대표회의와 하자보수계약을 체결하고 공사대금 전부를 선지급받은 후 공사 일부를 시행하지 않음으로써 미시공 부분에 해당하는 공사대금 4억502만5155원을 편취하는 불법행위를 해 대표회의에 같은 금액 상당의 손해를 입혔으므로 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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