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지법 판결

의정부지방법원

[아파트관리신문=고경희 기자] 아파트 동대표 선거에서 투표를 하지 않은 입주민들의 이름으로 원하는 후보에 기표해 선거를 조작한 입주자대표회장과 선거관리위원에게 1심 법원은 무죄를 선고했으나 2심에서는 이를 뒤집고 유죄 판결을 내렸다.

의정부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신명희 부장판사)는 최근 동대표 선거를 조작해 업무방해교사 혐의로 기소된 경기 양주시 A아파트 입주자대표회장 B씨와 업무방해 혐의를 받은 선거관리위원 C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이들에게 무죄를 선고한 1심 판결을 파기, “피고인 B씨를 벌금 100만원, 피고인 C씨를 벌금 70만원에 처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들의 공소사실을 살펴보면 B씨는 2015년 7월 동대표 선거 시 원하는 후보 E씨를 당선시키기 위해 선거관리위원장 D씨와 선거관리위원 C씨에게 ‘투표용지를 빼서 E에게 투표한 뒤 넣어라’라고 지시했고, C씨와 D씨는 B씨의 지시에 따라 다른 사람의 투표용지를 몇 장 빼내 입주민 3명이 실제 E씨를 뽑은 것처럼 허위로 표시한 다음 투표함에 넣은 혐의를 받았다.

선관위원장 D씨는 이 같은 선거 조작 사실을 알리는 양심선언문을 작성했고 동대표 후보자는 D씨의 양심선언문을 검찰청에 제출하면서 선거가 부정하게 이뤄졌다고 고발했다.

2018년 9월 C씨와 D씨는 선거 업무 방해 범죄사실의 업무방해죄로 벌금 3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아 그대로 확정됐다.

이 같은 혐의에 1심에서는 ▲D씨가 뇌경색으로 쓰러진 후 법정에서 진술할 당시 동대표 선거에 관한 기억을 대부분 상실 ▲동대표 후보자(낙선 대상)는 D씨의 양심선언문을 보고 B씨와 C씨를 고발한 것일 뿐 공소사실의 구체적 사실관계에 대해 알지 못함 ▲D씨는 수사기관에서 B씨가 하자보수 업자 선정 대가로 금품을 받은 후 자신에게 금품을 나눠주지 않아 화가 나서 양심선언문을 작성했고 D씨에게 양심선언문은 사실이 아니라고 말한 사실이 있다고 진술한 점 등을 이유로 B씨와 C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피고인 C씨와 선관위원장 D씨가 함께 허위로 타인의 투표용지에 기표해 선거업무를 방해하고 피고인 B씨가 이를 교사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면서 1심 판결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D씨는 형사처벌을 받는 것까지 감수하면서 선거 업무를 방해한 사실을 자백했고 허위 자백 동기를 찾기 어려운 점, 범행방법에 관한 진술 내용이 구체적인 점, 양심선언문에 기재한 내용과 일관되고 다른 선거관리위원의 진술과 부합한 점 등에 비춰 D씨의 검찰 진술은 신빙성이 높다”며 “D씨가 뇌경색과 고령으로 지난해 4월 원심 법정에서 공소사실에 관해 대부분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진술한 사실은 인정되나 이 사정만으로 D씨의 검찰 진술을 배척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른 선거관리위원은 “투표가 거의 끝날 무렵 D씨가 ‘수고했다. 이제 올라가라’고 했고 투표 종료 20~30분 전쯤 투표한 사람이 20명 전후였는데 개표할 때는 27~28명, 26~27명 정도로 차이가 많이 났다”고 진술한 바 있다.

아울러 재판부는 D씨의 양심선언문 진위여부에 “D씨는 검찰조사에서 ‘양심선언문은 비록 B씨와 업체 선정 과정에서 섭섭한 점이 있어 작성한 문건이긴 하지만 그 내용은 사실이다. B씨에게 사실이 아니라고 한 적은 있지만 단지 B씨를 안심시키려는 목적으로 그렇게 말한 것일 뿐’이라고 진술했다”며 “이 같은 사정에 비춰 D씨가 ‘양심선언문은 공갈치려고 만든 서류’라고 말한 것만으로는 양심선언문에 기재된 내용이 허위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못 박았다.

또한 입주민들도 ‘선거 당시 투표한 사실이 없다’고 진술해 입주민들의 이름으로 허위 투표를 했다는 D씨의 검찰 진술도 부합한다고 봤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타인의 투표용지에 허위로 기표해 투표한 이 사건 범행은 범행수법에 비춰 죄질이 좋지 않고 선거 업무 방해 정도가 중하다”며 양형조건을 종합해 B씨에 대해 100만원, C씨에 대해 7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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