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지법 밀양지원 판결

주차장서 납치·살해돼
유가족의 손배 청구 ‘기각’

[아파트관리신문=고경희 기자] 건물 지하주차장에서 납치·살해된 피해자의 유가족들이 관리업체의 차단기 미작동·CCTV 사각지대 등 주의의무 위반으로 범행이 벌어졌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증거가 없고 사건과 인과관계도 없다며 기각했다.

창원지방법원 밀양지원 제1민사부(재판장 김종수 부장판사)는 최근 충남 아산시 A건물 지하주차장에서 납치돼 이후살해당한 피해자의 부모 B씨, C씨가 이 건물 관리업체 D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는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2015년 9월 A건물 마트에 들렀다 지하주차장에 주차된 차에 승차하려던 E씨가 김일곤에게 납치·살해를 당했다. ‘아산 트렁크 살인사건’으로 불린 이 사건의 피의자 김일곤은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무기징역 유죄 판결을 받았다.

피해자 E씨의 부모 B씨, C씨는 ▲사건 당시 주차장 출입구에 설치된 차단기가 작동하지 않음 ▲주차장에 주차요원·안전요원을 두지 않음 ▲CCTV가 부족해 다수의 사각지대가 존재 ▲관리사무소에 CCTV 화면을 항상 감시하는 관리자가 없음 등의 이유로 관리업체 D사의 주의의무 위반으로 사건이 발생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구 주차장법 시행규칙(2015년 3월 23일 개정 전) 제6조 제1항 제11호는 ‘관리사무소에서 주차장 내부 전체를 볼 수 있는 폐쇄회로 텔레비전 및 녹화장치를 포함하는 방범설비를 설치·관리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주차장 내의 방법설비설치세부지침 제2조는 ‘방범설비설치기준은 주차장 내에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차장에 설치된 카메라 간에 상호감시체계로 사물의 움직임을 포착하도록 설치해야 한다’고 정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구 주차장법(2015년 8월 11일 개정 전) 제19조 제2항은 ‘부설주차장은 해당 시설물의 이용자 또는 일반의 이용에 제공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며 “피고가 차단기를 작동하지 않고 주차장을 건물 이용자 또는 일반인에게 개방했다고 해 어떠한 주의의무위반이 있다고 볼 수 없다”면서 B, C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한 재판부는 “원고가 주장하는 사정들만으로는 피고가 주차장 각층에 주차요원이나 안전요원을 상주시킬 의무가 있다는 점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밝혔다.

CCTV가 부족해 다수의 사각지대가 존재했고 모니터 화면을 감시하는 관리자가 없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이 주차장에는 62대의 CCTV가 설치돼 있어 주차장 내부 전체를 어느 정도 촬영하고 있었고 다수의 사람들이 주차장을 이용하고 있으므로 특별한 언동이 없는 한 이용자의 범죄혐의를 포착하기는 어렵다”며 “촬영된 김일곤의 모습에서 특별히 의심할만한 부분을 찾기 어려운 점 등에 비춰 CCTV 사각지대가 일부 존재한다고 해 김일곤의 수상한 움직임을 포착하지 못했다고 볼 수 없을 뿐 아니라 이 사건과 인과관계가 있다고 볼 수도 없다”고 일축했다.

이에 더해 “CCTV는 김일곤이 E씨를 위협하는 범행 장면을 직접 촬영하지는 않았으나 범행 전후 장면을 촬영했고 김일곤은 E씨의 차량 뒤편에서 접근해 운전석 문을 연 E씨를 식칼로 위협해 조수석으로 옮겨 가게 하고 본인이 운전석에 탔는데 그 과정은 1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다”며 “CCTV가 E씨의 차량 앞면과 운전석문 일부만을 촬영하고 있으나 E씨의 차량 옆면 전부를 촬영하고 있었더라도 운전석문에 시야가 가려 범행 장면을 온전히 촬영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면서 원고 측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밖에도 ▲CCTV로는 김일곤의 얼굴을 식별할 수 없다 ▲CCTV 수와 모니터 수가 대응하지 않는다 ▲모니터 화면이 선명하지 않고 일부는 너무 어려워 사물이 식별되지 않는다 ▲관리사무소와 연결된 비상벨이 설치되지 않았다 ▲조도가 충분하지 않다는 주장도 증거가 없거나 사건과 인과관계가 없다고 봤다.

B, C씨는 D사가 CCTV 모니터를 항상 감시할 수 있는 관리사무소를 운영하지 않았다고 말했으나, 재판부에 따르면 A건물에는 CCTV 화면을 감시하는 관리사무소가 설치돼 있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원고들의 청구는 이유 없어 모두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한편, 이번 판결은 원고 측이 항소를 제기하지 않으면서 지난달 8일 그대로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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