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학교 부동산관리투자전략최고경영자과정 곽도 교수

7년 전인 2013년 9월에 보도된 기사를 다시 찾아봤다. 내용은 국토교통부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산하 기관인 주택관리공단에 공동주택관리지원센터를 설립키로 하고 이듬해 예산으로 5억원을 편성했다는 발표였다. 그동안 10년이 넘게 지속적으로 학계와 업계에서 제기해 왔던 공동주택 관리 전담기구인 ‘공동주택관리지원센터’의 설립이 드디어 처음으로 가시화되는 시점이었다. 당시 아파트 등 공동주택의 관리 비리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거듭 부각되면서 그 비리문제의 고리를 끊고 아파트 공동체를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정부의 공동주택관리지원센터 설립이 어느 때보다 공감대를 형성했기 때문이다. 이듬해인 2014년 4월 8일 국토교통부는 국민의 행복과 공동주택 관리를 전문적으로 지원할 ‘우리家함께 행복지원센터’ 현판식을 주택관리공단에서 갖고 공동주택 관리 지원업무를 시작했다. 당시 필자도 현판식에 참석해 축하 자리를 함께 한 바 있다. 많은 기대 속에서 앞으로 공동주택 관리와 아파트 공동체가 제대로 역할을 할 것으로 생각됐다.

그 후 정부는 국민의 70%가 거주하는 공동주택의 노후화 및 관리비리 등이 사회 문제화 됨에 따라 ‘공동주택관리법’을 새로이 제정하고, 같은 법에 따라 신설되는 ‘공동주택관리 지원기구’인 중앙공동주택관리지원센터를 LH로 변경 지정해 2016년 8월 30일 출범했다. 공동주택관리 지원기구는 당초 기대했던 독립된 전담기구가 아닌 LH 내부 조직으로 종속됐고 정부의 예산지원도 별로 없이 오늘날까지 오게 되면서 공동주택 관리와 아파트 공동체 전담기구 설치는 20년 넘게 제자리걸음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통계청 발표에 의하면 우리나라 공동주택은 2019년 말 기준으로 전체 주택의 77.2%를 차지한다. 3870만명에 달하는 공동주택 거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금년도 국가지원 예산은 고작 12억원에 불과하며 수혜 거주자 1인당 31원 예산으로 껌 한개 값에도 못 미치는 돈이다. 서울시 아파트 한 채 값도 안 되는 적은 예산으로 전국 공동주택 입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인다는 것이 말이나 되는지 참으로 안타깝고 창피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왜 이러한 현상이 계속되고 있는가. 해답은 정치지도자들이 공동주택에 거주하는 입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데 관심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연간 500조원에 달하는 국가예산을 심의, 의결하는 국회의원 중 지역구 253명은 물론 전문분야 대표인 비례대표 47명 중에 공동주택 관리나 아파트 공동체 분야 전문가가 한 명도 없는 실정이다. 여기에다 예산을 거머쥐고 있는 기획재정부가 전혀 관심조차 없는데 어떻게 개선이 되겠는가. 정부가 다른 분야에 아무리 공무원 숫자를 늘리고 예산을 쏟아 붓는다 하더라도 우리나라의 자살률을 줄이고 국민행복 지수를 끌어올려 공동주택 입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기는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개인의 행복은 하루아침에 요술방망이처럼 금방 우리 곁으로 찾아오지 않는다. 덴마크의 경우 7세부터 고등학교까지 행복이 왜 중요하고 어떻게 해야 개인이 행복하고 가정과 나라 전체가 행복한지를 교육을 통해 꾸준히 가르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민 행복 문제에 대하여 학교 교육은 전무한 실정이다.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 행복지수는 맨 꼴등인데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이 바로 아파트 공동체다. 연초부터 계속되는 코로나 사태로 전 국민들의 삶이 너무 힘들고 정신적인 우울감으로 점점 더 피폐해지고 있다. 이웃과의 단절은 그동안 쌓았던 공동체마저 빠르게 붕괴되고 있으며 커다란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아파트가 이웃과 함께 생활하는 소중한 공간이 되고 입주민이 건강하고 안전한 환경을 바탕으로 행복한 삶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국가 운영을 책임진 정치지도자들의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본다.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경우 2011년 말 서울시장에 당선된 후 아파트 공동체의 중요성을 인식해 이를 서울시 최우선 과제로 정한 바 있다. 이에 아파트 공동체 활성화 예산을 대폭 늘리고 매년 말 실시하는 아파트 공동체 한마당 행사를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자리를 지키면서 지난 8년간 행사장에서 일선 현장의 주민 활동 사례를 직접 듣고 평가하는 등 아파트공동체 확산 운동을 열성적으로 지도해 왔었다.

아파트 공동체와 공동주택 관리 발전을 위해서는 독립된 전담 부서가 선행돼야 한다. 예산과 인사가 독립되는 전담부서 없이는 계속 제자리걸음이 된다. 만약 정부 내 기구 설립이 어렵다면 차선책으로 소비자보호원 형태의 정부와 민간이 공동출자하는 민관 공동기구라도 만들어야 한다. 출자규모는 대략 300억원 규모로 정하고 정부 출자 150억원, 건설사 100억원, 한국주택관리협회, 대한주택관리사협회 등 관련 단체와 민간인 등의 출자금을 50억원으로 하면 어떨까 한다. 우리나라 아파트 공동체와 공동주택 관리가 새롭게 태어나 우리들의 부모와 배우자 자녀들이 이웃과 함께 즐겁고 행복한 공동주택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 OECD국가 중 자살률 1위, 행복지수 꼴등이라는 불명예를 하루속히 벗어나는 것이 정부의 최우선 과제가 아닌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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