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추석 연휴 점검 ① 판례로 본 ‘명절선물비’

잡수입서 복리후생비 지출
관리규약 규정 가능
‘횡령’ 유·무죄 엇갈린 판결도

<아파트관리신문DB>

 

[아파트관리신문=고경희 기자] 다음달 1일 추석을 앞두고 아파트에서는 단지 관리를 위해 애써 준 관리직원과 동대표들에게 명절선물이나 떡값을 지급하고 있다. 그런데 이 선의(善意)가 횡령으로 이어질 수 있어 비용 집행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아파트 관리직원에게 명절선물 시 계정과목을 복리후생비로 설정해야 한다. 하지만 복리후생비는 관리 예산에 포함해 지출계획을 짜야 하므로 관리비를 과다 지출하는 것처럼 보일 우려가 있어 많은 아파트에서 잡수입 사용을 고려한다. 그럼에도 잡수입은 관리비처럼 부과되는 것이 아니다보니 투명한 사용에 있어서 법적 다툼이 이어진다.

법제처는 지난해 9월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 복리후생비를 잡수입에서 지출할 수 있도록 관리규약에서 규정할 수 있다’고 해석했다.

공동주택관리법 제23조 제1항은 의무관리대상 공동주택의 입주자 등은 공동주택의 유지관리를 위해 필요한 관리비를 관리주체에게 납부해야 한다고 규정하면서 제2항에서 관리비의 내용 등에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같은 법 시행령 제23조 제1항 제1호 및 별표2 제1호 가목은 복리후생비를 포함한 인건비를 관리비 항목 중 하나인 일반관리비의 세부항목으로 규정하고 있다.

법제처는 “공동주택관리법 제23조는 입주자 등의 관리비 납부의무와 관리비에 포함될 내용 등을 규정하고 있을 뿐 일반관리비 세부항목을 반드시 입주자 등이 납부한 관리비로만 지출해야 한다는 별도의 의무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한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제19조 제1항에서는 ‘관리 등으로 인해 발생한 수입의 용도 및 사용절차’ 등을 관리규약준칙에 포함돼야 하는 사항으로 규정하고 있고, ‘관리 등으로 인해 발생한 수입’에 잡수입이 포함된다”며 “달리 공동주택관리법령상 잡수입의 용도를 제한하는 규정이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입주자 등은 관리규약준칙을 참조해 잡수입의 용도를 자율적으로 관리규약에서 규정할 수 있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관리사무소 직원 복리후생비를 관리비로 부과해 지출하지 않고 잡수입에서 지출하면 부정하거나 하자 있는 집행이 될 우려가 있다’는 의견에는 “잡수입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다음 회계연도에 관한 관리비 등의 사업계획 및 예산안을 수립해 입주자대표회의에 제출하고 승인을 받아야 한다”며 “잡수입의 사용 명세는 공동주택 단지의 인터넷 홈페이지와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에 공개하도록 돼 있어 입주자 등이 잡수입의 회계 내역을 직접 확인해 투명하고 안전하며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부정·하자 집행 우려는 타당하지 않다”고 해석했다.

규약·집행 절차 준수 여부로
횡령 여부 갈려

2018년 4월 대법원은 잡수입으로 동대표, 관리사무소 직원 명절 선물을 구입하고 떡값, 하계 휴양비를 지원해 업무상 횡령죄로 기소된 A아파트 입주자대표회장과 관리소장에 대해 각 250만원, 5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한 1심 판결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한 2심 판결을 확정했다.

이 아파트 관리규약은 관리주체가 대표회의 의결을 거쳐 잡수입을 공동체 활성화와 주민자치활동 촉진을 위해 필요한 비용이나 입주자 등의 투표 참여를 촉진하기 위한 비용으로 우선 지출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잡수입 지출 후 집행 잔액 중 입주자와 사용자가 함께 적립에 기여한 다음 재활용품 판매, 알뜰시장 운영, 광고판 게시 등에서 발생한 잡수입은 관리비에서 차감하거나 관리비 예비비로 적립할 수 있게 했다. 관리주체가 예비비 집행 시 관리비의 지출비목·지출사유·금액 등을 작성해 대표회의 의결을 얻고 적립내역 등은 매월 공동주택 홈페이지 또는 게시판에 게시하고 관리비고지서에 첨부해 알리도록 했다.

이 사건의 피고인인 대표회장과 관리소장은 “잡수입을 동대표들과 관리실 직원들을 위한 명절선물, 떡값, 하계 휴양비로 지출한 것은 주민자치활동 촉진을 위해 필요한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진술했으나 1심 법원은 관리규약에서 정하고 있는 잡수입의 목적 및 범위를 위반했다며 유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2심 법원에서는 ▲주민자치활동 촉진을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한 점 ▲민원 등으로 입주민들이 동대표 되기를 꺼려하는 점 ▲관리실 직원들이 공동체 활동을 지원하는 역할도 상당부분 수행하는 점 등에 비춰 잡수입을 명절선물비 등으로 지출한 것이 공동체 활성화와 주민자치활동을 촉진하기 위한 것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봤다.

또한 잡수입 중 일부를 예비비로 적립한다고 규정돼 있고 규약에 따라 대표회장과 관리소장은 대표회의 의결을 거쳐 명절선물비 등으로 지출했으며, 집행 절차도 거친 점 등을 인정해 무죄 판결을 내렸다.

반면, 관리비 예비비로 관리단 임원진의 명절선물비 등으로 지출한 B건물 관리단대표가 벌금형을 선고받은 사례도 있었다.<본지 2020년 1월 6일자 제1276호 5면 게재>

B건물 관리규약은 예비비 집행에 대해 대표회의 의결사항으로 명시하고 있지는 않았다. 그러나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은 “예비비는 예산이 책정되지 않은 예측할 수 없는 지출에 충당하는 비용으로, 전체 입주자들을 위한 명확한 경우가 아니라면 일반 회계원칙 및 집합건물법에 비춰 입주자들의 의사 반영 및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세부 항목별로 사전의결을 얻거나 구체적인 지출내역에 대해 세부항목별로 설명한 후 사후 승인 등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보고 예비비로 관리단 임원진 명절선물비 등으로 쓴 관리단대표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명절선물비 판결에 대해 법무법인 산하 김미란 부대표변호사는 “잡수입을 명절선물비로 사용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고 해서 모든 아파트가 똑같이 복리후생비 예산 대신 잡수입을 사용 가능하다고 볼 수는 없다”며 “입주자와 사용자가 같이 적립한 잡수입을 어느 용도(공동체 활성화 등)로 쓸 수 있는지 관리규약에 명시하고 대표회의 의결 등 집행 절차를 준수해야 업무상 횡령이나 배임의 고의로 비춰지지 않을 것”이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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