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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란 칼럼] 과태료 처분은 신중하게
승인 2020.09.04 09:16|(1307호)
법무법인 산하 김미란 변호사

올해 여름은 최장기 장마로 연일 비 소식이 끊이지 않았다. 그러니 오늘은 과태료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비를 맞으면 속상하듯, 과태료도 맞으면 속상하기 짝이 없으니 말이다.

뭔가 잘못을 저질러 나라에 돈을 낸다는 점에서 과태료를 벌금과 혼동하기도 한다. 내 주머니에서 돈이 나가고, 돈을 나라에서 거둬 간다는 측면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 그러나 벌금은 국가가 형벌권을 발동해 범죄자를 처벌하는 형벌의 일종이고, 전과를 남긴다는 점에서 금전적 행정제재에 불과한 과태료와는 차이가 있다. 과태료가 부과되는 잘못은 비록 법을 위반한 위법은 있지만 범죄에 해당하는 잘못은 아니며 ‘질서위반행위’라는 별도의 명칭으로 불린다.

아파트 관련 업무를 하면서 과태료에 대해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다. 공동주택관리법에는 행정청의 다양한 지도·감독 권한이 규정돼 있고, 각종 질서위반행위에 대해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상세하게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태료 분쟁이 많은 이유이기도 하다. 최근 의미 있는 과태료 사건이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수원지방법원 2020. 5. 22.자 2018라3172 결정 참조).

A라는 회사는 주택관리업자로서 문제가 된 아파트의 관리주체인데, 어느 날 입주민이 찾아와 입주자대표회의 발언 내용이 기재된 회의록을 열람·복사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관리주체로서는 이 같은 요구를 들어줄 수 없었다. 발언 내용까지 상세하게 기재한 회의록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자 열람복사 요구에 불응했다는 민원이 제기됐다.

공동주택관리법에 따르면 입주자대표회의가 회의를 개최하면 회의록을 작성하도록 규정돼 있고, 관리주체는 이를 보관하면서 입주자 등의 열람·복사 요구가 있을 때 응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공동주택관리법 제14조 제8항). 만일 이를 어기면 500만원 이하 과태료가 부과된다(동법 제102조 제3항 제4호). 결국 관리주체는 관할 시장으로부터 과태료 200만원에 처한다는 처분(이하 ‘본건 처분’이라 약칭)을 받게 되었다.

과태료 부과처분을 받게 되더라도 이를 다툴 수 있음은 물론이다. 질서위반행위규제법에 따르면 행정청의 과태료 부과통지를 받은 날부터 60일 내에 이의제기할 수 있고, 이의제기 시 행정청의 과태료 부과처분은 그 효력을 상실한다(질서위반행위규제법 제20조 제1항 내지 제2항). 이제 과태료 부과 여부는 법원의 판단에 달려 있다. 법원은 심문 없이 약식재판할 수도 있지만(동법 제44조) 약식재판을 고지받은 날부터 7일 이내에 당사자와 검사가 이의신청하면 정식재판절차가 개시돼 심문을 거쳐 재판해야 한다(동법 제45조 제1항, 제50조). 1심 재판 결과에 불복하는 경우 즉시항고 할 수 있고, 2심 결과에도 불복하고자 하면 재항고를 통해 대법원의 판단을 받을 수도 있다(동법 제38조, 제40조, 민사소송법 제442조).

이 사건에서 법원은 약식재판으로 심문기일 한 번 열지 않은 채 과태료 200만원을 그대로 다시 부과하는 결정을 했고, 당사자의 이의신청으로 정식재판을 개시했다. 그러나 1심 결정의 결과는 여전히 과태료 200만원을 내라는 것이었다. 억울했던 관리주체는 1심 법원의 결정에 불복해 즉시항고 했는데 항고심에서 1심 결정이 뒤집어졌다. 항고심 재판부의 판단은 1심 결정을 취소하고, 관리주체를 과태료에 처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관리주체에게 부과된 과태료 처분이 부당하다는 것이다.

관리주체는 입주자대표회의의 회의록을 보관하고, 열람·복사 요구에 응할 의무가 있을 뿐 회의록 작성 의무는 없다. 만일 관리주체가 회의록 작성 업무를 담당했다 하더라도 그것은 행정적인 지원에 불과하다. 공동주택관리법을 살펴봐도 입주자대표회의의 회의록 작성 의무는 입주자대표회의에 있음이 명백하다. 게다가 관리주체가 입주자대표회의에 회의록 작성 방식에 대해 구체적인 지시를 할 수 있을까. 입주자대표회의의 관리주체에 대한 부당 간섭이 문제 되는 현장에서 관리주체가 입주자대표회의에 이것저것 지시하는 모습은 상상조차 힘들다. 관리주체는 실질적으로도 입주자대표회의에 회의록 작성 방식에 대한 지시를 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법상으로도 그런 권한의 근거 규정이 없다.

이처럼 관리주체는 입주자대표회의 회의록을 작성하는 주체도 아니고, 회의록 작성 방식에 대해 입주자대표회의에 어떠한 지시를 할 수도 없다. 그저 작성된 회의록을 제공 받아 보관하고, 보관된 회의록의 열람·복사 요구에 응할 의무가 있을 뿐이다.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작성되거나 관리주체가 제공 받아 보관하고 있지도 않은 ‘발언 내용이 기재된 회의록’을 어떻게 열람·복사해 줄 수 있겠는가.

질서위반행위규제법 제7조는 고의 또는 과실 없는 질서위반행위에 대해서는 과태료를 부과하지 못하게 돼 있다. 언뜻 법을 어긴 위법이 있는 질서위반행위로 보여도 귀책사유가 없다면 책임을 물리지 말라는 뜻이다. 억울한 일이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세상이 많이 바뀌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많은 국민들은 나라에서 하는 일은 옳다고 생각하고 믿고 따른다. 그러나 나랏일도 사람이 하는 일이다 보니 왜 실수가 없겠는가. 그러니 만일 과태료 처분을 받게 되었을 때 조금이라도 억울함이 있다면 법률 전문가와 반드시 상의해 보기를 권한다. 관련 법령에서 의무를 부여한 주체가 맞는지, 문제가 된 질서위반행위에 고의 또는 과실이 없는 것은 아닌지 면밀하게 살펴 억울하게 과태료를 납부하는 일이 없어야 하겠다.

물론 애당초 잘못은 과태료를 잘못 부과한 행정청에 있음은 두 말 하면 잔소리일 것이다. 과태료 처분은 행정청의 강력한 질서유지 수단인만큼 잘못 발동될 경우 수범자가 받는 고통이 매우 크다. 행정청의 잘못을 바로잡는 과정도 녹록하지 않고, 사회적으로 치러야 할 비용과 시간도 결코 만만치 않다.

그러므로 행정청은 질서위반행위를 적발하는 과정에서도, 또 과태료를 부과하기로 결정하는 과정에서도 혹시 수범자에게 억울함이 없겠는지 더욱 신중하게 살펴주길 바란다. 형식적으로는 법 위반이 있는 것으로 보여도 법 해석에 문제는 없는지, 위법하더라도 당사자의 고의 또는 과실을 인정할 수 없는 사안은 아닌지 충실히 헤아려 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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