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고법 판결

[아파트관리신문=고경희 기자] 아파트 스프링클러 동배관 부식으로 누수 등 하자가 발생하자 시행사에서는 관 갱생공법 또는 CPVC 배관(소방용 합성수지배관)으로 보수할 수 있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관 갱생공법으로 보수 후 다시 누수가 발생한 사례가 존재하고 CPVC 배관의 안전성도 담보할 수 없다며 전체 철거 후 재시공 하라고 주문했다.

대전고등법원 제3민사부(재판장 허용석 부장판사)는 최근 세종시 A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상대로 제기한 하자보수금 등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피고 LH는 원고 대표회의에게 68억5548만여원을 지급하고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는 1심 판결을 인정해 LH의 항소를 기각했다.

1심 재판부에 따르면 2012년 6월 사용승인을 받은 A아파트의 공용부분과 전유부분에 균열, 누수 등의 하자가 발생했고 그로 인해 아파트에 기능, 미관 또는 안전상의 지장이 초래됐다.

대표회의는 2013년 3월부터 수차례 LH 및 시공사에게 하자보수를 요청했고 일부 하자에 대해 보수공사가 시행되기도 했으나, 공용부분과 전유부분에 여전히 균열, 누수 등의 하자가 남아 있었다.

이에 대표회의는 “LH는 A아파트의 시행사·분양자로서 구 집합건물법(2012년 12월 18일 개정 전) 및 민법에 따른 하자담보책임을 이행할 의무가 있으므로 채권양도 세대로부터 하자에 관한 손해배상채권을 양도받은 대표회의에 손해배상금 109억2202만여원을 지급하라”면서 소송을 제기했다.

1심에서 LH는 스프링클러 배관 하자 부분에 대해 “스프링클러 배관 하자의 하자담보책임기간은 3년인데 하자감정 당시 누수를 확인한 세대의 경우 책임기간 내에 누수가 발생했던 것인지는 입증이 없고, 감정 이후 추가 누수가 발생했다고 주장하는 세대는 책임기간을 훨씬 경과해 발생한 것이므로 이에 대한 하자담보책임을 진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책임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하자보수는 ‘스프링클러 배관 전체 철거 후 강관 재시공’이 아닌 ‘누수가 발생한 세대의 배관 철거 후 동관 재시공’으로 충분하고 비누수 세대가 포함되더라도 보수방법은 에어샌딩(AS) 갱생공법에 의해야 하므로 이를 기준으로 하자보수비가 책정돼야 한다”고 대표회의의 주장에 반박했다.

에어샌딩 갱생공법은 배관 내부를 압축공기와 규사를 이용해 세척하고 에폭시 수지로 관 내부를 보호하는 피막을 형성하는 공법을 말한다.

앞서 감정인은 A아파트 스프링클러 배관 누수는 배관의 공식(점부식)에 의한 것으로 추정되고 물이 상시 정체된 부분에 동관을 사용해 배관 내 침전물에 의해 공식이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배관용 동관은 지속적으로 흐르는 급수, 급탕의 배관으로는 적합하나 물이 정체돼 있는 스프링클러 배관에 사용할 경우 석출물이나 부유물의 침적이 유발되고, 침전물의 산성화로 인해 배관 부식이 발생할 우려가 높다”며 “A아파트에 시공된 배관은 동관의 종류 중 배관의 두께가 가장 얇은 M형 배관인데, 부식 진행속도를 견디지 못하는 얇은 동관을 설치한 설계상 잘못이 스프링클러 배관 누수발생의 원인이 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또 누수가 이미 발생한 세대뿐만 아니라 아직 발생하지 않은 세대의 스프링클러 배관 중에서도 부식이 진행돼 장차 누수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배관이 다수 존재할 수 있고, 배관 세척 작업으로는 완벽하게 스프링클러 배관 부식을 막을 수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하자담보책임기간 부분에는 “스프링클러 배관 부식 및 누수는 부적합한 자재 사용에 따른 것으로 사용승인일 직후부터 진행돼 왔을 것으로 보이고, 원고는 스프링클러 배관 누수 문제가 계속해 발생하자 2014년 9월 피고에게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해줄 것을 요청했고 여러 차례에 걸쳐 하자보수를 요청했다”는 점에서 기간 내 하자가 발생한 것으로 판단했다.

하자보수의 방법 및 범위에 있어 재판부는 “기존 스프링클러의 자재인 동관 M형은 스프링클러 배관으로 부적합한 자재로, 에어샌딩 갱생공법을 사용한다고 해서 누수의 원인이 완전히 제거된다고 볼 수 없고 기존 스프링클러 배관을 철거한 후 적합한 자재로 재시공하는 것이 근본적인 대책”이라며 “에어샌딩 갱생공법을 사용할 경우 배관의 두께가 더욱 얇아져 누수가 더욱 심해질 우려가 있고 이 공법이 동관 배관의 부식 및 누수에 대한 적정한 보수방법으로 검증됐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못 박았다.

다만, 관리주체 등의 유지관리상의 과실로 스프링클러 배관 하자가 확대됐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책임을 제한했으며, 대표회의가 주장하는 조경 등 하자는 하자담보책임기간 경과 이후에 발생하는 등 일부만 인정해 LH에 68억5548만여원의 하자보수금 지급을 주문했다.

LH는 이 같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를 제기했으나, 2심 재판부도 “A아파트 시공 당시 시행되던 스프링클러설비의 화재안전기준에 따라 스프링클러 배관재로 동관을 사용했다고 하더라도 위 규정은 소방 안전을 위한 최소 기준으로, 이를 준수했다고 해 설계상의 하자가 존재하지 않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면서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에어샌딩 갱생공법을 사용해 스프링클러 배관을 보수했음에도 다시 배관 누수가 발생한 사례가 존재한 점을 고려해 “에어샌딩 갱생공법이 동관 배관의 부식 및 누수에 대한 적정한 보수방법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아울러 2심에 이르러 LH가 CPVC 배관(소방용 합성수지배관)으로 교체하는 방식을 기준으로 보수비가 산정돼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스프링클러 배관으로 사용한 동관에 누수가 발생한 경우 동관을 CPVC 배관으로 교체한 사례가 존재하지 않아 재료의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스프링클러 배관 하자는 피고의 설계상 과실에 의해 하자담보책임기간 내에 발생한 하자이므로, 기존 배관 전체 철거 후 강관으로 재시공하는 것을 기준으로 하자보수비가 산정돼야 한다”고 일축했다.

이번 판결에 대해 대표회의 대리인인 법무법인 산하 여보람 변호사는 “LH는 관 갱생공법 보수를 주장하면서 설령 재시공을 한다고 해도 배관 자재는 CPVC로 할 수 있다고 주장는데, 이는 관 갱생공법이 전체 배관 재시공에 비해 보수비용이 매우 저렴하고 강관에 비해 CPVC 배관이 저렴해 결국 보수비용이 낮게 산정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여 변호사는 항소심 판결에 대해 “항소심은 원고의 주장에 따라 관 갱생공법으로 배관을 보수했음에도 다시 누수가 발생한 사례가 존재하므로 이는 동배관의 부식 및 누수에 대한 보수방법으로 적절하지 않음을 다시 명시해 의의가 크다”고 강조했다.

또 “관련 법령에 따라 일정한 요건을 갖추지 못한 아파트에는 CPVC 배관을 설치할 수 없고 실제 동관을 CPVC 배관으로 교체한 사례도 존재하지 않아 재료의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다고 판단함으로써 스프링클러를 금속배관으로 설치할 것을 전제로 설계된 아파트에 CPVC 배관으로 재시공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원고의 주장을 인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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