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남부지법 판결

하자보수보증금,
정해진 용도에만 사용 가능

입대의 의결 걸쳤어도
용도 외 사용은 ‘횡령’ 해당

[아파트관리신문=서지영 기자] 아파트 하자보수금을 하자보수 소송 관련 본인 사례금과 주민 식사 비용 등 사용 명목으로 인출해 쓴 입주자대표회장이 업무상 횡령죄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서울남부지방법원 제3형사부(재판장 허준서 부장판사)는 업무상횡령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은 서울 양천구 A아파트 전 입주자대표회장 B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최근 B씨의 항소를 기각하는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에 따르면 B씨는 자신이 대표회장으로 있던 시기 아파트 하자보수금이 예금돼 있는 통장에서 1100만원을 인출해 임의로 소비했다는 혐의와 변호사 성공보수 및 옥상방수 공사 감리비 명목 등으로 600만원을 두 번 인출(총 1200만원)해 임의로 소비했다는 혐의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인 서울남부지방법원(판사 김영아)은 “하자보수보증금의 관계법령에 따라 하자보수 관련 비용으로 국한되고, 그 금액도 실제 하자보수에 사용되는 비용으로 산정하되, 하자보수에 필수적으로 수반되는 비용을 추가할 수 있을 뿐”이라고 강조하며 B씨는 하자보수금 통장에서 인출한 돈을 하자보수 관련 비용으로 사용하지 않았으므로, 입주자대표회의의 지급결의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위법해 업무상 횡령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B씨는 1심 판결에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가 있었다며 항소를 제기했다. B씨는 “아파트 하자보수와 관련해 ① C씨에 대한 형사고소장 작성 비용 90만원 ② 위 형사고소 변호사 수임료 330만원 ③ 하자보수 민사소송 인지대 153만원 ④ 하자보수 민사 항소심 변호사 수임료 500만원 ⑤ 하자보수 소송과정에서 주민들과 동대표들의 회의 및 모임 비용 760만원 ⑥ 하자감리비용에 대한 이자 220만원을 피고인 개인이 선지급했으므로, 위 비용은 하자보수보증금에서 본인이 우선변제 받아야 할 것으로, 1100만원은 위 변제명목으로 지급받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600만원을 두 번 지급받은 것은 하자보수 소송과정에서 본인의 노고에 대한 사례금과 보수공사 과정에서 본인에 대한 감리비용으로 지급된 것으로, 모두 입주자대표회의의 적법한 의결절차를 통해 지급된 것이므로, 횡령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B씨가 선지급했다고 주장하는 위 비용 중 ③, ④번에 관해, “피고인이 자신이 직접 지급했다는 증빙자료를 제출하지 못하고 있고(피고인이 제출한 세금계산서는 피해자 명의로 돼 있음), 오히려 피고인은 경찰에서 아파트에 1100만원을 청구한 이유에 대해 그 주장하는 비용 중 ①, ②, ⑤번 비용에 관해서만 청구한 것인데, ③, ④번 비용을 청구한 것은 ‘관리소장이 착각하고 작성해 내가 개인돈으로 사용한 것이 아닌데 인지값 153만원과 변호사 비용 530만원을 작성한 것이다. 사실 변호사 비용도 영수증을 보면 530만원이 아니라 500만원이 맞다’라고 진술했으므로, 피고인이 위 ③, ④번 비용을 입주민들 대신 선지급했다고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⑥번 비용에 대해 “피고인이 실제 대납한 이자가 얼마인지 피고인 스스로도 특정하지 못하고 있고 그 지출을 증빙할 자료도 없을 뿐더러, 입주자대표회의 의결내용에도 위 비용과 관련해 피고인에게 1100만원을 지급한다는 내용이 없고, 피고인도 수사기관에서 위 비용의 보전 명목으로 1100만원을 지급받았다는 진술은 하지 않았으므로, 결국 피고인이 하자감리비용에 대한 이자를 선지급했거나 위 1100만원이 위 이자에 대한 변제 명목으로 지급됐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①, ②, ⑤번 비용에 관해 재판부는 “원심이 판시한 바와 같이 ①, ②번 비용은 하자보수와의 관련성을 인정할 수 없고, ⑤번 비용은 제출된 각 영수증만으로 그 지출경위를 알 수 없을 뿐 아니라, 하자보수에 필수적으로 수반되는 비용이라고도 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B씨가 하자보수 소송 관련 사례금으로 지급받은 금액이라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피고인이 하자보수 소송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어떤 노력을 했는지 구체적인 증거가 제출된 것이 없고, 그 자체로도 하자보수에 사용된 비용이라거나 하자보수에 필수적으로 수반되는 비용이라고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와 함께 B씨가 감리비용으로 지급받았다고 주장한 금액에 대해서는 “원심이 판시한 바와 같이 피고인은 감리와 관련된 아무런 자격을 갖추지 않은 점, 입주자대표회의에서 감리인으로 선정된 적도 없는 점, 증인 D씨, E씨는 피고인에게 감리를 부탁한 적이 없고 피고인의 요구에 못 이겨 감리비 명목의 돈을 지급했다고 진술한 점 등에 비춰 보면, 위 지급금액 역시 하자보수 관련 비용 또는 하자보수에 필수적으로 수반되는 비용으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결국 피고인 B씨가 선지급했다고 주장하는 비용은 피고인이 선지급했다고 볼 수 없거나 용도 외에 사용한 것으로서, 피고인이 하자보수보증금에서 임의로 사용할 수 없음에도 이를 사용한 이상 횡령에 해당하고, 피고인이 사례금 및 감리비용으로 지급받은 것도 용도 외의 사용으로서 횡령에 해당한다”며 “따라서 피고인의 주장은 이유 없다”고 판시했다.

아울러 B씨는 1심의 양형이 부당하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피고인이 대표회장으로 있으면서 용도 외의 사용으로 자금을 유용해 그로 인한 공적 피해가 상당함에도 피해 회복이 이뤄지지 않은 점, 그 밖에 범행동기 및 경위 등 양형 조건들을 종합해 볼 때, 원심의 양형은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났다고 보이지 않고, 원심의 양형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볼 만한 양형조건의 변화도 없다”며 원심의 형량을 유지했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이번 사건과 병합된 F씨의 배상신청에 대해 “배상신청인 F씨는 이 사건 업무상횡령 범죄의 피해자 또는 그 상속인이 아니므로, 이 사건 배상신청은 신청권 없는 자에 의한 것이어서 부적법하다”며 각하 판결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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