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건설기술연구원 김수암 선임연구위원

9월 21일은 ‘치매극복의 날’이다. ‘치매관리법’에 따라 치매극복의 공감대 형성과 치매관리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제정된 국가 기념일이며, 올해가 13회째다. 또한 이날은 ‘세계 알츠하이머 날’이기도 하다. 1995년 세계보건기구(WHO)가 알츠하이머의 예방과 관리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국제알츠하이머병 협회와 함께 지정한 날이기 때문이다.

치매는 지적능력과 사회활동 능력이 소실된 상태로 알츠하이머성 치매와 혈관성 치매로 구분한다. 전자는 인지나 지적능력 상실이 중심이라면, 후자는 뇌졸중과 같이 인지능력뿐만 아니라 언어장애나 신체장애가 동반된다. 치매는 사회적인 활동의 장애로 인한 신체적·정신적·환경적 상태가 중요한 증상이다.

자료에 따르면 고령사회를 맞이해 치매환자는 증가추세에 있다. 2018년 65세 이상 노인인구 738만 명 중 치매인구 75만 명, 2020년은 813만 명 중 85만 명, 2030년에는 127만 명, 2050년에는 271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고 한다. 65세 이상의 인구기준 2020년 10.3%에 이른다고 한다. 노인인구 열 명에 한 명 꼴이다.

증가하는 치매환자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는 2008년 ‘치매와의 전쟁’을 선포했으며,  2017년 현 정부의 대선공약이었던 ‘치매국가책임제’를 도입해 치매문제를 개인 가정 차원에서 국가의 돌봄 차원으로 해결하고자 하고 있다. 여기에는 치매지원센터 확대, 치매안심병원 설립, 노인 장기요양 보험 본인부담 상한제 도입, 치매의료비 90% 건강보험 적용, 요양보호사의 처우개선, 치매환자에게 전문 요양사를 파견하는 내용 등이 포함돼 있다.

이를 위해 보건복지부는 치매환자와 가족을 지원하는 치매안심마을 운영과 치매공공후견인 제도, 치매진단 및 치료기술, 치매환자 관리체계구축, 치매관리사업, 치매전담형 장기요양기관, 치매전문병원 등의 치료와 치매전문병원이나 요양시설 등으로 대응하고 있다. 2020년 1월 제4차 국가치매계획수립 용역에 이어 이달 말 치매환자관리체계구축, 치매관리사업 내실화 등의 제4차 치매관리종합계획(2021~2025)을 발표할 예정이다.

치매는 치매환자 본인뿐만 아니라 간병인의 신체적, 정신적, 경제적 부담 또한 커서 가족 간의 갈등이나 ‘간병살인’이 발생한 경우도 있었으며, 부양가족의 ‘1일은 36시간’이라고 할 만큼  치매환자를 위한 부양가족의 생활은 어렵다. 이러한 상황임에도 치매에 대해 개인 가정에서 부양하며 간병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주거환경은 치매상황에 대해서 극히 취약하다. 정부에서 병원이나 요양시설을 중심으로 한 치매대응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없다. 

선진외국에서는 치매환자, 가족, 간병인을 위한 치매지원 주택이나 시설 가이드라인 개발, 디자인 인증 및 모델제시, 4차 산업 기술을 접목한 새로운 공간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치매서비스개발센터(DSDC)의 치매디자인 인증, 영국 건축연구소(BRE) 치매주택 리빙 랩(공간, 디자인, 내부환경, 스마트시스템의 연계)을 통한 다양한 상황을 검토하고 실제 건설에 적용해 가고 있다. 네덜란드, 프랑스, 스위스 등은 치매환자 마을을 건설해 치매환자들이 마을에서 생활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요약하면 선진국에서는 이전의 시설 중심에서 벗어나 개인주택이나 치매마을의 건설을 통한 치매환자의 자립적인 생활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인식에서 서울시에서는 ‘인지건강 주거환경 가이드북’을 발간해, ‘신체·정신 건강이 약해진 어르신과 그 가족이 더불어 살 수 있도록’ 주거환경, 실외환경, 시설환경에서 삶의 질이 향상될 수 있도록 했다. LH에서도 공공복지주택에 한정해 단지와 주택 차원의 ‘인지건강디자인 가이드라인’으로 단지환경의 건강요소와 길 찾기, 안전 등의 기본적인 디자인을 제안하고 복지주택에 적용한 바 있다. 고령자복지주택을 대상으로 한 단지, 외부공간 및 공용공간, 주택내부의 치매환자를 위한 기본적인 물리적 디자인 가이드라인이 개발돼 있다.

치매환자는 자기 집에서 거주를 원하기 때문에 고령 치매자 돌봄의 핵심은 주거공간이다. 더구나 경증인 경우는 집에서 자립적인 생활이 가능하도록 주거공간을 계획하거나 리모델링을 할 수 있는 것이 바람직하다. 치매선진국에서도 ‘집에서 사는 것’을 핵심으로 하며(KBS명견만리 2016. 6. 7.), 격리가 실제 뇌 속 신경세포의 연결섬유인 미엘린 감소, 스트레스와 근심, 분노, 공포, 우울증증세가 약화된다(Nature Neuroscience)는 연구를 볼 때 주택에서 치매시기를 보내는 것은 중요하다. 특히 치매 초기에 자립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주거환경이 만들어지는 것이 중요하다. 고령자의 자립생활 지원을 목표로 인지성 강화와 일상성을 유지하려는 방향으로 접근할 필요성이 있다. 주택과 마을을 대상으로 공간과 건강과 치매를 지원할 수 있는 요소기술을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중요하다.

또한 2017년 고령사회를 맞이한 우리나라는 2017년 치매관리비용으로 연간 14조 6337억원(1인당 2100만원), 치매발병율 9.94% 라는 점을 감안하면 시설중심만이 아닌 치매에 대응한 주택의 방향에 대한 검토와 연구가 필요하고, 관련 업계에서 주택에 대한 다양한 시도를 위한 시기가 됐다고 생각한다.

  지난해 이맘때 방문했던 영국 BRE의 치매주택 리빙 랩은 많은 시사점을 줬다. 특히 초기, 경증, 중등증, 중증으로 고려한 치매환자와 간병가족의 생활을 동시에 고려한 주택공간의 설계와 요소공간의 구성, 색채구성, 인지기능의 보조를 위한 시설·설비의 구성과 자동제어를 통한 채광·환기 등 실내 환경 조절, 스마트기술을 적용, 간병인의 생활도 고려한 점이 인상 깊었다.

코로나 시대를 맞이해 비대면 기술이 대세가 돼 가는 시점에서 인지기능 저하를 지원하기 위해서는 스마트 기술이 공간구성과 가구나 집기와 함께 연동되도록 하는 것은 치매주택에서도 유효할 것이다. 우리도 건강관련이 병원이나 시설뿐만 아니라 주택도 일과 함께 건강을 위한 공간으로서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는 것 같다. 치매가 더 이상 보건복지부의 영역이 아니며, 국토교통부의 한 축으로서도 중요하다. 시설이 아니라 보다 적극적인 방향에서 치매주택에 대해서도 고민해 볼 때다. 그리고 기존 주택에서도 개조를 통한 치매 공간환경 재구성의 가능성을 위한 방안이 모색될 필요성이 있을 것이다. 치매지원을 위한 설비나 유지관리의 고민도 필요하다. 주택을 건설하는 업계에서도 고령화와 더불어 건강을 고려한 새로운 주택의 한 방향으로서 관심이 필요하다. 머지않아 초고령사회가 도래할 것이므로 더 큰 관심이 필요하다.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아파트관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